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아직은 악몽을 꾼다

2024.07.19 | 조회 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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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채영

소중한 당신에게 제 일기장을 보여드려요.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 이미 한참 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내가 졸업한 이력의 데이터가 사라졌다는 메일을 받았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나는 정말 분하고 원통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보였다. 학교 측에 문의를 해 보아도 어쩔 수 없다는 말 뿐이었다.

나는 다시 학교에 갔다. 몸에 딱 맞아 불편한 교복처럼 학교라는 공간에 있는 것은 숨이 막혀왔다. 기분이 참담하기 그지 없었다.

과거 학교에 적응을 못했던 나는 자주 숨이 막히고, 화가 나서 가슴이 뜨거워지곤 했었다. 도대체 언제 집에 갈 수 있나 괴로워서 앞머리를 쥐어 뜯고 눈물을 뚝뚝 흘리던 옛날 기억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너무 괴롭고, 도대체 언제 졸업을 할 수 있을지 몰라서 자리에서 전전긍긍했다. 아무래도 담당자에게 다시 물어봐야겠어. 답답해서 손톱만 물어뜯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다.

또 수 십 번, 수 백 번 꾼 것 같은 악몽을 다시 꿨다. 이쯤이면 그만 하려나 싶은데 10년 넘게 꾸고 있다. 아직 선잠에 몽롱한 상태였는데, 동거하는 친구가 빼꼼 문을 열며 말을 걸었다.

"선풍기 틀고 문 닫으면 안돼~"

무뚝뚝하지만 상냥한 내 친구. 친구가 출근하기 전에 나도 제대로 인사를 하고 싶어서 일어나서 말을 걸었다.

"도래지야, 나 또 학교 돌아가는 꿈 꿨어."

"진짜?"

"어. 언젯적 일인데 정말 생생해. 너무 현실 같아서 이렇게 일어나고 나서도 진짠가? 싶다니까.."

"에구."

"난 도대체 이 기억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을까?

남들은 잘만 다녔던 학교가 왜 그렇게 괴로웠는지.."

친구는 말없이 물 한잔을 떠줬다. 나는 염치도 없이 계속 하소연했다.

"나는 내 삶을 내가 선택할 수 없는게 너무 싫어.

죽는것 보다 괴로워.

학교에서는 내가 뭘 배우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싶은지 하나도 고를 수 없잖아.

그리고 더 중요한건, 내가 뭔가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먹기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게 너무 나를 화나게 해

그러다가 눈물이 나고 나중에는 그냥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어.

발 한쪽이 묶여서 평생 인간에게 복종해야 하는 코끼리가 된 거 같아. 진짜 끔찍해!"

"그래..그때 너 많이 힘들어했지."

"그때 뿐만이 아니야. 지금도 나를 귀신처럼 따라다니는데, 어떡하면 좋지?"

"그때는 네가 선택지가 많지 않았을 수도 있지..그치만 지금은 너가 선택할 수 있잖아?"

"그런가? 난 그냥 한심한 쓰레기 같은데.

지금도 무슨 일을 해서 먹고살지 고민하다보면, 그때처럼 아무 저항도 못하고 고통속에 나를 방치하게 될 거 같아.

그러면 너무 무서워서 음식을 입에 막 쑤셔넣고, 그러다 보면 이렇게 나를 해치고 시간을 허비한 내가 더 싫고..그런게 쓰레기잖아."

"그때의 너와 지금의 너는 달라. 지금의 너는 네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 절대 예전처럼 괴롭진 않을거야."

"알아차린다고 뭐가 달라지는거야?"

"알아차리는 순간 너는 선택할 수 있어."

내 친구가 왜 이렇게 상담 선생님처럼 말을 하지, 생각을 하다가, 얘가 건넨 물컵이 작은 소주잔으로 바뀌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도자기 머그컵이었던 것 같은데...그 안에 있는 물을 마시려던 찰나, 또 한번 잠에서 깨어났다.

나는 몹시 두려웠다. 나는 트라우마를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뭘 반복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왜 먹고 왜 토하는지 안다. 알아차리는 순간 나는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수년간 반려해온 정신병과 조금 거리를 두면서 알게된 건 '그런갑다' 하는 상태를 한참을 지나야 '그렇구나'까지 간다 사실이다. 그러니까, '참 나, 그렇게 간단하면' 먼저 좀 꿍얼거리고 그런가보다 한다. 나는 지금 트라우마에 잠겼었다는 걸 아니까, 바로 헤쳐나올 수 있는가보다. 밑져야 본전일 것이다.


준 앤 줄라이로 연재를 하던 채영입니다. 준 앤 줄라이와 너무 멀어진 것 같아서 뉴스레터명을 '프롬채영'으로 바꾸었어요. 준 앤 줄라이 이야기를 기다려주던 분들께 미안해요. 그래도 계속 편지할게요! 싫지 않다면 계속 읽어주세요(싫어도 조금 견뎌 주어도 좋고...) 🥹 무덥고 습한 여름 건강히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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