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말이나 단어가 지닌 ‘힘’의 강력함을 존중합니다. 마치 초등학교 수련회에서 제 눈물을 쏟게 한 ‘엄마’, 혹은 영화에서 주인공의 불사를 의미하는 ‘해치웠나?’ 등이 있죠, 그중에서 많은 사람들의 진을 빼는 단어.
' 처음 '
<찰리의 N잡뷰>의 ‘첫’ 인터뷰이를 누구를 모셔야하나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트레이너로 근무하는 스튜디오에서 막 운동하고 나와 힘들어 바닥에 널브러진 N잡러 도인님께 인터뷰 요청을 했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저는 무척이나 신중했기에 제 눈앞에 있다는 이유로 발탁했습니다. N잡러는 우리 주위에 흔히 있는, 어디에도 있으면서도 어디에도 없다를 보여주고 싶다는 저의 취지가, 제 눈 앞에 운동 후 땀에 절여 널브러진 N잡러와 제법 일맥상통했기 때문입니다.
도인과의 인터뷰를 하고 나서 든 생각은 그의 삶은 제법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지금 현재 제약회사 CSO랑, 버거집 투자 그리고 순대 유통을 하고 있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간단한 설명 부탁드려요 : )
안녕하세요. 현재 제약회사에서 CSO(프리랜서 제약 영업직), 성수동에서 ‘나이스두잉’ 수제버거집 투자(전 사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순대 유통업을 하고 있는 최도인입니다.
어쩜 이리 셋 다 하나도 연관이 없네요!? 어떻게 이런 무관한 직업들이 도인에게 모였을까요?
원래 저는 브랜딩과 마케팅을 하고싶어했던 경영학과생이였어요. 그러나 대학교 졸업반 당시 제약회사 영업직이 또래 비해 많은 수입과 비교적 쉬운 취업라인이란 이야기를 들었죠.
도인의 첫번째 막 ‘제약회사 영업직’
업무에 대한 적성은 그리 나쁘지도 않았고 제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실적도 좋았어요. 그거 아세요? 제약 영업직들이 가장 좋아하는 약이 뭔지? 바로 ‘혈압약’과 ‘당뇨약’이에요. 편찮으신 분이나, 복용하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영업적으로 봤을때 해당 약은 한번 시작하면 평생을 달고 살아야하는 수익이 비교적 많이 남는 약이에요. 저는 해당 유형의 약을 통해 좋은 실적을 10년이나 유지했죠.
그러고는 코로나 시국이 터졌어요.
당시 모든 경제사회는 처참했죠. 저에게는 ‘번아웃’이 찾아왔어요. 모두가 힘들었지만, 10년의 공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걸 보니 당최 말로 형용할 수 없었어요. 결국에는 회사를 프리랜서로 나오면서 버거집을 차렸어요.
도인의 두번째 막 ‘수제버거 나이스두잉’
어쩌면 대학교때 꿈꿨던 브랜딩이나 마케팅을 버거집을 통해 이뤘던 것 같아요. 그렇게 2년동안 버거집을 운영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그 다음 단계를 준비했어요. 코로나 때 시련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 다녔죠. 그러다가 찾은게 바로 ‘순대’에요.
도인의 세번째 막 ‘순대’
수제버거집은 같이 일하던 친구에게 맡기고 새로운 돈이 나오는 파이프를 찾아다녔고 그러다 찾은것이 ‘순대’에요. 신기하게 경제가 불황이면 순대의 판매량만 좋아져요, 호황? 더 좋아지죠. 무엇보다 순대를 취급하는 곳이 대한민국에는 많아요. 순대국밥, 순대트럭, 분식집 등 몇번을 재고해도 대한민국에서 순대가 쉽게 없어질 것 같지는 않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사업이든 100%로 성공한다는 장담은 못해요. 하지만 반대로 순대는 100% 망하지는 않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인의 N잡 루트를 보니까 없을 것 같던 연결고리가 있고, 다음 스텝에 대한 이유가 있네요?
어디에 머물든 나올때 항상 무언가를 갖고 나온것 같아요. 제약회사는 프리랜서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영업력과 인맥, 수제버거집은 F&B에 대한 경험, 순대는… 제가 생각하는 다음의 발판일 뿐이에요.
저는 그렇게 끈기가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오히려 끈기가 없기에 다양한 일들을 시도했고 덕분에 저관여 업무를 통한 여러 돈의 파이프를 만들었고, 만들고 있어요. 대신 저에게는 하나의 습관이 있어요.
‘ 체득화 ’
앞에 설명한 것만 보면 그냥 이것 저것 했을 것 같아도 저는 항상 모든 걸 경험하고 이해하는 ‘체득’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제약회사 근무 당시 약에 대한 이해부터 의사, 영업 등 모든걸 이해하고 한 프로세스에 진행 할 수 있도록 했어요. 밤낮 없이 일한 덕에 건강이 나빠질 정도였죠. 수제버거집 당시에도 3개월 동안 단 하루도 쉰적이 없어요. 덕분에 F&B 시장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순대라는 선택도 할 수 있었죠. 물론 최근에 시작한 순대 유통의 경우도 앞으로 1년간은 휴일없이 일할 생각이에요.
생각보다 가혹하고 힘들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 해야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체득의 과정은 저에게는 ‘습관’이에요. 직장인들은 일을 하니까 돈을 벌어요. 하지만 저희같은 N잡러들은 돈을 벌기위해 일을 해요. 무슨 일을 해도 그게 다 제 수입원과 연결이 되니까 힘들다는 생각이 든적이 없었고 오히려 일에 대한 열정과 성실이 이어져 ‘체득’이 된 것 같아요.
탈MZ 마인드이긴한데 (물론 나이도) 저는 버티고 노력하는게 다 부질없는 열정페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적어도 제가 살아온 삶에서는 그거에 대한 대가는 어떻게든 늘 돌아왔던 것 같아요.
그럼 마지막으로 인터뷰에 대해 편하게 한마디와 다음 인터뷰이에게 궁금한 점 하나만 질문해주세요.
원래 찰리하고 아는 사이여서 <찰리의 N잡뷰>라는걸 하구나 하고 알고있었는데, 제가 첫번째 인터뷰이가 될 줄은 전혀 몰랐네요 : ) 생각보다 저 쓸 이야기들이 없을 것 같아 걱정이에요 🥲 음… 그리고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은 현재 N잡이 단순히 생계를 위한 선택인지, 아니면 본인의 의지와 열정으로 원하는 일을 진정으로 만족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극중 주인공인 ‘조제’는 현실의 제약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삶을 창조하는 인물입니다. 많은 시련과 고통 두려움이 그녀 앞을 가로막지만, 결국에는 현실을 마주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갑니다.(너무 아름다운 영화이기에 비약적으로 적었습니다 🥲)
저 또한 ‘조제’만큼은 아니지만 굵고 짧은 여러 시련이 찾아왔던 삶입니다. 그럴때마다 기지를 발휘하고, 주체적으로 위기를 기회를 모면 했으면 좋았겠지만 회피하고 수긍의 자세가 제법 많았습니다. 반면 도인은 위기나 시련에 대한 대처나 반응이 많이 달랐음을 인터뷰를 하면서도 느꼈습니다.
도인처럼 만약 10년동안 쌓아올린 커리어가 하루아침에 무너진다면 이 현실을 우리는 인정하고 마주 할 수 있을까요? 물론 도인도 당시에는 힘들고 앞길이 막막함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근데 몇명이 10년의 커리어가 무너지는 상황을 도리어 발판으로 삼고 전혀 다른 기회를 만들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이 뉴스레터는 이러한 직업 귀천이 있는 다양한 N잡러들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저와 함께 이 흥미진진한 여정에 동참하시고, 다채로운 인터뷰와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사람내음이 나는 <찰리의 N잡뷰>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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