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에는 있지만 자주에는 없는 것?

보이지 않는 욕망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매장을 구성할 때 신경쓰는 것들.

2021.09.01 | 조회 1.07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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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기웃

관찰이 관점이 되는 기웃기웃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관찰이 관점이 되는 뉴스레터, 기웃기웃입니다.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뉴스레터 앞 수식어를 바꿨습니다. 기웃기웃을 발행한 지 벌써 두달이 되었는데요. 처음 레터를 만들 때는 ‘인생을 살면서 한 번씩 고민해볼 법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겠다고 했으나.. 그간의 발행물을 보아하니 저 주제가 모호하고 광범위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즌제로 관찰하고 싶은 키워드를 정해 레터를 작성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기존의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이나, <관찰이 관점이 되는>이나 크게 다른 결은 아니지만, 제 레터를 좀 더 잘 정의할 수 있는 수식어라는 생각이 들어 뭔가 더 애착과 책임감이 생기는 기분이네요! 한동안은 제가 꽂혀있는 브랜드 스토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관찰하고, 제 관점으로 녹여내볼게요


 구독자님은 어떤 주거 형태로 살고 있나요? 저는 대학생 때는 기숙사 생활을 했었고, 스페인 어학연수 시절에는 쉐어하우스 생활을 했습니다. 돌아보니 스무 살 이후에는 줄곧 타인과 함께 공간을 사용했었네요. (쉐어하우스는 공용 공간만 사용하긴 하지만요!) 어학 연수를 마치고,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저의 첫 자취방은 학교 근처 상도역이었고, 지금은 전 회사 근처인 강남역에 살고있습니다. 이게 참아이러니한 게 집을 구했는데 퇴사를 해버렸네요? 주변 지인들은 “강남역 교통 좋고, 뭐 다 있겠네.” 라며 많이들 부러워합니다. 그렇지만 그거 아시나요..? 강남역은 접근성은 좋을지 몰라도 어디로든 다 멀다는 것…. ^^ (이걸 접근성이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제가 참 좋아하는 문래, 안국, 성수와도 거리가 꽤 있어 이사가고 싶을 때가 왕왕 있습니다. 그리고 제 기억 속 강남은 시끌벅적하고 어디든 사람이 많은 곳이라, 이곳에선 마음 둘 만한 공간이 없겠구나 싶어서 울적했었어요.

 저는 산책을 정말 좋아합니다. 어느 정도냐면요, 지하철역 두 정거장 정도는 가뿐히 걸어갈 정도로 좋아해요. 여름날 강남역으로 산책을 나섰다가 10번 출구 앞 무인양품에 들어간 적이 있어요. 그날 이후, 저는 MU며들었습니다.. 별다른 뭔가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됐어요. 사람에게 배터리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그곳에서 희미해져가는 저다움을 충전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매주 무인양품에 출근도장을 찍으며 제 자취방에도 하나 둘 무인양품 제품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에 무인양품이 있다면 한국에는 자주가 있지. 그런데 무인양품 덕후는 있는데 자주 덕후는 왜 없을까?두 브랜드 모두 식기, 문구, 잡화 등의 생활용품과 의류를 판매하는 브랜드인데, 어떤 부분에서 무인양품은 팬 문화를 만들어냈고, 자주는 그렇지 못했을까요?

고민 끝에 저는 무인양품은 라이프스타일을, 자주는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판매하는 것과 보이는 것을 판매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는 제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더하여 판매하는 브랜드는 소비자로 하여금 이 브랜드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욕망을 함께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무인양품과 자주의 스토어를 관찰하면서 어떤 요소들이 이런 결론을 내리게 하였는지 고민해봤습니다.

(매장은 무인양품 강남점과 자주 신논현전문점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 음악

- 무인양품
무인양품 내부에는 무인양품 BGM이 흘러나옵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는 Loving Hanngh인데, 이 노래를 들으면 알프스 언덕에서 빈티지한 레이스 캉캉 원피스를 입고 여유롭게 책을 읽고 싶어지더라고요. 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으며, 사람이 많을 때는 매장에 음악이 안 나오나? 싶을 정도의 작은 소리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ASMR, 백색소음의 느낌이 들더라고요.

- 자주
무인양품이 자체 BGM을 통해 잔잔하고 편안한 느낌을 연출했다면, 자주는 빠르고 높은 비트의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어떤 느낌이냐면, 자라나 H&M에서 틀어놓을 것 같은 빠르고 힙한 비트예요. (참고를 위해 타 플레이리스트를 첨부하였으니, 느낌이 이러하다~ 정도로만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리가 큰 편이라, 저도 모르게 빨리 쇼핑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2. 조명과 색감

- 무인양품
주광빛 조명으로 스토어 전체에 따뜻한 느낌이 들고, 우드와 화이트, 베이지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니멀리즘을 강조하다보면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가 있는데, 무인양품은 그 단조로움마저도 그들만의 따뜻함과 안락함이라는 감성으로 잘 풀어냅니다. (무인양품 콩깍지가 제대로 쓰인 게 분명하네요…)

- 자주
백색 조명으로 제품에 포커싱을 두었고, 화이트, 실버톤을 사용해 깔끔한 느낌이 듭니다. 따뜻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제게는 매장이 전체적으로 차갑게 느껴졌어요.


3. 매대 구성


- 무인양품
매장을 들어서자마자 가지런히 열을 맞춰 걸어둔 제품이 눈에 들어오고, 아로마 디퓨져와 식물을 배치해 매장 속 작은 숲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깔-끔.. 볼 때마다 여기부터 저기까지 다~ 주세요 하고 싶어요.
깔-끔.. 볼 때마다 여기부터 저기까지 다~ 주세요 하고 싶어요.
이대로 집으로 가져가고 싶다..22
이대로 집으로 가져가고 싶다..22
가격표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제품은 겹쳐두어 깔끔하게 배치하고 있습니다.
가격표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제품은 겹쳐두어 깔끔하게 배치하고 있습니다.

제품과 관련 있는 책이나 제품을 쓸 법한 TPO를 함께 전시합니다.

책을 함께 비치함으로서 얻는 가장 큰 효과는 소비자가 이 제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여러 효익을 좀 더 구체적으로 비주얼라이징 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가령 이 제품을 구매하면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내가 가질 수 있겠다.” 거나,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싶은데 요 제품으로 작게나마 시작해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자주
매장 앞 할인표가 눈에 띕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매대에도 할인 제품을 놓았습니다.

무인양품과 달리 가격표는 눈에 띄는 곳에, 할인율은 최대한 크고 눈에 띄는 색상으로 배치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주에서 눈에 띄는 점은 파자마 구성입니다.

이 중 너의 취향을 저격할 파자마 하나쯤은 있겠지..?’ 싶게, 파자마 종류가 다양하고 색상도 알록달록합니다. 무인양품에서는 볼 수 없는 색감의 파자마가 놓여있어 파자마 덕후인 저는 살짝 홀렸고(..ㅎㅎ) 다음에 와도 제 맘에 쏙 들면 구매해야지 하고 찜해두었습니다.


같은 아카시아볼을 판매해도 매장에서, 브랜드 자체적으로 어떤 분위기를 주느냐에 따라 브랜드에 대한 팬심이 쌓이기도, 그냥 스쳐가는 매장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여러분은 무인양품과 자주 중 어디를 더 선호하시나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 호에도 브랜드 스토어 탐방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궁금하신 브랜드 스토어가 있다면 댓글이나 블로그, 인스타그램 어디로든 알려주세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_^ 비 소식이 계속 되어 날이 점점 선선해지고 있습니다. 우산 잘 챙기시고 건강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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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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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완

    0
    over 2 year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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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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