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저씨가 주신 거예요. 나눠줄 테니 집에 가서 먹어요. 일주일에 두세 번 가는 피아노학원 선생님은 매일 수업이 끝나면 빵이나 토마토 같은 것을 손에 쥐여주신다. 이게 웬 거예요? 라는 형식적인 질문에 선생님은 매번 저 아저씨는 먹을 걸 준다며 웃으며 구시렁거린다. 마음 따뜻하신 분이네요. 그죠, 학원비 깎아달라고 해놓고 미안한가 봐. 주시는 것만 합쳐도 학원비는 되겠는데요. 투덜거리는 듯한 말투 뒤엔 어릴적 느껴보고 잊어버린 이웃 간의 온정이 느껴지는듯하다. 아저씨가 주신, 그리고 선생님이 주신 대저토마토를 먹으며 계산적인 생각을 해본다. 안 주고 안 받으면 편하지 않나?
내가 어릴 적 엄마는 인기가 참 많았다. 간호사였을 땐 환자들이 매일같이 고구마나, 옥수수 같은 걸 주셨고 편의점을 했을 땐 온갖 물건들을 가져다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엄마는 왜 이렇게 공짜 선물을 많이 받는 거야? 라고 물었고 엄마는 이건 공짜가 아니라고 그만큼 보답해야 하는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빠는 안 주고 안 받으면 되는 거 왜 이렇게 복잡하게 사냐고 툴툴거렸다. 어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선생님께 귤과 한라봉을 종이봉투에 담아 수줍게 내밀게 된다. 선생님은 한라봉을 좋아하신다며 환하게 웃는다. 자취생은 먹기 힘든 비싼 과일이지만 몇 개 줄어들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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