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밤의 공기가 진짜 여름 느낌이라고 🐳

[들으며 읽는 클래식] F. Mendelssohn <A Midsummer Night’s Dream> Op.21

2022.08.26 | 조회 3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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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클래식

클래식과 함께, 재미있는 예술야화를 전합니다.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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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말 ‘한여름 밤의 꿈' 속에서 살았다" — Fanny Mendelsson

바흐와 헨델이 음악의 부모님이라면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과 그의 누나 파니 멘델스존(Fanny Mendelssohn)은 음악의 남매다. 둘은 아마추어 음악인이자 영문학, 불문학, 이탈리아 문학가인 어머니와 함께 자라며 어릴적부터 여러 문학을 즐겼다. 거기에 계몽주의 철학가였던 할아버지 모제스 멘델스존, 멘델스존 은행의 사장이었던 아버지 아브라함 멘델스존의 영향을 받아 유복한 집안에서 행복하게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 속에 자랐다. 부모는 이미 아이일 적 모차르트보다 더 대단한 재능을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음악적 서포트를 아끼지 않았다. 그의 이름 펠릭스(Felix)는 라틴어로 ‘행운'이라는 뜻이다.

 

문학을 사랑한 펠릭스 멘델스존은 우연히 그의 누나와 함께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을 읽게 된다. 마법의 숲에서 벌어지는 더 마법같은 사랑이야기에 매료된 그는 곧 자신이 받은 영감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하는 욕구에 사로잡힌다. 멘델스존에게 여름 밤이란 어떤 의미였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곡 한여름 밤의 꿈 서곡에는 17살 청년 멘델스존의 순수한 사랑의 감수성이 젖어있다. 그가 태어나기 200년도 전에 남겨진 텍스트에 상상력을 더하여 자신만의 색이 담긴 음악으로 재탄생 시켰기 때문이다.

 

 #1 진실된 사랑을 찾아 떠나는 환상의 숲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은 연인 간 사랑의 마찰과 갈등이 초자연적 힘을 빌어 해결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신비로운 마법의 존재, 그리고 이가 발현되는 요정의 숲에 대한 묘사는 작품의 매력포인트로 손꼽힌다.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무수한 작품 중에서도 가장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며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평을 받는다.

 

“제가 결혼을 승낙한 건 드미트리우스입니다. 헌데, 라이샌더 이 작자가 제 자식의 마음을 호렸습니다.”

한여름밤의 꿈은 사각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지우스의 딸 허미아는 라이샌더라는 청년을 사랑한다. 라이샌더도 마찬가지로 허미아를 사랑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라이샌더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드미트리우스라는 청년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드미트리우스역시도 허미아를 사랑하는 청년이었다. 그런 드미트리우스를 사랑한 여인 헬레나도 있다. 4명은 사랑이라는 뜨거운 단어 아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관계로 이어져있다.

 

자유로운 사랑에 자비란 없던 시대, 아버지 이지우스는 공작 테세우스를 찾아간다. 딸이 아버지의 뜻대로 결혼하지 못하면 사형에 처한다는 법률아래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다. 테세우스는 “법에 따라 죽임을 당하거나, 드미트리우스와 결혼하거나” 아니면 “영원한 금욕과 독신을 맹세하라”는 선택지를 준다.

 

허미아와 라이센더는 아테네 법이 통하지 않는 장소에서 결혼하기로 결정한다. 자신들의 꿈을 위한 도피였다. 허미아에게 마음이 있던 드미트리우스, 그리고 드미트리우스에게 마음이 있던 헬레나까지 따라나섰다. 그들은 어떤 숲에 도달했다. 그 곳은 큐피트의 화살을 가진 요정왕 오베론이 다스리는 요정의 숲이었다.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서곡은 이러한 사랑이야기의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포괄한다. 희극<한여름 밤의 꿈>이 제작되기 17년도 전에 이미 그의 누이와 함께 연주하기 위해 피아노 이중주로 작곡했던 곡을 서곡으로 편곡했기 때문이다.

 

점점 색채가 더해지는 목관악기의 첫 4음은 요정의 숲에 들어서는 듯한 느낌을 준다. 깜깜했던 앞길에 내린 빛 한 줄기, 이를 따라 시야를 넓히니 등장한 요정의 숲. 숲의 주인을 찾기 위해 간박한 듯 움직이는 눈동자, 그리고 외딴 자의 침입을 알리려는 요정들의 바쁜 날갯짓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잠시 평화를 찾는 중간 간주부를 지나면 금관악기의 등장과 함께 진실된 사랑의 결실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두근거림이 전해진다. 이어지는 현악기부에서는 환상의 숲 전경이 펼쳐지며 목가적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이야기의 배경이 악기별 음색으로 묘사된다는 점이 바로 이 서곡의 특징이다.

 

 #2 숲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사랑 

“오만한 티타니아, 달밤에 잘 만났소이다.”

“아니, 시기심 많은 오베론이 웬일이세요? 얘들아, 어서 가자. 저 양반과는 잠시라도 가까이 있고 싶지 않구나. 잠자리에 드는 일도 앞으론 없을 거야”

오베론은 숲을 지배하는 요정의 왕이다. 그의 곁에는 티타니아라는 요정의 여왕이 있다. 이들의 등장으로 열리는 극의 2막은 부부싸움으로 시작한다. 툴툴거리는 말투와 또 시비냐며 지쳐있는 심리까지, 둘은 형상만 요정인 ‘현실부부'다.

 

싸움의 주제는 아테네 시시어스 공작의 결혼식이었다. 티타니아는 오베론이 참여해 함께 즐겨줄 것을 원했고, 오베론은 티타니아의 시공을 넘기면 제안을 허락하겠다고 밝혔다. 체념한듯 잠이나 자야겠다며 요정들과 떠난 티타니아는 요정들에게 자장가를 요청한다. 바로 2막 2장에 등장하는 <얼룩무늬 뱀>이다.

 

이 곡은 티타니아가 잠들 때 고슴도치와 벌레들이 그녀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요정들의 자장가다. 이번에도 요정의 날갯짓을 묘사하는 목관악기의 통통튀는 움직임이 돋보인다. 가사가 나올 때 쯤에는 왕벌의 비행을 상상케한다. 그러나 곧 성악의 멜로디가 날갯짓을 포근하고 부드럽게 감싼다.

 

오베론은 티타니아가 잠든 사이, 장난꾸러기 요정 퍽을 부른다. 큐피트의 화살에서 떨어진 처녀의 피를 맞은 꽃을 구하기 위함이다. 꽃에서 나오는 꽃즙을 맞으면 누구나 처음 본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흔히 말하는 ‘큐피트의 화살’, ‘사랑의 묘약’이다.

 

“그 꽃즙을 손에 넣기만 해봐라. 가져오자마자 티타니아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그녀의 눈꺼풀에 한 방울 떨어뜨려야겠다. 그러면 그녀가 꺠어나 최초로 보는 것을, 그것이 사자든, 곰이든, 늑대든, 황소든, 까불거리는 원숭이든 영혼의 밑바닥까지 홀딱 반해서 쫓아다니겠지”

 

퍽은 금세 서쪽나라에서 꽃을 구해왔다. 오베론은 퍽에게 티타니아의 눈에 그 꽃즙을 바르도록 시킨다. 그녀가 처음 본 그 어떠한 생명체와 바로 사랑에 빠지게 되도록 말이다. 티타니아는 결국 연극을 연습하던 당나귀와 눈이 마주쳤고, 한눈에 반해 사랑을 시작한다.

 

 #3 비극이 아닌 희극, 1타 3피의 결연 

티타니아가 당나귀와 사랑에 빠지기 전, 아주 중요한 서사가 존재한다. 사랑의 묘약을 찾아 퍽이 떠나고 홀로 남겨진 오베론이 헬레나와 드미트리우스의 싸움을 보게 된 데에서 시작한다. 드미트리우스만을 간절히 추종하는 헬레나, 그리고 그녀를 필사적으로 밀쳐내는 드미트리우스의 모습을 보며 헬레나에게 연민을 느꼈다.

 

오베론은 헬레나를 위해 퍽에게 드미트리우스의 눈에 사랑의 묘약을 묻힌 뒤 헬레나를 처음으로 보여주라고 지시했다. 여기서 퍽은 결정적 실수를 저지른다. 드미트리우스의 눈에 묻혀야 할 꽃즙을 라이샌더에게도 함께 묻힌 게다. 라이샌더와 드미트리우스는 눈을 뜨고 본 첫 생명체가 헬레나였고, 갑자기 둘은 헬레나의 추종자가 됐다. 라이샌더는 무례한 태도로 헬레나에게 구애를 했고, 동시에 허미아는 가감없이 버려졌다.

 

오베론은 이 사태를 티타니아가 당나귀와 사랑에 빠지고야 알아차렸다. 뒤늦게야 퍽을 질책하고 두 쌍의 남녀를 모두 잠재워 사랑의 묘약 효과를 잠재운다. 티타니아에게 걸린 마법도 해제됐다.

 

아테네로 돌아간 두 쌍의 남녀는 테세우스 공작과 함께 결혼식을 치루기로 한다. ‘테세우스와 히폴리타’, ‘라이샌더와 허미아', ‘드미트리우스와 헬레나' 이렇게 세 쌍의 연인이 공동으로 결혼을 하게 됐다. 이때 나오는 음악이, 지금까지도 연주되는 <결혼행진곡(the Wedding March)>이다.

 

약 200년의 시간동안 백년가약의 순간을 장식해준 음악이 셰익스피어의 환상적인 사랑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사랑이라는 게 요정들의 마법처럼 매일 매일이 꿈과 같은 정경으로 펼쳐지지는 않을 테다. 허나 우리의 사랑을 피워준 큐피트의 화살을 한 번 쯤 돌아보아도 좋다. 그, 혹은 그녀의 눈망울에 사랑의 묘약이 담겨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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