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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난 누굴까?

존재와 본질에 대하여.

2025.07.04 | 조회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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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욕망을 입는다

그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과 본성에 대한 이야기

17살 여름.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려 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독한 폭우였다. 밤부터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우산을 챙기지 않고 등교를 한 날이었다.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거나 근처 편의점에 뛰어가 우산을 사 와야 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근데 꼭 비를 맞지 않고 집에 가야 하나? '


그날 나는 억수 같이 내리는 비를 시원하게 맞으며 집에 돌아왔다. 안경을 쓴 나는 빗방울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고 머리는 순식간에 축축해졌다. 옷은 비에 젖어 점점 무거워졌고 신발에는 이미 작은 호수가 생긴 상태였다.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한 소리 들었다. 잔소리를 듣고, 축축한 옷이 불쾌하게 온몸을 감쌌지만 난 그때 정말 행복했다.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난 그때 왜 그렇게 행복했을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 느꼈던 감정은 압도적 자유로부터 오는 행복감이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말했다, ' 인간의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 '. 비를 쫄딱 맞으며 집으로 돌아오던 날 나는 압도적 자유를 통해 존재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책가방, 우산, 옷, 운동화... 이 모든 것들은 본질이 앞선다. 물건을 담기 위해, 비를 막기 위해,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물건들이다. 본질이 정해진 이후에 세상에 존재를 드러낸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인간의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 태어나는 인간은 없다. 빵을 만들기 위해 태어나는 인간도 없다. 인간은 모두 살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한 후 무엇을 본질로 삼을지 결정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에도 우산을 쓰지 않기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비 오는 날에 우산은 자신의 정해진 역할이 있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살다 보면 우린 큰 착각에 빠지게 된다. 마치 태초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명확한 업무와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만약 이런 착각에 빠져 자존감이 무너지고 존재가치가 사라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모두가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하는 일을 해보자. 나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바보 같은 일에서 내 자유의 가치와 존재의 무성함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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