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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토스 제품팀에 강력한 사업팀이 더해진다면?

by 손현

1. 토스가 발견한 새로운 사업 기회, B2B

요즘 토스앱을 열면 공동구매나 광고, 대출 갈아타기 등 예전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접할 수 있어요. 언제부터 어떤 변화가 시작된 건가요? 토스는 플랫폼과 제품 측면에서 뛰어난 금융 수퍼 앱이에요. 지난 1~2년 동안 자체적인 제품 역량을 토대로 이를 B2B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앞서 서현우 토스 운영·재무 헤드가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단단한 체력을 갖추는 일”을 강조했듯, 더 큰 성장의 기반을 만드는 게 필요하거든요.

B2B 플랫폼으로서 토스의 매력은 뭔가요? 우리에게는 풍부한 사용자 풀과 양질의 데이터 등이 있습니다. 단순히 토스의 데이터 분석 능력이나 제품 활용 능력으로 단기적인 효용을 늘리는 데 그치는 관계가 아니라, 고객사의 원천적인 경쟁력을 만들어주는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이미 다양한 제휴사에서 사용자 중심의 질적, 양적 성장이 담보된 금융 플랫폼의 B2B 기회에 관해 먼저 문의를 주거나 관심을 보이고 있고요.

2023년 상반기 전사 발표 때에도 B2B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적이 있어요. 어떤 맥락이었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토스의 기업 미션 중 하나가 ‘금융 시장의 고객 경험을 재정의’하는 건데요. 이 미션을 달성하려면, 우리에게 매출을 창출하는 고객 경험을 다시 두 개의 축으로 바라보자는 게 요지예요. 그동안 앱 사용자의 경험에 몰두했다면, 이제는 토스와 협업하는 B2B 파트너사와 기관 등 또 다른 고객(account)의 경험까지 챙겨야 균형을 이루며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플랫폼으로서 토스가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 영역이 B2C뿐 아니라 B2B까지 확대 중인 전환점 같습니다. 현재 토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왼쪽 바퀴와 오른쪽 바퀴로 설명될 수 있어요. 토스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500만 명을 왼쪽 바퀴에 비유한다면, 외부 제휴사나 기관은 오른쪽 바퀴에 해당합니다. 토스는 양측 고객에게 모두 가치를 제공하면서 성장하는 모델이죠. 매출 규모가 커진 지금은 1%의 성장이라도 그 절대적인 액수가 달라요. 그동안 토스가 앱 사용자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면, 이제는 B2B 고객을 통해 매출이 증가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고객의 두 축이 동등하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이전까지 앱 사용자의 경험에 몰두해 온 토스 팀원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품을 통한 성장뿐 아니라 사업과 매출을 탄탄하게 만들어가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공감대를 확대하는 게 처음부터 쉽진 않았어요. 여러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여 어려움이 많았어요.

어떤 어려움인가요? 팀원 대다수가 해오던 일이 매출 창출은 아니었잖아요. 본인이 지금까지 맡았던 업무를 여러 사람에게 나누고, 전혀 다른 결의 일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어요. 토스의 속도로 인해 다시 정비하는 과정이 빠르게 이뤄져야 했고, 때로는 과감한 실행도 필요했어요.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 있어요. 가령 내가 고객사와 다져온 관계가 있는데, 낯선 10명이 나타나 분담한다고 해볼게요. 그럼 본인 스스로 10명 중 한 명이 된다고 느낄 수 있으니까요. 마침 지난 2~3년 동안 자본 시장이 바뀌면서 저금리 시대가 사실상 끝났습니다. 시장이 바뀔 때, 토스팀은 더 빠른 속도로 체질을 바꿨어요. 적자 기업에서 벗어나 자생적 수익을 통해 장기적으로 나아갈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팀원들의 공감대가 빠르게 모였어요.

B2B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어요.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현재 주요 사업으로 광고, 마켓플레이스(대출 등 금융상품 중개), 결제, 공동구매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 모바일 알뜰폰이나 퍼스널 모빌리티처럼 정부 정책 변화나 전략에 따라 벌이는 신사업도 있고요. 우선 각 비즈니스(이하 사업) 영역별로 나누어 얼마나 더 매출을 창출할 수 있을지, 아직 비어있는 영역은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등을 살폈어요. 대출 등 금융상품 중개나 결제 매출을 점진적으로 키우는 동시에 광고, 공동구매 등 신규 사업 영역에서도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냈습니다. 작년 11월 기준, 토스 광고 사업은 월 매출 100억 원을 넘기기도 했죠.

물론 토스가 이미 뛰어난 제품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사업팀은 뛰어난 제품을 기반으로 강력한 영업을 병행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매출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영업 현장에서 금융사, 기관, 제휴사가 원하는 것, 고객이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하고 각자의 성공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다시 제품에 반영하는 피드백 루프를 만들면서요.

2. 제품과 고객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사업 부문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직군이 통합되거나, 직무명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직군을 통합하거나 직무명을 바꾸는 과정에서 팀원들의 반대도 있었어요. 한편 사업팀으로서 토스의 매출에 기여하고 싶다는 팀원들의 니즈나 열망은 공통적으로 컸어요. 그동안 저희가 사업개발을 하든 컨설팅을 하든 다양한 일을 해왔지만 그 일의 본질은 스케일을 만드는 영업이거든요. 이제는 팀으로서 0→1뿐 아니라 1→100를 달성하는 일도 강조되고 있어요. 그런 관점에서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무엇인가요? 제품을 더 잘 알 건지, 고객을 더 잘 알 건지 정해야죠. 전자를 택한다면, 가령 특정 대출의 영역, 특정 광고의 영역을 더 정확하고 많이 아는 게 유리하겠죠. 저희는 후자를 택하기로 했습니다. 리테일, 시중은행, 증권사 등 고객 영역을 더 잘 알면 제품과 더불어 산업의 전문성도 따라오거든요.

산업 전문성은 어떻게 키울 수 있나요? 🔊 고객에게 배워요. 증권업을 맡았다고 가정해 볼게요. 증권사를 몇 군데 돌아다니면서 고객의 니즈를 듣고 우리 쪽 제안서를 다듬다 보면, 현재 증권사가 당면한 문제는 무엇이고,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알게 돼요. 이분들이 성공하기 위해 혹은 그 예산을 저희에게 쓰려면 우리 제품이 어때야 하는지 역으로 아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인사이트가 쌓이겠죠.

사업팀이 현장에서 얻은 인사이트는 제품팀에게도 큰 도움이 되겠군요. 제품에 적용해 개선한 사례도 있을까요? 신용카드 사업의 예시가 있어요. 토스는 그동안 카드사와 신규 카드 발급을 주로 협업해 왔는데요. 고객사와 논의하다 보니, 휴면 카드가 그들의 고민거리라는 점을 알게 됐어요. 카드사는 이들을 활성화하기 위해 큰 돈을 들여 상품권을 주거나 장문 메시지(LMS)의 문자를 몇만 개씩 보내고 있었고요. 신규 발급도 좋지만 잠들어 있는 카드 100만 장을 토스페이를 통해 활성화시키면 서로 윈윈이지 않을까 판단했죠. 몇 주만에 휴면 회원을 활성화시키는 웨이크업(wake-up) 제품을 출시했고, 꽤 높은 전환율을 만들어 냈어요. 증권사나 은행에도 이런 휴면 회원들이 많기 때문에, 비슷한 맥락의 제품 출시가 곧 예정돼 있습니다.

△ 휴면 회원들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웨이크업 가상 예시. 한정판 캐치 인형을 **카드로 결제 시,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제품의 힌트가 현장에 있었군요. 영업 활동을 통해 고객을 만나다 보면, 가끔 뚜렷한 목적 없는 대화를 나누거나 그들의 고충을 듣기도 해요. 고객이 힘들어할 때 우리가 훨씬 더 좋은 효율로 그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해결해 드릴 수 있다면, 그 부분을 지속적인 매출로 가져올 수 있을 거예요. 뛰어난 제품팀과 강력한 사업팀이 좋은 파트너십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봐요.

자체적인 분석으로 가치를 제공해 성과를 낸 사례도 있을까요? 모 패션몰 사례가 있습니다. 고객사는 청소년 고객층을 이미 충분히 확보했다고 생각했지만 저희가 분석해 본 데이터로는 그렇지 않았어요. 그 패션몰의 추정보다 잠재 청소년 고객층이 훨씬 컸거든요. 가설을 세워 고객사에 제안했고, 결제와 광고를 토대로 하고 디지털 마케팅을 병행하니 그들의 매출이 더 높아졌어요. 이처럼 토스가 그들의 성공을 만들어드리는 포지션이 되도록 차별화하려고 해요.

한 번이라도 그 성공을 경험하다 보면, 고객이 계약을 갱신할 가능성도 높겠군요. 단순히 비용을 낮추거나 혹은 세일즈 프로모션을 많이 해서 고객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토스의 데이터, 분석 능력, 제품 활용 능력을 고객사의 원천적인 경쟁력을 만들어주면 이는 보다 장기적인 파트너십이 될 거예요.

3. 토스의 성공은 고객의 성공과 함께 간다

토스에서 말하는 탁월한 세일즈란 무엇인가요? 사업마다 다양한 관점이 있을 텐데요. 고객사 기준으로 3단계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1단계, 고객이 토스를 선택하는 겁니다. 토스 사업 팀원 하나하나가 맡고 있는 산업을 잘 이해하고 그들의 니즈를 잘 파악해 오는 게 기본이겠죠. 🔊 2단계, 토스와 함께 일한 분이 승진하는 겁니다. 개인 간 관계에서 승진에 비유했지만, 그러려면 일단 회사의 성과가 좋아야 하고 토스랑 일하면 잘 된다는 신뢰를 쌓아야 해요. 마지막 3단계, 고객이 이직을 부탁하는 단계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드려요. 본인이 어떤 사업을 하면서 그때그때 만나 프로젝트를 같이 하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그중에서도 정말 믿고 맡길 수 있는 사이가 있을 테고, 그다음에는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을 나누는 사이도 있을 거예요. 저는 고객이 이직을 부탁하는 마지막 단계가 가장 높은 수준의 신뢰 관계라고 봐요. 좋은 의미로, 자신의 커리어 성장을 위해 토스의 사업팀을 만나면 더 좋은 자리에 갈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고, 그런 인간적인 부분까지 부탁하는 관계라면 회사의 영속적인 성공을 만들 수도 있겠죠. B2B에서는 적어도 10년, 20년 동안 함께 성공하는 관계가 중요합니다.

△ 김규하, 토스 비즈니스 헤드

기업 대 기업으로 만나지만 결국 사람이 일하니까요. 사람에 비유했지만 은행이 될 수도, 대기업이나 유통사가 될 수도 있어요. 고객사 임원이건 담당자건 예산 일부를 토스에 쓰는 행위는 곧 자신이 그 책임을 지는 거예요. 고객 먼저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예산의 일부라도 저희에게 쓸 수 없을 겁니다.

“(사업팀은 어떤 산업에서든) 문제를 진단하고,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 속에서 토스팀의 이익을 추구합니다.” — 김규하, 2023년 상반기 전사 발표 중

사업 부문이 다양함에 따라 이해관계가 상충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중요한 계약을 위해 사업팀 내부에서 서로 양보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가령 결제 사업 때문에 광고를 무상으로 제공해야 하거나, 중개 사업이 광고 사업과 충돌하는 때도 있고요. 사업 관점에서 이해 상충은 늘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를 정리하는 원칙이나 기준도 있나요? 두 가지를 봅니다. 토스팀의 성공의 크기, 그리고 고객의 성공의 크기예요. 무엇이 토스팀에 더 장기적인 매출과 순익을 만들어줄 수 있을지, 그리고 고객이 토스팀을 믿고 일했을 때 어떻게 해야 더 큰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어떻게 보면 매우 고전적인 원칙이죠. 이 원칙이 있어야만 팀 내부에서도 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요.

사업팀을 보면 익숙하지 않은 산업에서도 과감히 영업 활동을 하시는 게 인상적이에요. 금융권 출신이 금융권 영업을 더 잘할 것 같나요? 틀린 생각입니다. 적어도 사업의 세계에서는요. 토스 사업 부문이 원하는 인재 모델도 비슷해요. 기꺼이 새로운 산업을 맡아 그 밭(territory)을 갈고 성장하는 그림을 만들 수 있는 분들을 원해요. 내가 원래 알던 은행의 밭이든 보험의 밭이든 잠깐 도움이 되겠지만, 그 밭에만 머무르는 건 매우 위험한 생각이거든요. 본인의 경력이나 팀의 성공 측면에서 둘 다 좋은 접근은 아닙니다.

한 분야의 밭에만 머무르는 게 왜 위험한 생각인가요? 흔히 ‘어디 누구를 안다’는 식의 영업이 있습니다. 하나의 업권*이나 고객에 머무르면, 점점 ‘누구를 안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생겨요. 전문적인 사업 담당, 영업 직군이라면, 어떤 산업을 맡든 그 산업을 분석하고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임팩트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고 실행하는 역량이 중요합니다. ‘아는 누구’를 레버리지 하는 것보다는 앞서 언급한 역량을 더 신뢰하고 높은 가치를 부여하거든요. * 어떤 영업이나 사업의 범위.

이해했습니다. 거시적으로는 보면, 모든 산업에는 불황과 호황이 있어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특정 산업의 전문성에만 매몰되면, 업황이 좋지 않을 때 실적을 올리기가 어려워집니다. 사업 직군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산업을 맡고 그 업황의 상승기까지 반영한 결과물을 조직에 가져오는 능력이 필요해요. 저희는 이런 표현을 쓰기도 해요. ‘우리는 2천 명 이상의 토스 전 계열사를 대신하여 영업하고 사업할 대표를 원합니다. 모 금융사 대리나 모 증권사 과장을 원하지 않습니다.’ 고유의 영역을 존중하되 또 다른 영역에서 밭을 갈고, 그렇게 2~3년 주기로 새로운 밭을 만드는 사람의 가치는 자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밭 가는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기도 하나요? 네, 사업 부문에서는 매월 한 번씩 ‘스포트라이트 세션’을 운영하고 있어요. 각자 맡은 업의 형태가 다르지만 공통 관심사를 이끌어내는 일이 필요하거든요. 최근에는 별 접점이 없다시피 한 글로벌 테크기업 A사와 제휴를 맺기까지 담당자가 얼마나 제안서를 많이 다듬었는지, 동료 피드백을 수용하는 과정을 상세히 공유하기도 했어요. 물론 계약을 성사시키기까지 시도한 방법을 다른 동료가 그대로 쓸 순 없어도, 영감은 충분히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간접적으로 그간의 영업 과정을 보니 고되고 힘든 순간들이 많았더군요. 🔊 뭔가 부탁하는 일은 인간이 지닌 기본 욕구는 아니에요. 여러 번 거절을 당해요. 그럼에도 영업을 통해 무언가 이끌어내는 건, 본질적인 감정이나 자존감을 희생하는 데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여기에 더해, 그저 지나가는 영업 사원이나 경쟁자를 넘어 신뢰할 만한 파트너 위치까지 올라가도록 노력해야 해요. 그래야만 고객이 자신의 커리어까지 부탁하는 사이가 됩니다.

세일즈와 영업을 담당하는 분들께 더 많은 인정과 칭찬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해부터 사업 부문 중 우수한 성과를 낸 팀원을 뽑아 시상하는 토스 세일즈 엑설런스 어워즈(Toss Sales Excellence Awards)*를 진행 중이에요. 현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토스팀을 위해 기꺼이 내 자존감이나 자존심을 살짝 접어두고서라도 성과를 만들어오는 분들을 더 축하하고 격려해 드리고 싶었어요.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토스팀에서 굳이 사업 부문만 따로 시상하는 게 괜찮을지 걱정했는데 다들 공감해 주셔서 다행이에요. * Top Deal Maker, Impact Maker, Growth Maker, Super New Talent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하며, 2024년부터 반기에 한 번씩 열리는 걸로 바뀌었다.

△ 김규하, 토스 비즈니스 헤드

4. 영업에도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글로벌 SaaS 기업의 한국 지사장까지 역임하다가 2022년 8월 토스로 오셨어요. 토스로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공식적으로 일해온 햇수를 세어보니 25년이 넘어요. 드러낼 만한 학벌이나 배경이 없음에도 일을 일찍 시작한 덕에 감사한 기회들이 여럿 있었어요. 창업했다가 건강 문제로 그만둔 적도 있고요. 이후 커리어를 쌓는 동안 크고 작은 외국계 기업의 CRO(Chief Revenue Officer)나 CBO(Chief Business Officer)들을 만났는데 다들 많은 존경을 받는 인물들이었어요. 어쩌면 토스에서 이 역할을 제대로 정의하는 일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또 다른 계기는 개인적인 성향 때문인데요.

어떤 성향인가요? 남에게는 관대하지만 스스로 이룬 성취나 평가에 대해 가혹한 편이에요.

완벽주의인가요? 아니오. 의심하는 거죠. 어린 나이에 불쑥 지사장을 맡거나 외국 체류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해외 영업을 할 때에도 ‘이게 될까’하는 마음이 늘 있었어요. 한편 지난 25년 동안 좋은 영향을 주는 분들을 만나면서 ‘이게 되네’를 계속 경험했습니다. 운도 많이 따랐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받은 걸 베풀고 싶은 마음(give back)이 커서 토스에서도 개개인의 커리어 발전을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그들의 성취는 제게도 즐거운 일이거든요.

토스팀에는 유독 일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규하님의 정의도 있을까요? 주인의식이요. 최종 의사 결정권자(DRI)와는 조금 달라요. 내 일, 내 고객, 혹은 내가 맡은 계약에 대한 주인의식이 출중한 분들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아요. 여러 실패의 경험이 쌓이고, 다양한 산업이나 복잡한 계약에 도전해보기도 하죠. 이 경험을 쌓은 분들이 강력한 주인의식을 보여줍니다. 이는 곧 고객 성공이나 신뢰 기반의 관계와도 이어지고요.

예전 영업과 요즘 영업은 성공 전략이 다른가요? 예전의 영업은 지금보다는 단순했던 것 같아요. 서버를 팔거나 특정 계약을 따내고 정산하면 끝이었어요. 지금 그렇지 않아요. 지금 토스가 하는 많은 사업이 곧 고객의 성공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나아가 앱 사용자까지 만족시키는 전체 사이클을 만들려면 주인의식이 필요할 수밖에 없어요. 본인만의 여력(bandwidth)뿐 아니라 전체를 보는 시선을 토대로 더 큰 성공을 가져다주는 분이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연말, 팀원들에게 영화 <행복을 찾아서 Pursuit of Happiness>와 <머니볼 Money Ball>을 추천하신 적이 있어요. 간단히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행복을 찾아서>는 개개인의 영업팀, 사업 팀원으로서 우리가 왜 영업을 하는지(why we fight), 세일즈를 통해 무엇을 이루어 낼 수 있는지 말하는 영화예요. 그리고 <머니볼>은 규모를 키우는 방법을 잘 말해줘요. 세일즈팀을 왜 스포츠팀에 비유하는지, 영업팀의 성취가 스타플레이어보다 원팀 정신으로 잘 설계된 스포츠팀에 어떻게 좌우될 수 있는지, 그 결과와 과정이 어떻게 드라마틱한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지 보여주죠. 공교롭게도 해외 비즈니스 스쿨에서도 가장 직급 높은 사장들을 모아놓고 두 영화를 보여주며 토론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두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토대로 연초를 준비하는 우리의 마음을 다지고 싶었습니다.

△ 영화 <머니볼>과 <행복을 찾아서>

“야구 클럽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선수를 사는 관점에서 생각해요. 선수를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승리를 사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해요.” — 영화 <머니볼> 중 피터 브랜드(극 중 메이저리그 만년 하위팀 '오클랜드 에슬레틱스' 야구팀에 영입된 경제학과 출신의 야구 분석가)의 대사

올해 사업 영역에서 가장 신경 쓰는 건 무엇인가요? 매출 규모를 더 키우는 일이에요. 토스의 주요 사업이 곧 6개 영역으로 확장되면 6기통 엔진(V6)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부 사업은 시기나 시장 여건에 따라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을 수도 있어요. 가령 대출 중개 사업이 주춤할 때면 광고 사업 매출이 더 커지고, 광고 사업이 주춤할 때면 다른 사업에서 매출을 올리는 식으로요. 전체 엔진을 보면 각 사업별 등락에도 불구하고 매우 안정적인 동력원이 될 수 있어요. 그런 포트폴리오 효과를 갖추면서 매출 성장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토스가 금융을 재정의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규하 님의 답을 들려주세요. 개인적으로 체감하는 토스의 금융은 민주화와 대중화 같아요.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송금을 하는 세상으로 바뀐 것처럼 이제는 토스의 다양한 사업을 통해 내 자산을 쉽게 살펴보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누구나 본인의 경제생활을 건전하게 고민할 때, 토스가 가장 민주적이면서 대중적인, 동시에 신뢰를 주는 파트너가 되면 좋겠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 사회에 긍정적인 베풂(give back)을 만들지 않을까요.

규하 님의 역할은 사업으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매출과 이익까지 만드는 거겠고요. 모든 시민의 금융을 나아가게 하려면, 일단 우리부터 돈이 있어야 되잖아요. 사업팀은 땔감을 구해오는 존재들이에요. 아니, 이제는 보다 효율이 좋은 영속적인 연료를 제공하는 존재가 되어야 해요. 저희가 기꺼이 현장을 다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규하는 1세대 인터넷 스타트업과 오픈소스 SW기업 한국 지사장, 창업 경험과 글로벌 IT 기업에서의 컨설팅, 소프트웨어 및 AI 비즈니스 리더십, 글로벌 SaaS 회사의 한국법인 대표를 거쳐 2022년 8월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 합류했다. 현재 토스의 비즈니스 헤드로서 토스의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는 모든 사업 영역을 총괄하고 있다.


Words 김규하 Interview 손현 Cover 조수희 Photography 김예솔 Graphic 함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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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

토스팀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토스가 더욱 사랑받는 서비스,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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