✉️🐚 에피레터 2.0 - 해외여행보다 국내여행이 좋아

해외여행보다 국내여행이 좋아

20대 초반의 나는 해외여행을 좋아했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용돈을 모아서 방학 때 마다 외국을 떠나는 걸 목표로 살았었다. 그 시절 나에게 여행이란 새로운 경험, 모험, 도전이라는 키워드가 어울렸다. 항상 새로운 환경에 놓이길 원했고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느끼고 해보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었다. 그래서 어딜가든 나의 여행은 아침 8시부터 시작해 밤 10시가 넘어야 끝이 나곤 했다. 국내 여행은 쳐다도 안봤고 기껏해야 제주도 여행 정도를 진정한 '여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20대 후반으로 넘어서고 있는 지금, 직장인이 된 나의 여행은 조금 달라진 듯 하다. 

요즘 내게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시간이다. 강릉, 울산, 대구, 춘천 등 나의 직장이 위치한 서울을 벗어나 회사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숨통이 트인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느낀점은 살아가면서 주기적으로 내 삶을 환기하는 시점이 필요하다. 매번 회사-집-회사 그리고 자기계발만 하면서 살기엔 숨이 탁탁 막힌다. 사회는 나에게 '넌 아직 능력 부족이야' , '계속 너의 쓸모를 증명해야해'라며 퇴근 후에도 온전히 쉴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든다. 퇴근 후에도 갓생을 살기 위한 노력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사람의 에너지가 바닥날 수 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여행은 가장 접근성 좋은 기분 전환 활동인데 매번 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를 갈 수 없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국내여행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더 이상 내게 여행은 '새로운 경험'을 얻는 기회가 아니다. 물론 새로운 경험을 하고 무언가 느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제 우선순위는 내 마음의 휴식이 되어버린 듯 하다. 내 마음이 쉴 수 있는 곳. 국내여행을 다니다 보니 숨어있는 대한민국의 작은 도시들, 지역들에 갔을 때 특히 편안한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유명 유튜버는 시골에 본인 발로 찾아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볼게 없냐' , '여기 사람들이 불쌍하다' 불평불만했지만 사실 여행이란 어딜 가든 여행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지옥이 될 수도 천국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20대 초반의 나에게 한국의 소도시를 여행하라고 했으면 먼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휴식이 필요한 지금의 나에게 국내여행은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그 곳의 정취를 200% 느끼고 지역의 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울산의 태화강, 춘천의 막국수, 강릉의 푸르른 바닷가 등 어떤 지역을 가더라도 나의 일상을 환기시켜주는 요소가 차고 넘친다. 태화강 국가 정원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며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그 순간은 어느 해외여행에서 느낀 감상과 비교해도 지지 않는다. 

해외에서 국내로 눈을 돌리고, 정신없는 액티비티에서 휴식으로 관심사가 달라지니 짧은 시간을 들인다 하더라도 내가 충분히 쉬었다 돌아올 수 있는 여행지의 폭이 정말 넓어졌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다음엔 어디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올까, 괜스레 기대가 되는 목요일의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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