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EH PLAYLIST #내 지난 날들은 눈 뜨면 잊는 꿈

BOKEH PLAYLIST #내 지난 날들은 눈 뜨면 잊는 꿈

상욱

 <체인소 맨>의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단편 <룩 백>을 좋아한다. 꿈을 품고 사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아름다운 컷 연출이 일품인 이 단편에는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그 마음의 불씨를 품고 사는 사람들의 치열함과 꿈의 불을 피워내는 과정 속의 상실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간절히 바라고 열심히 좋아하는 마음이 우습게 들리는 세상이 와버렸다. 물론 그 니힐리즘의 기저에는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적인 현상들이 엉켜 있어 어느 세대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진심이 농담이 되어버린 모습은 언제나 속상하다. 세상 어딘가에는 진심으로 바라는 것, 누군가의 꿈의 가치가 남아있길 바란다.

슬

 무너질듯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니까. 다시 일어나서 뭐라도 하는게 정답인 것을 알지만 어깨에 짊어진 책임감이 자꾸 흘러내릴때 벗어 던지고 싶은건 어쩔 수 없다.

 쳇바퀴에 올라탄 다람쥐처럼 삶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고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여러 번민들에 밑으로 굴러 떨어지면 모든것이 편해질까 생각하지만 결국은 내려오면 더 힘든 무언가를 마주할 것을 알기에 오늘도 삶의 쳇바퀴에 올라타 하루를 버틴다.

 그럼에도 삶이 밝은 회색빛인 이유는 무언가를 꿈꿀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 혹은 사회가 정한 틀에 나를 끼워맞추는 것도 결국은 내 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이니까. 내가 한 선택들을 책임지고 납득시키는 과정마저도 ‘주체적인 선택’의 관점으로 본다면 어느정도 견딜만하니까.

 행복한 미래에 대해 꿈꾸지만 동시에 두려운 감정도 숨기지 않는 두 곡이다. 무너지다가도 가끔 세게 굴러 떨어지더라도 내일은 다시 쳇바퀴에 올라야하니까. 너무 낙담 하지 말자.

윤

 슬프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아마츄어 증폭기의 <사계절 스픈사>의 가사처럼. 이 곡은 잠언 같은 힘이 있다. 어지럽게 꿈 속을 헤매다가 종국에는 ‘나는 슬프지 않은 사람이 좋아요. 나는 슬프지 않은 사람이 될게요.‘ 라는 가사를 무한히 반복한다.

 ‘세상은 그 자체가 나쁜 꿈‘이라고 말하는 실비아 플라스의 소설처럼 미래는 절대 낙관적이거나 친절하지 않다는 걸 안다. 내가 원했던 것이 전부 백일몽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순간은 늘 슬프고 그 순간은 반드시 온다. 그 순간들이 오면 유하의 <인부 1>이 떠오른다. 올라갈 수는 있지만 머무를 수는 없을 때 누군가 노래하던 것처럼 평범한 사람이고 싶어진다.* 어쩌면 내일은 슬프지 않은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눈을 감자. 감아보자. 혹시라도.*

*유하 <인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