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나기 전에 이 단편집을 읽어보게나

소설가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고

2024.08.28 | 조회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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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우서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벗이 되고 싶습니다

  사진: Unsplash의Luke Dean-Weymark
  사진: Unsplash의Luke Dean-Weymark

안녕하세요, 무더위 속에서 잘 지내고 있나요?

처서가 지나고, 끝날 것 같지 않던 찜통 더위도 한 발짝 뒤로 물러난 느낌이네요. 햇살은 여전히 따사롭지만 공기와 바람은 선선해지고 있어요. 책을 좋아하는 당신이나 제가 딱 좋아하는 날씨 아니겠어요? 전 여름에 읽을 소설에 굉장히 신중한 편입니다. 나만의 여름 소설 목록이 따로 있을 정도죠. 봄에 읽을 소설, 겨울에 읽고 싶은 소설 따위는 잘 생각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여름에 읽을 책에는 집착하게 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여름 소설은 답답하기보다는 시원해야 하고, 복잡하기보다는 단순해야 해요. 청량한 기분을 주면 더 좋죠. 소설책을 한 페이지씩 경쾌하게 넘기며 편히 읽을 수 있어야 해요. 그런 소설을 무더위 속에서 만나면 뭐랄까. 선풍기 바람도 더 시원하게 느껴지고, 하늘은 더 파랗게 보이고, 끈적하고 뜨거운 세상이 조금 더 상쾌해진 것처럼 느껴져요.

이번 여름에 제가 읽은 책은 소설가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입니다. 이제서야 이 책을 이야기한다니 제가 늦었다고 생각하다면 조금 미안하네요. 이미 2022년에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로 선정된 바 있어요. 이 훌륭한 소설을 늦게 읽었다는 점에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지금이라도 읽고 당신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려고 합니다.

아름다운 단편 소설로 가득 찬 이 책을 다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에 든 생각입니다. 소설가는 '우리가 그럼에도 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구나. 어머니를 비극적으로 잃었음에도, 수많은 아이들이 생명을 잃어도, 가슴 아픈 이별을 겪더라도, 김연수의 소설은 계속해서 나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라고 자꾸만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단편 한 편을 끝날 때마다 이야기가 끝난 아쉬움을 달래며, '나는 그럼에도 잘 살고 있나?'라는 자문을 하곤 했어요.

그리고 소설가는 '추억'과 '시간'을 잘 풀어낸 것 같아요. 어머니의 유작인 소설을 쫓으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인생의 의미를 이야기하거나, 몽골 고비 사막 한복판에서 추억을 그리다가도 현재를 아파하는 등 이 소설들은 우리를 다양한 세계로 이끌고 있더라고요. 덕분에 이 한 권의 책으로 여러 세상을 여행하고 온 듯한 경험을 했어요. 마치 처음 방문한 외국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여러 역을 환승하며 낯선 지역을 구석구석 여행하고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었죠.

이번 여름에 이 소설을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유는 더위에 피해 숨어든 시원한 방 안에서 이 책만 읽으면 언제든 다른 세계를 편하게 여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작가의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은 독자를 부드럽게 이끌고요. 역마다 잠깐 멈춰 풍경을 구경하고, 그 풍경이 주는 의미와 순간을 곱씹으며 읽다 보면 어느새 여름이 끝날 것 같아요.

아래는 이 책을 읽은 벗에게 묻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만약 시간이 된다면 짧게라도 이야기해주세요. 제가 문우를 둔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스럼없이 편히 말해주세요.


(스포주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는 첫번째 사는 삶은 시작에서 끝, 죽고 난 뒤 그 종결의 순간부터 거꾸로 사는 두번째 삶, 세번째 삶은 다시 시작에서 끝으로 향하지만 태도는 ‘끝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삶입니다. 이 단편 소설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짧지만 강력하다고 봐요. 그래서 이 단편을 통해 자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1. 지민의 어머니가 그녀가 쓴 소설처럼 만약 그녀가 가장 괴로웠던 자살의 순간에 이미 대학생이 된 기특한 딸을 기억한다면 자살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가 그리는 평범한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에 수렴한다는 말이 크게 와 닿았어요. 지금 살아가는 이 삶이 괴롭더라도 우리는 평범한 미래를 기억해야 하죠. 당신에게 평범한 미래를 그려보라고 하면 어떤 순간인가요?

제 평범한 미래를 말하자면, 난 언젠가 생길 지도 모르는 내 아이와 함께 첫 바다여행을 떠나는 순간입니다. 덥지만 에어컨을 틀고 먼 바닷가지만 아이와 함께라면 금방 도착할 것만 같네요. 바다수영을 알려주고, 예쁜 조개도 함께 찾고 싶어요. 부끄럽지만 이게 제가 그리는 평범한 미래입니다. 

2. 그리고 저는 말이죠.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과거의 20대에 방황하던 내가 떠올랐어요. 참 아프고 어지럽고 둔하고 멍청했던 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네요. 답은 여전히 잘 모르지만 그래도 잘 살아내고 있다고. 여러분은 언제의 당신에게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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