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연말 잘 마무리하고 또 새해를 맞이할 준비는 잘 하고 계신가요, 올해는 크리스마스도, 또 새해 첫날도 자연스럽게 월요일 연휴가 되었습니다, 일주일을 7일로 하는 태양력 체계에서 저는 으뜸인 휴일이 월요일 휴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주를 일찍 끝내는 느낌이 나는 금요일 휴일도 물론 좋고, 이틀 일했을 뿐인데 하루 쉬어서 한 주가 듬성듬성 어영부영 흘러가게 만드는 수요일 휴일도 좋지만, 역시나 일요일이 끝나야 하는 타이밍에 사실은 휴일이 하루 더 남아서 굉장히 넉넉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월요일 휴일이 저는 제일 좋습니다,
세상에는 '맛있는 것을 먼저 먹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나중에 먹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사실 먹을 것으로 치면 맛있는 것을 먼저 먹어서 그 기쁨을 극대화하려고 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분명 여러 면에서 앞서 고생하고 차라리 나중에 편해지는 일을 선호하는 성격이 있는 듯합니다, 이 태도를 두고 종종 심리학에서는 '만족 지연'에 대한 성향이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개인적 호불호일 수도 있고, 우리가 속한 문화권의 경향성일 수도 있습니다만, 휴식에 대해서라면 애써서 힘든 일들을 겪어내고 나중에 몰아서 쉬는 것이 좋습니다,
어쩌면 그런 성향이 인생 전체에도 작동해서, 지금 순간순간의 휴식과 회복을 추구하기보다는, 인생 끝자락에 은퇴에 대한 모호한 꿈을 꾸며 현재를 희생하여 과로 속에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만족 지연이 인생의 장기적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고, 또 한 편으로는 그런 연구를 비판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인생에서의 행복과 만족이라 함은 개인의 기질과 더불어, 그 주변의 공동체와 사회경제적 여건 등 수많은 변수들이 고려되어야 하니, '현재를 즐겨라'와 '지금 절제하며 미래를 준비하라'는 어느 한 쪽이 항상 꼭 옳은 것이 아니라, 자기 계발에 대해 영 끝나지 않는 논쟁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생 전체가 아니라 며칠 단위, 혹은 주간이나 월간 내에서 휴일을 배치하는 방법이라면, 역시 바쁘게 일할 때에 몰아서 일하고 나중에 몰아서 쉬는 것이 좀 더 만족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인생의 선택과 행복에 대한 수많은 가설과 이론에도 불구하고, 이견 없이 인생의 당장의 행복이나, 또 장기적 행복이나, 어느 쪽에서든 행복을 추구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것이 있는데 바로, '좋은 사람'과 보내는 시간입니다, 제가 아는 한 동서고금의 어느 격언에서든, 현대의 심리학 연구나, 조금 큰 단위의 사회적 연구에서도, 이를 부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좋은 사람'은 보통은 가족이거나 연인이겠지만, 또 항상 그렇지만도 않으니 '좋은 사람'이라고 써보겠습니다, 내가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사람인 동시에, 나에게 신뢰를 주고 심리적 지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죠, 가끔 온전히 혼자 지내는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역시 사람은 그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인간의 본성인 것 같아요, 저는 연인을 얻거나 아이를 낳거나 때로는 구속과 결속을 전제하는 그 힘들 수도 있는 과정이, 모두 그 고독을 극복하기 위한 교환적 선택이라는 생각을 좀 갖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습니다만, 꼭 이런 얘기를 하면, '그 고독은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아도 아주 없어지는 것은 아냐'라고 덧붙이는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요,
전 세계에서 최고로 유명한 유튜버 미스터 비스트의 영상을 보면, 종종 사람들이 독방에 갇히는 것 같은 챌린지를 할 때가 있습니다, 지원자들이 보상을 받고 참여할 때도 있지만, 심지어 미스터 비스트 본인이 도전할 때도 있죠, 그런 영상을 몇 편만 보면 사람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공간에서 지내는 일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알게 됩니다, 종종 우리는 디지털 방식으로 그 소통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기도 하지만, 역시 최고의 고자극은 물리적 실체라고 생각해요, 그게 고자극이기 때문에 더 부담스럽고 어려운 지점도 있을 뿐이죠,
저는 모처럼 휴일을 가족과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다 따로 사는 가족이고, 매일 보고 같이 살면 부딪히고 불편할 일이 한 두 개가 아니라 하더라도, 가끔 보고 며칠 보내면 역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좋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를 이만큼 심리적으로 지지해주는 이들은 없으니까요,
좋은 음식, 여유로운 시간, 거기에 취향에 따라 음악이거나, 즐거운 외출, 놀이 같은 것들을 곁들이면 점점 완벽한 휴일이 됩니다, 여러분에게 좋은 휴일을 이루는 방정식은 무엇인가요, 저는 2023년을 돌이켜 잘한 일도 많고 그렇지 않은 일도 많지만, 더 많은 온전한 휴일을 갖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삶의 만족이나 행복 이런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그게 더 효율적이거나 효과적으로 생산성을 담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새해에는 더욱 좋은 휴일을 보내는 일에 신경 쓸 것 같습니다, 쉬는 것도 열심히 쉬라고 하면 좀 가혹한 얘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잘' 쉬는 데에는 고민도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방정식을 풀고 최선의 함수식을 찾아야겠죠,
가끔 인생에서의 긴 행복에 대한 알쏭달쏭한 문제를 푸는 와중에도, 좋은 휴일을 찾는 짧은 문제들에서 만큼은 늘 성공하고 계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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