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전면 허용된 '자율주행 로보택시'의 미래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공공시설위원회(CPUC)는 구글 웨이모와 지엠 크루즈가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을 제외한 전역에서 하루 24시간 유료 로보택시를 운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습니다. 이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피닉스와 같은 몇몇 도시에서는 누구나 앱을 통해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흥미 위주의 언론 보도는 차치하더라도, 이용자들, 자율주행 스타트업들 심지어 벤처캐피탈들 조차도 현실로 다가온 로보택시 시대에 그다지 열광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5년 전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기대가 최고조에 달하며 조 단위 펀딩이 넘쳐나던 시기와 비교해볼 때, 격세지감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자율주행에서 멀어진 모습입니다.
어떤 의미인가?
현재 지엠크루즈 사업을 이끌고있는 크루즈의 공동창업자 카일 보그트는 지난 주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행사에서 진행한 대담에 나와 현재 크루즈의 사업 방향과 향후 로보택시 사업의 전망에 대한 공유하였습니다.
로보택시의 옹호자들은 현재의 상황을 자동차와 마차가 혼재하던 1920년대 거리에 비교합니다. 자동차 제조사가 도로 정비의 의무를 지고 자동차와 마차 거리를 분리하는 규제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듯이, 오히려 시급한 것은 로보택시에 대한 비난이 아닌, 새로운 운송 수단이 도시 환경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법규, 인프라, 규제를 정비하는 것란 주장입니다.
2023년 1월부터 9월 20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 보고된 무인 자율주행차 사고 건수는 총 110건 입니다. 이 중 크루즈가 총 36건, 웨이모가 44건, Zoox가 14건 사고를 보고하여 전체 사고 건수의 86%를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웨이모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총 250대의 무인 로보택시를, 크루즈는 낯 시간 100대, 밤 시간대 총 300대의 로보택스를 운영하는 것으로 보고하였습니다. 현재도 운영 규모 대비 사고 건수가 일반 차량 대비 낮은 수준이며, 아직까지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사고는 없기 때문에 로보택시는 보다 안전한 이동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 해당 운영사들의 핵심 주장입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로보택시 이용자들은 오히려 덤덤한 모습입니다. 이미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을 통해 운전석의 개입 없는 차량 운행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웨이모나 크루즈의 로보택시가 기술적으로 새롭거나 낯선 현상이 전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로보택시나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을 경험한 고객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한 가지, 과연 로보택시가 기존 차량공유 서비스 대비 더 낮은 요금으로 운행하면서 차량 대기 시간을 줄여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만약 시간과 요금이라는 차량 승객의 가장 핵심 니즈를 해결해 준다면 얼마든지 로보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웨이모 서비스가 가격 및 대기시간 측면에서 우버나 리프트 대비 열위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요금 측면에서도 특별히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으며, 현재 운영되는 웨이모의 규모가 동일 지역 우버 드라이버 수의 2%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기 시간 또한 당연히 열위에 있을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웨이모는 재빠르게 우버와의 파트너십을 맺고 우버의 트래픽에 올라타는 전략을 채택하였습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가 미처 커버하지 못하는 루트를 찾아 자율주행으로 그 빈 공간을 매꾸겠다는 복안입니다.
로보택시가 불편하지 않은 이용객들에게 자율주행은 더 이상 새로운 기술도 미래도 아닙니다. 단지 우버에서 차량 선택 옵션에 로보택시가 추가되는 정도의 임팩트인 것입니다. 기술의 진보를 떠나 자율주행도 결국은 가격과 시간이라는 모빌리티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놓고 싸워야 하는 단계에 이른 것입니다.
미래는 영화처럼 한번에 오지 않아
제너럴모터스가 2016년 3월, 당시 설립 3년차에 불과하던 자율주행 스타트업 크루즈(Cruise)를 무려 1조 원의 가치로 인수하자 자율주행은 단숨에 실리콘밸리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등극하게 됩니다.
그 결과 2016 - 2017년은 자율주행 하입(Hype)의 해로 기록됩니다. 아이디어와 프로토타입만으로 유니콘에 등극하는 기업의 등장은 이러한 하입 형성의 가장 강한 시그널입니다. 2016년 5월 Zoox는 제로베이스에서 만드는 자율주행차란 아이디어를 내세워 시리즈A에서 무려 1.4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기술에 대한 열광은 사라졌고 기다려오던 로보택시를 접한 사람들의 모습은 덤덤하기만 합니다.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되어버린 기술은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뿐만이 아닙니다. 메타버스, 크립토, NFT, 인공지능까지 최근 하입사이클을 지났거나 지나고 있는 키워드는 언젠가 일상 기술이 되겠지만,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똑같은 키워드에 열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입사이클을 보고 창업에 뛰어들었다면 항상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오픈AI가 탄생했던 2015년 당시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 받던 키워드는 아이러니하게도 D2C(Direct-to-Consumer)이었습니다. 와비파커, 달러쉐이브클럽, 캐스퍼와 같은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수 조 원의 자금이 몰렸었죠. 8년이 지난 지금 DTC와 AI의 위상을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하입에 대한 투자가 미래를 가장한 과거에 대한 투자가 아닐지 되새겨보며 오늘 뉴스레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조각 뉴스] GGV캐피탈, 미국 - 중국 사업 분리하기로 결정
GGV캐피탈은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미국 의회 차원에서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고 나서자 가장 먼저 주목받았던 벤처캐피탈입니다. 미국과 중국 투자를 균형있게 영위하면서 운용 자산만 10조 원이 넘는 대형 투자사였기 때문입니다.
- 지난 WeeklyEDGE 49호에서도 미 하원 특별위원회의 중국 투자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주목받는 곳으로 GGV캐피탈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 GGV캐피탈은 9월 22일 성명을 통해 2024년 1분기까지 미국과 중국 사업을 분리하여 두개의 별도 투자사로 운영할 계획임을 발표하였습니다.
- "지난 10년 간 벤처 투자 환경은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글로벌 투자의 복잡도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GGV캐피탈도 이러한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변화를 결정하였습니다"
기존 6인의 파트너 중 한스 텅, 글렌 솔로몬, 제프 리차드는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남미, 이스라엘, 인도까지 사업을 전담하고 시준 푸, 제니 리, 에릭 주 세 명은 중국을 포함 동남아 및 남아시아 사업을 맡기로 하였습니다.
- 바이두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시준 푸, 테마섹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는 제니 리 등 아시아 멤버들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GGV의 중국 사업은 앞으로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 반면 중국 시너지가 사라진 GGV 미국 팀의 경우 투자 전략이 모호해지며 실리콘밸리에서의 인지도 및 영향력이 다분히 하락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 GGV캐피탈의 이름은 미국 팀이 가져갈 계획입니다. 현재 회사의 홈페이지에서 중국 및 싱가폴 기반 파트너들의 프로필이 모두 삭제된 상황입니다.
세콰이어와 마찬가지로 GGV 또한 한국 투자 및 포트폴리오 관리는 중국 측에서 담당한다는 계획입니다.
- GGV캐피탈의 경우 국내 스타트업인 매스프레소의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 많은 글로벌 벤처캐피탈들이 사업적 시너지와는 별개로 지리적 요인을 이유로 국내 투자를 중국 팀에 편입시키고 있다는 점은 국내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주의하여 살펴봐야 할 트렌드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