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캔슬링 시대의 노이즈 마케팅

'와퍼 판매종료 해프닝'이 마케터에게 남긴 것들

2024.04.15 | 조회 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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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 P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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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나물이 노이즈 마케팅의 시작이라고?

 독립운동가, 유한양행의 창립자로 잘 알려진 유일한 박사가 미국에서 재미 중국인 및 중국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숙주나물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의 이야기다. 당시 새내기 사업가인 유일한 박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 그는 시내 대로변의 유명한 가게의 쇼윈도에 숙주를 실은 트럭을 들이받아 일부러 교통사고를 냈다. 숙주나물이 담긴 병들이 도로변에 쏟아졌는데, 이 사건을 기자들이 보도하면서 숙주나물이 미국 전역에 알려져 유일한 박사의 숙주나물 사업은 번창하게되었다.

유일한 박사가 창업한 숙주나물 통조림 회사 '라초이'는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다.
유일한 박사가 창업한 숙주나물 통조림 회사 '라초이'는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다.

유일한 박사가 창업한 숙주나물 통조림 회사 '라초이'는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다.

 이 글의 진위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노이즈 마케팅이 무엇인지 잘 알려주는 예시임에는 틀림없다.

노이즈 마케팅(한국어식 영어: noise marketing)은 상품의 홍보를 위해 고의적으로 각종 이슈를 만들어 소비자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마케팅 기법으로 특히 단기간에 최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경우에 쓰인다.

노이즈 마케팅(한국어식 영어: noise marketing)은 상품의 홍보를 위해 고의적으로 각종 이슈를 만들어 소비자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마케팅 기법으로 특히 단기간에 최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경우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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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퍼 판매 종료 예고문 (버거킹 공식 홈페이지)
와퍼 판매 종료 예고문 (버거킹 공식 홈페이지)

 

4월 8일, 버거킹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와퍼 판매를 종료한다는 공지를 올렸다.공식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카카오 채널 메세지로도 발송되었기 때문에, 여파는 컸다. 한국 철수 이야기부터 기프티콘 소멸 여부까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와퍼'는 버거킹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버거킹에서는 와퍼의 빵을 변경하고 패티에 소금 및 후추로 간을 하는 등 와퍼에 대한 리뉴얼이 진행되는것은 맞지만 와퍼의 판매가 아예 종료되는것은 아니라는 해명을 했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했다.

4/1~4/13 '와퍼' 부정어 언급 추이 (출처 - 썸트렌드)
4/1~4/13 '와퍼' 부정어 언급 추이 (출처 - 썸트렌드)
4/1~4/13 '버거킹' 부정어 언급 추이 (출처 - 썸트렌드)
4/1~4/13 '버거킹' 부정어 언급 추이 (출처 - 썸트렌드)

 

실제 와퍼 판매 중단 공지가 게시된 4월 8일 이후 와퍼와 버거킹 관련 부정어 언급이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와퍼의 노이즈마케팅 실패의 이유는 무엇일까?

'어그로'의 시대

 어그로라는 단어는 본래 RPG게임에서 몬스터를 상대로 가하는 위협 수준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여러명의 파티원이 몬스터를 공격할 때, 몬스터는 가장 높은 어그로 수치를 가진 유저를 우선순위로 공격하게된다. 

 여기서 비롯되어 오늘날 어그로는 '관심을 끌고자 하는 행위' 를 뜻하는 말로 사용된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언어에 반영되듯, 언어가 우리의 생각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어그로라는 단어 등장 이전에는 그저 조금 실패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생각되었을 것들이, '어그로 마케팅'같은 이름을 달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된다.

 '새로운 와퍼에 대한 기대를 환기 시키기 위한 다소 자극적인 노이즈 마케팅'은 해당 메세지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어그로'로 받아질 수 있는것이다.

노이즈마케팅과 어그로는 종이 한장 차이다.
노이즈마케팅과 어그로는 종이 한장 차이다.

 

버거킹은 조금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왜냐면 2020년 롯데리아도 비슷한 노이즈마케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2020년, 롯데리아는 폴더버거를 출시하며 '버거 접습니다' 공지를 올렸다.
2020년, 롯데리아는 폴더버거를 출시하며 '버거 접습니다' 공지를 올렸다.

 

2020년 롯데리아도 폴더버거를 출시하면서 '버거 접습니다' 라는 포스터를 일부 매장에 내걸었던 적이 있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와퍼의 노이즈마케팅이 어그로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맥락/여백의 부재

롯데리아의 '버거 접습니다' 공지는 단 6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한 회사의 사업 철회 공지라기에는 너무 어설프다. 2019년 갤럭시 폴드로 '접다'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상황에서 '접습니다'를 빨간색으로 강조한 것 역시 여백을 준다. 많은 사람들이 진짜 사업 철회로 오해하지 않도록 새 메뉴에 대한 홍보물이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케터의 마음이 엿보인다.

다시 버거킹의 공지를 보자

너무 진지하다
너무 진지하다

 

어디에도 여백이 없다. 정말 판매를 종료한다는 공지로밖에 안보인다. 조금은 뒤틀어서 생각 할 수 있는 틈을 줬다면 어땠을까?

노이즈 캔슬링의 시대

 블레어위치라는 공포영화가 있다. 1994년 다큐멘터리 촬영 중 실종된 영화학도 3명이 촬영한 영상이 발견되어 영화로 개봉했다는, 지금은 익숙한 마케팅 이지만 이 설정 하나로 제작비의 330배를 벌어서 기네스북에 오른 영화다. 이 영화는 실제 실종자를 찾는 웹페이지까지 만들어서 영화 홍보에 활용하기도 했다. 1999년에 개봉해서였을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솔직히 나도 당시 영화관에서 봤으면 믿었을 것 같다.

 블레어위치의 엄청난 흥행 이후 파운드푸티지 장르 공포물이 우후죽순 개봉했지만, 성공한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모두를 속일 수 있는건 처음 단 한번이기 때문이다.

 노이즈마케팅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더욱 똑똑해졌고, 노이즈는 자칫 어그로로 전락하기 쉬워졌다. 성공적인 노이즈 마케팅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쉽지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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