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15] 나의 역기능적 행동 탐색기

2021.09.19 | 조회 4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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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곰의 일희일비

일희일비하는 우리의 일상에 대해 씁니다

저는 소비가 주는 행복 덕에 이만큼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맥시멀리스트'입니다. 그러나 소비가 주는 그 '확실한 행복'은 과연 한계 없는 즐거움을 줄까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소비를 한다는 것, 그것이 작던 크던 그 행위 자체에서 만족을 얻는다는 것, 언젠간 이 문제와 마주하지 않는다면 결국 더 큰 만족도, 더 나은 스스로도 만들 수 없다는 것. 글을 쓰는 내내 그런 것들을 깨닫게 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변신하시나요? 오늘은 스트레스가 바꾸는 나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요즘 택배상자가 문앞에 별로 없는걸 보니 스트레스 덜 받나봐?"

 

어느날 퇴근길에 통화를 하는 데, 애인이 툭 하고 이런 말을 던졌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는 내게, 애인은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때마다 내가 집 앞에 도착해 수령하는 택배의 양도 늘어나 왔다고 말했다. 설마, 하고 아무렇지 않게 통화를 마무리 한 뒤, 한참동안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정말 그랬던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필요한 물건들만 사왔던 것 같은데, 이 '합리적인 소비'가 왜 애인에겐 스트레스 풀이용 '충동소비'로 읽히는걸까?

 

아무래도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내심 내 편을 들어주길 기대하며 가까운 친구들과의 카톡방에 애인이 했던 말을 전달했다. 그러나 친구들에게 돌아오는 대답 역시 내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고야 말았다. "너 정말 그래, 원래 스트레스 받으면 쓸모 없는거 괜히 사모으잖아. 비싼건 아닌데 필요할 것 같다면서 결국 쌓여있기만 한거. 그래서 너희 집에 잡동사니가 그렇게 많은 거 아닐까?"

 

 

그리하여 냉철한 애인과 친구들을 둔 덕에, 나는 오늘도 팩트로 호되게 *맞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하는 '스트레스 받을 때의 나'의 모습. 그런 모습이 실재했다는 사실 자체도 놀라웠고, 그걸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는 것 역시 놀라웠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타나는 나의 새로운 자아라니. 무의식의 힘은 이토록 센 거구나.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행동들을 꾸준히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자신은 깨닫지 못한 채 반복하는 역기능적인 사고/행동패턴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폭식을 하기도 하고, 매일밤 혼자 술을 홀짝이기도 하며, SNS를 하느라 시간을 허비해버리기도 하니까. 물론 때로는 이러한 역기능적 행동들이 힘든 일상을 버티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행동들 덕에 일시적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될 수도 있고, 감정이 지나치게 격해지는 것을 막아 스트레스가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역기능적 행동들을 나도 모르게 반복하다보면, 이 행동들이 이전만큼 스트레스를 해소해주지도, 그렇다고 내 삶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치팅데이'를 계속 이어가면 결국 요요가 오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기능적 행동들을 어떻게 교정할 수 있을까? 우선 나의 역기능적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의 역기능적 행동이나 방어기제들은 무의식의 영역에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필자처럼 가장 가까운 애인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스트레스 받을 때 반복하는 행동이나 말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과정을 통해 우선 나는 몰랐던 나의 문제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주변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나의 행동 패턴을 알게 된다면, 그것 만으로도 이러한 행동을 반복할 때마다 잠깐 멈춰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그 '앎' 자체만으로 행동이 변화하진 않겠지만, 최소한 스스로 멈춰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일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특정 행동을 반복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더 쉽게 문제행동을 끊어낼 수 있게 된다. 예를들어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폭식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경우, 의지로 폭식 행동 자체만을 끊어내기란 쉽지 않다. 스트레스원을 해결하지 못한 채 쉽게 해소할 수 있는 창구마저 막히게 되면, 결국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돼 문제행동을 다시 시작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반복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식'이란 표면적 행동의 원인이 되는 나의 '폭식 유발 스트레스원'을 살펴보면, 좀 더 근원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식욕을 참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내가 비정상적으로 식욕이 생길 때 문제가 된 선행 사건들을 찾아보고, 선행 사건을 제거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방식으로 자신의 문제를 좀 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 교정은 결국 장기적으로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자존감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이처럼 무언가의 표면 대신 ‘뿌리’를 찾고 또 이해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것이 내 감정이 되었건, 뿌리깊은 우울이 촉발하는 행동이 되었건, 결국 스스로가 반복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아야만 조금 더 나은 자신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망치는 것도 쉽고, 살던 대로 사는 것도 쉽지만, 늘 쉽게 살다간 너무나도 쉽게 우리는 '관성'이라는 지반 속에 매몰되어 버릴 수밖에 없다.

 

조금 다른 나를 만들어보고 싶다면, 아니, 조금 더 나를 깊게 이해하고 스스로에게 좀 더 다정해지고 싶다면, 지금 당장 수화기를 들고 가까운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보자. 그들은 알고 나는 모르는 '표면'의 내 모습들을 깨닫고, 나아가 그 뿌리를 찾아가는 일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 되어줄 테니 말이다. 결국 이 모든 것과 직면할 수 있는 용기. 그 용기가 우리를 달라지게 만드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 속에도, 그간 외면해온 나와 직면할 용기가 충분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 당신의 삶에 기분좋은 균열을 가져올 나도 모르던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그 과정에서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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