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에게_카페 인사이드_정인한

2021.07.28 | 조회 1.01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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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먼저 고맙다는 말을 드리고 싶었어요. 이렇게 부족한 공간을 선택해주어서 덕분에 길이 조금은 보이는  같았거든요. 저는 생각보다 사람을 사귀는 것을 어려워하는 편이에요. 정확히 서로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짧은 순간 대화를 통해서 판단하는 것은  부담이 되더라고요. 그저   동안 면접을 보고, 별것 아닌 제가 반려를 하거나, 승인하는 것이 주제넘은 일이라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저녁 시간,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카페의 구성원이었던 당신께서 오랜시간 동안 일을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 하나의 작은 문제가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새로운 사람이 오게 되면, 좋은 점이란 저도 초심을 떠올릴  있다는 , 손님도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경험할  있다는, 습관이 되어버린 행동이 없어서 모든 것을  맞게 가르칠  있다는 것이 되겠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허물어지기 쉬운 것들이라 없던 것으로 생각하면 되지 싶어요. 그대가 조심스러운 품성이라 들어서 오히려 다행이다 싶더군요. 그것은 그만큼 자기 객관화가 되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그렇다면 경솔하지 않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도 당신을통해서 우리가 배울  있는 것들이 많을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당신은 길거리의 이름 모를 작은 생명도 애틋하게 여기는 따뜻한 사람이라 모든 것이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길고양이라생각하고 손님을 반겨주셨으면 해요. 카페 벽면을 가득 메운 사진을 보거나, 책꽂이에 붙은 이름 적힌 쿠폰을 보면 알겠지만, 사실  공간은 손님 덕분에 유지되는 곳이거든요. 누구도 오지 않는다면, 저도 뭔가 나눌 것이 없게 되겠죠. 어쩌면주는 급여는 제가 아니라 그들이 주는 것이라 여겨도 되지 싶어요. 그래서 손님이 오면 진심으로 환대하고, 정성을 다해서소통하길 바랍니다. 생각보다 환대한다는 것과 정확하게 소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거든요. 

대개 사람은 어떤 말을 하고서도, 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주문을 재확인하는 것도 그런오해를 막기 위함이고, 내가 하는 행동을 다시 한번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것도 그런 의미에요.  공간에 바리스타로있는 , 손님이든, 함께 일하는 동료든, 그들의 언어를 소중하게 여겨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실수와 오해를 줄이고 서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테니까요. , 알겠다는 말보다는,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같아요. 

때때로 컴플레인 들어오고, 무례하게 느껴지는 손님도 있거든요. 언제나 환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상식을 넘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손님도 있고요. 나이 불문하고 하대를 하는듯한 손님도 있어요. 그러면, 혼자서 속상해하지 말고, 저에게 이야기해 주세요. 제가 맞장구를 쳐주지는 못할 수도 있겠지만,  기울여 듣고 상처받은 것보다  존중할  있는 파트너가 될게요. 

저는 마음에 상처를 주는 손님이 있다면, 따뜻한 커피를   드리는 편이에요. 쾌적한 공간에서 따뜻한 것을 쥐고 있으면 마음이  온도를 따라간다고 읽었거든요. 실제로 커피 안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향정신성 약물이기도 하고요. 해서 무심한 마음이 두근거리게끔  잔의 커피를  드리는 편이에요. 그러면 대개 다음에는  따뜻한 관계로 이어지게 되더라고요. 

머신 앞에 섰을 때는,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좋은 원두와 값비싼 우유를 사용하고, 제법 괜찮은 머신이기 때문에 기본에 충실하면 맛있는 커피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다만, 기본은 타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른 포터 필터와  글라스, 얼룩 없는 스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청결한 , 앞뒤로 끈적이지 않는 트레이. 혼자 있거나, 바쁠 때는 타협하고 싶어지지만, 그런 행동이 반복될 수로  일은 귀한 직업이 아니라, 언제든 그만두고 싶은 직업이  수도 있어요. 

서빙할 때는 크레마가  선명했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그것에 민감한 편이거든요. 한꺼번에 많은 커피를 내려서  번에 서빙하는 것보다, 나누어서 가져다주는 것이  진지한 바리스타의 자세라고 배웠어요. 가져다줄 때는 내려놓고 바로 오는 것보다는 간단한 설명을 곁들어준다면  좋고요. 적어도, 부족하다면 커피를  드린다는 말을  전했으면 해요.  세상은 그저 살아가기에도 근심이 생기는 법이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금의 커피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다가, 조금씩 여유가 생긴다면, 종종 3인칭 시점으로  공간과 자신을 둘러봤으면 좋겠어요. 바의 전체적인 컨디션이라든지, 배치된 의자의 모양이라든지, 자신의 표정이라든지. 정돈된  공간 속에서  표정이 행복해 보였으면 좋겠어요. 마음마저 그러하면  감사하고요. 아마도 저는 매일의 날씨를 확인하듯 당신의 표정을 바라보지 싶어요. 동행하는 시간 동안 당신의 삶이 조금씩  나아지길 바랄게요. 앞으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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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인사이드 글쓴이 - 정인한

김해에서 카페를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동안 에세이를 연재했고, 지금도 틈이 있으면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무엇을 구매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작은 의미를 찾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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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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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erry kim

    1
    over 2 years 전

    누군가와 같이 일을 하는 사람 정성이 느껴집니다. 저도 오늘은 동료들이 어떻게 지내고있는지 살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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