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는 잘 적응하나요

일단은, 아직까지는, 겉으로 보기에는, 다행히

2023.03.26 | 조회 3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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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코라 in 캐나다 🍁 여행같은 일상을 전해요

코라예요💙

캐나다 이주를 결심하는 데 아이의 환경 변화가 50% 정도의 지분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도착 3개월이 지나가면서 다른 분들과의 화제가 점점 '정착'에서 '아이 적응'으로 옮겨가는 게 느껴져요. 

고작 두세 달이지만 옆에서 바라보는 초등생 학교 적응 얘기를 적어봅니다. 우리집 어린이의 조금 특수한 상황 얘기도 있고요. 물론 아주 개인적인 관점이라는 걸 기억해주세요 :)

 


🥏잘 노는 아이들이 쉽게 적응해요

학교에서 정말 많이 놀아요. 등교해서 수업 전까지 교실 밖에서 기다리면서 놀고, 오전 쉬는 시간도 무조건 나가 놀고, 점심 시간도 밥 먹는 시간은 딱 15분, 나머지 45분은 나가 놀아요. 날이 흐려도, 비가 장대같이 쏟아져도, 눈이 와도, 더워도, 무조건 나갑니다.

게다가 바깥은 뭔가 놀잇감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 텅 빈 공터이기 일쑤입니다. 그럴 때 놀 거리를 생각해내거나 잘 몰라도 대충 섞여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순식간에 친구가 되더라고요. 성인들도 왜, 딱히 호감이 있던 게 아니더라도 우당탕탕 부대끼고 나면 조금 각별해지는 거 있잖아요?

노는 법을 모르면 처음에 약간 힘들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 적당히 끼어드는 법, 나도 같이 해도 되는지 규칙이 뭔지 물어보는 법, 실수하거나 잘 되지 않을 때 도움 청하는 것은 확실히 연습이 필요해요. 아이가 만약 이런 시도를 여기서 생전 처음 해야 한다면 (언어나 환경도 바뀌었는데) 아이 마음이 많이 낯설고 두렵겠죠.  

여기서 뭐하지
여기서 뭐하지

 

🎨아직은 점수보다 기술로 자랑하는 나이

학급 분위기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점수와 시험 결과라던지 과제 퀄리티 같은 걸로 아이들의 공동체에서 영웅이 되는 일은 아직 드뭅니다. 수학 만점 받아서, 에세이 몇 장 뚝딱 써내서, 퀴즈 다 맞춰서 주변 친구들이 먼저 말을 걸어오지는 않아요. (선생님은 분명 기억하시겠지만!)

대신 종이접기로 팽이나 신기한 동물 만들기, 루빅스 큐브 1분 안에 다 맞추기, 낯익은 캐릭터 가득한 만화 그리기, 공을 뻥뻥 차고 달리기를 엄청나게 빠르게 하기, 심지어 실뜨기나 공기놀이 등 눈에 바로 보이는 기술이 있는 아이들이 주목을 받아요. (말 많이 안해도 되고요)

가끔 반 아이들에게 젤리 간식이나 지우개 선물을 준다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은데, 식음료를 나눠먹는 것은 엄격하게 제한되기도 하고 선물은 아이의 존재를 알릴 수는 있지만 매력을 지속하게 하기는 어려워요. 그보다는 확실하게 드러나는 덕력이나 기술이 자랑이 되는 모양입니다. 

 

💁혼자 하는 일들을 어색해 하지 않는 모습이 멋지다

항상 모든 일을 친구들과 함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아이가 빨리 깨달을수록 하루의 즐거움이 조금씩 늘어납니다. 이건 어쩌면 어른도 마찬가지겠죠. 혼자 먹는 점심, 혼자 가는 도서관, 혼자 앉아 있는 운동장 벤치...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일이고 아무렇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아이가 잘 이해하면 좋아요.

더 나아가, 아이가 자발적으로 '혼자 있기를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면 의외의 힘이 됩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홀로의 고요한 순간에만 가능한 행복한 일들을 아이가 경험하게 되고요.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조금 덜 휘둘리게 되는 것 같아요. 혼자든 여럿이든 스스로 선택했다는 주인의식을 얻게 되는 거죠.

우집 어린이는 한국에서나 여기서나 친구를 정말 정말 정말 정말 (x1000) 좋아하면서도, 가끔 혼자 음악 들으며 놀이터를 빙빙 돌다 옵니다. 벤치에서 혼자 큐브 풀다 오기도 하고요. 좋대요, 그게. 저는 그 맛을 서른 넘어 알았는데, 혼자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열 살 어린이 좀 부럽더라고요.

첫날, 학교 들여보내고 운동장에 숨어서 지켜보던 기억
첫날, 학교 들여보내고 운동장에 숨어서 지켜보던 기억

 


우리집 어린이👦 이야기

한글도 떼지 못한 채 동네 어린이집에서 사랑 많이 받으며 지내던 어린이는 모종의 이유로 (당시 임시로 잠깐 다녔던 기관에 문제가 많았음) 6세 여름방학 중 갑작스럽게 프랑스 학교 유치부로 전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벌써 5년, 학교에서는 프랑스어를, 집에서는 한국어를, 친구들과는 영어를 쓰는 환경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나 캐나다에 와서나 비중은 비슷한 듯 해요. 장난치는 것은 한국어가, 읽는 것은 영어가, 쓰는 것은 프랑스어가 편하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단지 '영어를 하니까, 프랑스어를 하니까' 적응 잘 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뭔가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요. 정말 필요했던 건 조금 다른 데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어린이를 3개월간 지켜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두 가지예요.

'놀다 보면 대충 다 통한다'는 것을 아이가 경험으로 많이 이해하고 있었던 것, 그리고 모르는 또래들에게 같이 놀자고 처음 말을 걸 때의 두려움을 이미 한국에서 극복할만큼 극복하고 온 것. (눈물이 앞을 가리는 사연이 너무 많지만 이건 다음 기회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솔직합니다. 상대방 마음 생각해서 억지로 놀거나 받아들이지 않아요. 거절도 쉽게 하죠. 아름다운 자연 환경에 선한 교육자들과 착하고 순수한 현지 아이들을 기대하고 오신 분들이 이 지점에서 의외의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사실은 기대가 아니라 각오가 있어야 하더라고요. 이런 저런 난관을 피해 조금이라도 수월한 길을 찾고자 함이 아니라, 더 어려운 장벽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넘어섰을 때 아이가 얻게 될 다른 것들을 바라는 마음이랄까요. (바람대로 되느냐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

그리고 역시, 아이 말고 부모의 필수품은 인내의 마음, 버티는 힘인가봐요. 시간을, 상황을, 때론 아이의 괴로움을 견디는 인내, 자꾸만 쉽게 한방에 해결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꾹 누르고 아이가 스스로의 길을 찾도록 같이 고민하고 기다려주는 인내.

 

 

🐳...... 동네 수영장에서 3시간 째 놀고 있는 어린이를 인내하며 쓰는 편지📩 끝.

 

코라가 된 마음씨 🌿 더 많은 이야기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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