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쏘아올린 뇌과학]을 시작하며

시리즈를 소개하고 첫번째 이야기를 열어봅니다

2020.10.05 | 조회 1.05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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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의 시선

[넷플릭스가 쏘아올린 뇌과학] 소셜 딜레마에 놓인 뇌

| 시리즈를 시작하며

'넷플릭스가 쏘아올린 뇌과학'이란 시리즈로 여러 글들을 써보려 합니다. 여기서 넷플릭스 컨텐츠는 일종의 누룩입니다. 누룩을 제외한 재료는 모두 과학, 특히 뇌과학에서 끌어옵니다. 누룩을 시작으로 고두밥과 적당한 물을 섞어 풍미있는 술을 내리듯, 넷플릭스 컨텐츠가 뇌에 관한 생각들과 한데 어우러져 공유할 만한 뇌과학 이야기를 짓는게 이 시리즈의 목표이죠. 말그대로 '넷플릭스가 쏘아올린 뇌과학' 이야기입니다.

이 시리즈를 채워나갈 글들은 언제까지나 지금 뇌과학의 시선에 닿아있습니다. 물론 옛날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순 없습니다. 트랜드라는 게 사실은 과거로부터 비롯한 흐름의 일부이기 때문이죠. 때로는 지구의 탄생과 우주의 시작까지 거슬러 올라갈지 모르지만, 글을 밀고 나가는 곳은 뇌를 연구하는 현재의 연구 현장입니다. 넷플릭스를 누룩으로 삼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최신의 뇌과학으로 넷플릭스가 던지는 이슈들을 조금이나마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뇌과학을 쉽게 전달하기에는 긴 호흡의 글보단 짧은 호흡으로 여러 글을 쓰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긴 호흡으로 생각을 진득하게 정리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주로 책이나 논문에서 도움을 받으려 합니다. 두 텍스트 모두 편집의 편집을 거친, 잘 다듬어진 생각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웹사이트의 흩어진 정보보다 신뢰할 수 있습니다. 물론 논문이라고 해서 무조건 진리로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분야의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최신의 연구 내용을 담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참고한 책들은 틈틈이 본문에 소개하겠습니다. 또한 내용을 깊이 읽고 싶은 분들을 위해 글의 재료가 되었던 논문들은 댓글에 남겨 놓겠습니다. 본문이 아닌 댓글에 남기는 이유는 인용한 논문들을 맞닥뜨리는 순간 화들짝 놀라서 글을 읽기도 전에 달아나는 분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인간의 뇌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우리는 우리 뇌다' (네덜란드의 뇌과학자 디크 스왑이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함)라는 명제를 받아드립니다. 아마 저처럼 뇌를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은 '뇌를 이해하는 것이 곧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이 시리즈의 타이틀은 조세희가 쓴 소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사실 제목만 차용했을 뿐 소설의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하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난쟁이의 절망적인 결말과는 다르게 이 시리즈가 여전히 베일에 싸인 뇌와 인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은 불꽃을 쏘아올리길 바랍니다.  

|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 읽는 문어의 지능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으로 첫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영화감독으로 무던하게 지내온 크레이그 포스터, 그는 20년 전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서 특별한 감정을 느낍니다. 자연의 미묘하고도 경이로운 변화를 포착해내는 원주민들의 모습때문에 말이죠. 이후 그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함을 느끼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아프리카의 남쪽 해변으로 돌아갑니다. <나의 문어 선생님>은 크레이그가 남대서양의 한 다시마 숲에서 우연히 만난 문어와 교감하는, 그 경이롭고도 감동적인 일년을 담아냅니다.

뇌과학 이야기를 하려는데 왜 뜬금없이 문어일까요? 문어가 똑똑하기라도 한 걸까요? 네 맞습니다, 문어는 여태껏 잘 알려지지 않았던 꽤 지적인 생명체입니다. 2012년 영국 BBC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동물들의 순위를 매겨보았는데, 침팬지, 돌고래, 우랑우탄에 이어 문어가 당당히 4위를 차지했습니다. 우랑우탄까지는 소위 '지능이 높은' 동물로 익히 들어봤는데, 그 다음이 문어라니 참 의아하죠.

첫번째 이야기의 제목을 두고 '지능(intelligence)'이란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국어사전은 지능을 아래와 같이 정의합니다. 

계산이나 문장 작성 따위의 지적 작업에서, 성취 정도에 따라 정하여지는 적응 능력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stdict.korean.go.kr/

이에 덧붙여 지능은 '지능 지수 따위로 수치화할 수 있다'라고 적혀있네요. 문어가 똑똑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셨다면 아마 여러분이 생각하는 지능은 위와 같은 지능이었을지 모릅니다. 뇌과학이 말하는 지능은 그 의미가 상당히 넓습니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타인과 상호작용하고 (사회적 인지능력),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능력 등을 포함하는 정교한 인지 능력의 총체

Amodio et al. "Grow smart and die young: why did cephalopods evolve intelligence?." Trends in ecology & evolution 34.1 (2019): 45-56.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 영화감독인 크레이그 포스터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 케이프 주 해안에 자리 잡은 다시마 숲에서 어느 문어와의 특별한 친밀감을 느낀다. ©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 영화감독인 크레이그 포스터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 케이프 주 해안에 자리 잡은 다시마 숲에서 어느 문어와의 특별한 친밀감을 느낀다. © 넷플릭스

넷플릭스 <나의 문어 선생님> 공식 사이트

간단히 말해서 지능이란 곧 '문제 해결 능력'입니다. 이 정의에 따르자면 '인간이 아닌 생명체에도 지능이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자명합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가 처한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해왔습니다. 그 환경이란게 녹록친 않아서 언제나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왔으며 여태까지 살아남은 종들은 그 문제를 꾸준히 해결해온 '똑똑한' 존재들입니다. 네, 고로 모든 생명체는 지능을 갖고 있습니다. 인간만이 것이 아니라는 거죠. 앞으로 이어질 글을 통해 문어의 똑똑함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 어느 지적 생명체의 역사 : 인간의 머나먼 친척, 문어의 진화 이야기
  • 문어 선생님의 스마트함이란? : 뇌과학이 밝혀낸 문어의 지적 능력
  • 다시, 지능에 대하여 : 문어 선생님 덕분에 떠오른 인간 지능에 대한 생각들

다음 주(10월 12일)부터 매주 월요일, 3주 간 세 가지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첫번째 글에서는 문어라는 생명체의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봅니다. 진화의 역사 속에서 문어가 인간과 얼마나 멀어졌는지도 볼 수 있을 겁니다. 두번째로는 문어가 어떻게 지적인 생명체로 진화해왔으며 과연 그 지능이 어느 정돈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크레이그 포스터가 관찰한 문어의 독특한 지적 능력들도 살펴볼 예정입니다. 마지막에는 문어를 보던 시선이 인간으로 옮겨갑니다. 최근 뇌과학이 밝혀낸 문어의 지능을 바탕으로 지능을 정의해보고 인간 지능에 대한 현재 뇌과학자들의 생각들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글들이 자칫 다큐멘터리가 주는 감동과 경이로움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이긴 하지만, 글은 글대로 재밌게 읽히길 바랍니다. 그나저나 연재하는 동안 문어를 밥상에서 만날 일을 없을 것 같네요.

인스타그램 @brain_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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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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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기

    0
    over 3 years 전

    보고 난 후부터 문어를 먹어치우기엔 문어와 나눌 수 있는 교감, 그의 지능이 너무 아깝고 미안해졌어요.. 신사동 문어집..자주 갔었는데..안녕..~

    ㄴ 답글 (1)
  • 김보라

    0
    over 3 years 전

    글을 오랜만에 읽는데 쉽고 재밌어서 쏙쏙 읽히네요! 뇌과학이 말하는 지능이 인상적이에요. 지능이 높아야 생존에 유리하겠네요. 지능이 높은 생명체가 되고싶어요!

    ㄴ 답글 (1)

© 2024 뇌과학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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