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완연한 가을일까요?

거리에 초록보다 노랑이, 옅은 연두가, 가끔은 빨강이 스칩니다.

2024.09.29 | 조회 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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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팔 정도의 차이에서

프랑스 파리에서 온 안녕의 편지, 수필과 소설 그 사이

아직은 두꺼운 겉옷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빠르게 거리를 걷다 보면 제가 가진 온도가 남들보다 높아집니다. 그래서 아직은 지금의 얇은 남방으로도 충분합니다. 지난 여름날은 무더웠었지요. 하루가 다르게 뚜렷한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 짧아져 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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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파리에서 잘 있습니다. 이 선택은 하루에도 수 십번씩은 후회와 뿌듯함 속을 왔다갔다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후회 속에 한참을 머물다 가끔은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쉬듯 뿌듯함을 잠시 만나고 떠납니다.

이 편지는 당신께 잘 닿겠지요? 지난번에 보냈던 편지들은 분실이 된 모양입니다.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지 못했어요. 우표를 사는데 조금 노력했습니다. 우체국에서 사는 우표는 스티커 재질의 흰색 종이 위로 국제 우편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금액이 적혀 나옵니다. 그것이 삭막하게 느껴져요. 내가 써 내려간 글자에 담긴 몽글한 마음들이 물에 씻긴 솜사탕같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그래서 아주 귀여운 모양의 우표를 작은 서점에서 샀습니다. 그것이 붙은 봉투만은 당신께 도착하기를 바랐어요. 분실이라고 앞에 쓰긴 했지만 조금 여행을 길게 하다 도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시다.

조금은 자잘하고 또 자주 당신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이 수단을 선택하여 쓰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좋은 것은 적어도 사진 한 장 정도는 같이 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금 계절에 관해 얘기를 해보자면 파리의 날씨는 하루 만에 모든 계절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아침엔 몹시 추웠다가 점심이 되면 태양 아래 긴 시간을 보내기 어려울 만큼 강렬해지고 저녁이 되면 아침의 친구처럼 똑 닮아집니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그것에 이미 충분히 적응되어 있어요. 그래서 보면 얇은 머플러가 목에 둘린 채로 출근하고 재킷을 벗고 안에 입은 티셔츠 한 장을 벗어내며 점심의 따사로운 태양을 받습니다. 햇빛을 대하는 그들의 사랑은 삼 년째 여전히 감탄스럽습니다. 저는 그렇게 그늘 한 점 없는 잔디밭 위에 누워 바닷가인 것처럼 웃옷을 벗고 태닝을 할 용기가 없거든요. 앞으로도 생길 일은 없어 보입니다.

오늘은 그저 당신께 앞으로 이러한 편지들이 도착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것으로 이 첫 편지는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길면 당신이 읽다 지칠 것 같아 이 정도로만 적습니다.

안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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