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방식으로 관계맺기_사랑의인문학_정지우

2021.10.06 | 조회 9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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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방식으로 관계맺기_사랑의인문학_정지우

 “사랑하는 방식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이 방식은 인간의 본성을 고려할 때 유일하게 만족을 주는 방식이다. 사랑이란 그 사랑에 관여한 사람들의 온전함과 현실을 둘 다 보존하는 유일한 형태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복종하거나 그에게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사랑’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사람은 —상대에게 복종하는 사람이건 상대를 지배하는 사람이건— 자신의 온전함과 독립이라는 인간의 기본 특성을 상실한다. 진정한 사랑에서는 타인과의 연관성과 자신의 온전함이 보존된다.”  (에리히 프롬,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중에서)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는 두 가지 속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하나는 ‘타인과의 연관성’이며, 다른 하나는 ‘자신의 온전함’이다. 이 두 가지가 모두 만족될 때, 프롬은 그것이 온전한 ‘사랑의 관계’라고 본다. 달리 말하면, 둘 중 하나가 없는 사랑은 사랑이라 부르더라도 온전한 사랑이라 볼 수는 없다.

대표적인 것이 ‘자기 자신’만이 있는 사랑이다. 이런 사랑을 나르시시즘적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텐데, 이런 사랑에서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로 수렴되는 관계성 뿐이다. 상대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를 위한 트로피로 상대가 필요할 뿐일 수도 있다. 아니면, 상대를 오로지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목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상대에 대한 공감능력은 전혀 발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타인과 온전한 연관성을 유지하는 일도 아닐뿐더러, 자기 자신의 온전함을 위하는 방식도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 자신을 넘어서서 타인에게 자신을 내어주고, 그렇게 자발성과 창조성으로 타인과 관계맺을 때 진정으로 ‘살아있는’ 존재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원히 자기 안에 갇힌 채로, 자기 이익만을 좇는 인간은 에리히 프롬이 볼 때 제대로 ‘존재’하는 인간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이익이나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넘어서야만, 인간은 자기의 창조적인 본성에 따라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사랑의 관계라는 것도 바로 그런 창조적 본성을 실현시키는 관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타인과의 관계성이 너무 강해진 나머지 자기 자신의 ‘독립성’을 잃어서도 안된다. 사랑의 감정에 빠져서 자기를 상실해버리는 순간, 그 역시 자기의 온전한 ‘자발성’으로 상대와 관계를 맺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열정에 휩싸여서 수동적으로 감정에 이끌려가며 맺는 관계에 불과해진다. 자기 스스로 더 나은 삶을 위하여, 더 온전한 존재, 더 성숙하고 성장하는 미래를 위하여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마치 마약 중독자처럼 사랑의 열정에 이끌려가는 것이다. 그 또한 프롬이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진정하고도 온전한 사랑이 있다면, 자기의 독립성을 지켜내면서도 타인의 인격을 존중하며 맺는 관계이다. 서로가 서로를 독립적인 존재성을 유지하면서, 각자의 자발성으로 서로에게 자기 자신을 내어주면서, 역동적으로 맺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각자의 세계를 선물하고, 서로를 위한 일들을 상상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위한 사랑을 해야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이런 사랑의 방식은 참으로 쉽지 않고, 너무 교과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나, 모든 일에는 이상이 필요하다. 우리가 이상적으로 살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이상에 계속 자극받을 필요는 있는 것이다. 프롬이 주장하는 ‘이상적인 사랑’ 또한 우리의 사랑을 자극하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실제 사랑은 그런 이상에 계속 접근해가는 과정이면 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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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인문학' 글쓴이 - 정지우

작가 겸 문화평론가로 활동하며, <청춘인문학>,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너는 나의 시절이다> 등을 썼습니다.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쓰면서 더 잘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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