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뒤꿈치 염증과 뒤꿈치 들기 운동
2주 전부터 왼쪽 뒤꿈치 부근과 아킬레스건에 통증이 있었습니다. 저는 족저근막염을 의심했는데 의사 친구 말을 들어보니 아킬레스건염도 의심되더군요. 아무튼 요즘은 운동을 쉬며 스트레칭과 찜질만 하고 있는데 계속 신경은 쓰입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헬스장에서 별로 안 좋은 자세와 신발로 달리기를 해서가 아닐까 추측하지만, 또 한가지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몇 달 전 정선근 씨의 뒤꿈치 들기 영상을 본 뒤로 꽤 자주 뒤꿈치 들기를 해왔습니다. 확실히 발목과 종아리가 조금씩 강해지는 느낌이 있었죠. 그런데 이렇게 다치고 나니 뒤꿈치 들기가 (제대로 된 방법으로 운동하지 않아서이든, 휴식이 부족했든 간에) 오히려 이 염증의 원인일지, 아니면 뒤꿈치 들기를 많이 해서 그나마 지금 이정도만 아픈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딸아이에게 감기약을 먹일 때에도 매번 비슷한 양가감정을 느낍니다. 약을 먹였는데 증상이 호전되는 느낌이 잘 안 올 때, 이게 약효가 없다는 뜻인지 아니면 약을 먹여서 그나마 이정도인 건지.
행동의 효과 측정 및 판단 방법
이는 일상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제품에서, 조직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어떤 행동의 효과 측정 및 판단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수렴됩니다. 약점이 있어서 강화하기 위해, 또는 문제가 있어서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도입할 때 이야기죠. 상황이 악화됐거나, 문제가 개선됐을 때 그 원인이 온전히 우리가 시도한 그 무엇 때문/덕분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 판단의 확신 수준을 어떻게 높일까요? 게다가 실제로는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고 시간만 흐르고 있는 애매한 경우가 대부분일텐데, 이 때는 다음 액션을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요? 제품 개선 실험에서는 A/B 테스트를 할 수 있으니 그마나 낫지만 육아하면서 감기 걸린 쌍둥이 중 한 명에게만 약을 먹이기는 어렵고, 조직에서 팀 개편을 반만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변화를 만들고 싶다면, 섣불리 무언가를 도입하기 전에 그 변화를 어떻게 인지하고 측정할지 미리 설계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설계할 때 염두에 둘 만한 포인트를 몇 개 생각해봤습니다. 적다 보니 올해 초에 썼던 뉴스레터(당신은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판단하시나요?)와도 내용이 일부 겹치네요.
행동보다는 효과에 집중하자
보통은 문제가 있을 때 “어떤 행동을 해보고 싶다”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제품의 출시가 늦어지고 다들 리소스가 부족하다고 하니 신규 채용을 하는 식이죠. 신규 채용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나면, 채용을 해서 정말 원하는 효과가 생길지 그리고 그 효과가 꼭 채용을 통해서만 생길 수 있는 것인지도 되짚어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사람을 늘리는 것보다 일을 줄이는 게 훨씬 효과적일지도 모릅니다. (”지체되는 프로젝트에 사람을 더 투입하면 프로젝트가 더 지체된다”는 브룩스의 법칙은 유명하지만, 관리자 입장에서 실천하기는 참 쉽지 않죠.)
측정의 비용과 효과에서 균형을 잡자
내가 원하는 변화를 직관적이고 측정하기 쉬운 지표(체중, 제품의 주간 활성 사용자 수, 회사의 구성원 수 등)로 파악할 수 있다면 일단 시작하기에는 좋은 환경입니다. 하지만 측정하기 쉬운 지표가 꼭 변화와 인과관계가 있는 중요한 지표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측정하기 어려워도 좀 더 직접적인 지표를 사용하자니 그런 지표를 찾거나 개발하는 것도 오래 걸리고, 측정 비용이 크다면 측정 자체를 꺼리게 되는 부작용이 생기겠죠. 이 트레이드오프를 이해하여, 비용이 적당히 작으면서도 핵심에 가까운 지표를 잘 정해봐야 합니다. 측정 비용이 굉장히 작은 지표를 메인으로 삼고, 거기에 영향을 줄 만한 이벤트들에 대한 정성적 관찰을 함께 기록하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여러 번 측정해서 추세를 보자
좋은 지표를 찾았더라도 개별적인 측정 결과 하나하나는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비교하고 추세를 봐야 의미가 생깁니다. X축(시간, 사람 수, 운동 횟수 등)이 늘어남에 따라 Y축이 증가하고 있나? 한 번 미분해서, Y축이 변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나? 또 한 번 미분해서, Y축의 가속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이런 그래프들에서, 주요한 변곡점 근처에는 어떤 이벤트가 있었는지 살펴보면 효과적 변화를 만드는 법에 대한 통찰이 생길 겁니다.
너무 고민만 하느라 가만히 있진 말자
행동하기 전에 설계해야 한다고는 했지만, 설계만 하느라 행동을 안 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습니다. 설계를 오래 할수록 더 좋은 효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설계하는 시점은 대개 우리가 가진 정보가 가장 적은 시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어느정도 설계가 됐다면 적은 비용으로 작은 실천을(“동작할지도 모르는 가장 단순한 버전이 뭘까?”) 해서 내 설계의 신뢰도를 확인해봅시다. 두 번 행동할 의지가 있다면, 일단 부딛혀서 문제에 대해 학습한 것을 토대로 설계와 액션을 수정해나가는 것도 아주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언행일치를 바라며
제가 쓰는 글의 가장 중요한 독자는 언제나 나 자신입니다. 이런 글은 결국 제 생각을 정리하고, 행동을 돌아보고, 이후 더 현명하게 행동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으며 씁니다. 이번 글을 쓰면서도, 현재 일상과 회사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에 대해서 언행일치하기를, 나 자신의 글을 잘 적용해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