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사로 만들어 가는 브랜딩 프로세스

[ 브랜딩 방법론 ]

2022.05.13 | 조회 5.25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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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브릭

시선의 높이가 다른 브랜드 리포트

브랜딩을 진행하는 프로세스는 다양합니다. 브랜드 관련 서적에도 있고, 논문에도 있고, 각 회사들이 쌓아온 노하우에도 녹아있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세스라는 게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게 아니죠. 어떤 경우에나 적용되는 불변의 진리는 될 수 없습니다. 만일 그런 게 있다고 하더라도 좋을 것 같진 않습니다. 브랜딩(Brand-ing)을 해야하는 브랜드(Brand)는 살아있는 생물 같아서 그런 딱딱한 틀에 갇혀있으면 금방 생명력을 잃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가 찾은 방법은 언어라는 툴을 통해 브랜드를 정의내리고 성장의 틀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언어의 요소인 동사, 형용사, 명사등의 품사를 활용하면 브랜딩 과정이 훨씬 자연스럽게 흘러갔습니다. 브랜드를 설계하는 입장에서도 적용하기 쉽고, 브랜드 수용자 입장에서도 이해하기 수월했습니다. 언어의 특성 자체가 말과 글을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는 특성이 있어서인지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를 설명하고 생생하게 추출해내기에 이만한 게 없었습니다.

그럼 그 전체 과정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첫번째로 적용해야할 품사는 ‘동사’입니다. 브랜드의 큰 흐름과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기본적인 개념들을 '찾고, 잡고, 짓는' 동사를 대입해 정의 내려봅니다. 생명이 있는 브랜드는 동사처럼 움직이죠. 내외부의 환경에 의해 생물처럼 반응하고 변화합니다. 그렇지 않고 멈춰있는 브랜드는 금방 고사하고 말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브랜드가 동사화되는 건 브랜딩 전체 과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동사 부문의 프로세스 중 첫번째는 브랜드의 가치를 찾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가치란 뭘까요? 가치를 풀어서 쉽게 말하자면 값어치입니다.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지불하는 값입니다. 구입 후 만족스런 감정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행위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가치를 파악하는 관점은 가치를 생산해낸 브랜드의 입장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쓰게될 수용자 입장이 중심이 되어야겠죠. 브랜드 스스로가 내세우는 가치가 아무리 좋아도 고객이 받아 들이지 못하면 그 가치는 쓸모가 없습니다.

가만 있어도 브랜드의 가치가 드러나는 경우에는 그 가치가 더욱 돋보일 수 있게 강화해야합니다. 그런데 보석같은 가치지만 꼭꼭 숨어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숨은 가치를 찾아 드러내는 일이 동사 프로세스의 가장 첫번째 임무입니다. 이 과정을 위해서는 마치 숨은 매력을 찾기 위해 수줍은 사람을 탐색하듯 꼼꼼하고 세심하게 브랜드의 내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질은 더 자세히 더 깊이 들여다 볼 때만 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본질 주변에 가장 핵심 가치가 놓여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좋은 가치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별적 가치를 찾는 건 더 중요한 일입니다. '좋은 건' 그저 편안하게 다가오지만 '다른 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 또한 그저 편하게 받아 들이는 것보다는 무언가가 특별하고 독특한 걸 원할 것입니다. 

이렇게 찾기를 통해 내 브랜드의 가치를 탐색하고 발견했다면, 그 다음에는 그 가치를 대변할 ‘컨셉’을 잡아야합니다. 여러가지 가치 중에서도 우리 브랜드를 대변할 핵심적인 포인트만 잡아내는 일이죠. 일단은 여러가지 가치들 중 조금 더 우리가 추구하고 고객들도 호응할만한 가치를 필터링해야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거르고 거른 것들 중 남은 게 브랜드의 핵심 가치들이겠죠. 이 것들을 모아 하나의 의미로 연결해야 컨셉으로 완성됩니다. 컨셉(Con-cept)은 인터셉트(Inter-cept)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흩어져 있는 의미와 가치들 중에 가장 우리 브랜드와 맞는 에센스만을 가로채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동사의 두번째 프로세스인 '잡다'의 과정이 완성됩니다.

컨셉을 잡아냈으면 마지막으로 해야할 일은 컨셉을 ‘스토리화’하는 것입니다. 브랜드의 컨셉을 고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짓어내는 일입니다. 브랜드 가치의 모래알들이 모여 컨셉이라는 블럭을 이루고, 다시 각각의 성격과 특질을 가진 블럭들이 쌓여 브랜드라는 성(城)을 이루는 과정입니다. 성이 구축되면 그 안의 생태계 위에서 다시 새로운 브랜드 가치들이 자라나고 또 다른 새로운 컨셉이 생성되기도 합니다. 브랜드의 전략 컨셉들은 그대로라도 시간이 흘러 주변 환경이 변함에 따라 전술적인 컨셉들은 변화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브랜드의 가치를 찾고, 컨셉을 잡고, 스토리를 짓는 과정을 '동사'를 통해 규정하는 과정을 설명드렸습니다. 동사를 통해 브랜드에 동적인 생명력을 부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렇게 만들어진 브랜드라는 성에 색깔을 입혀야 합니다. 찬란한, 빛나는, 사소한, 뜨거운, 눈부신, 흥미로운 등등 그 성의 성격과 감각에 어울릴만한 옷을 입힐 형용사를 골라야 합니다. 

그와 동시에 그 성을 지탱할 기둥이될 명사들도 함께 생각합니다. 

브랜드의 명사는 브랜드의 사명(Mission)이기도합니다. 행복, 사랑, 평화, 공유, 희망, 열정, 도전, 실천 등등 추상적이고 의미 지향적인 특징을 가집니다. 짧은 단어 하나지만 브랜드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는만큼 신중하게 골라야겠습니다.

동사로 만들어진 브랜드의 성을 형용사라는 옷을 입히고 근간이되는 명사로 채워지면 성은 더 단단하고 매력적으로 완성되어 가겠죠. 여기까지의 과정을 착실하게 잘 밟아 왔다면 확고한 정체성과 독보적인 차별성을 가진 유일한 '대명사'같은 브랜드가 될 가능성도 커질 것입니다.

지금까지 동사, 형용사, 명사 등의 품사를 통해 브랜딩해가는 저희만의 방법론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이렇게 브랜딩에 있어 언어라는 툴을 활용하면 브랜드의 다양한 속성과 특성을 품사의 기능과 역할만큼이나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개념을 이해하기 쉽고 빠르게 정립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브랜드의 미래 방향성을 훨씬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는 하나의 상징 언어입니다. 그래서인지 언어로 그 상징을 해석하고 정의 내리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우현수 @woohyunsoo

브랜드 컨셉 빌더 [브릭] BRIK.co.kr을 설립해 브랜드 스토리와 스타일 구축을 돕고 있습니다. 저서 <일인 회사의 일일 생존 습관>을 실천하며 더 나은 미래를 차곡 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리포트에서 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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