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커프레
아홉 번째 월간 커프레를 발행하면서, 커프레와 함께 월간 커프레도 종료됩니다. 벌써 9개의 글이 발행되었다고 돌이켜보니, 새삼 시간이 빠르게 느껴집니다. 에디터를 모집하고 글의 결을 찾기 위해 미팅을 하던 때가 주마등처럼 떠올라 지나갑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꼬박 적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적고 보면 별 게 아닌데 싶다가도, 다시 적으려 들면 묵직한 부담이 마음 언저리를 누릅니다. 그럼에도 꿋꿋히 글을 적어온 에디터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월간 커프레를 편집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나누는 장이 있다는 건 좋다는 것입니다. 나의 생각을 가지런히 모아 놓고, 한 단어 한 문장씩 엮어서 가지런히 담아 내는 일은 아무래도 마음 건강에 무척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문장을 가다듬는 과정에서 나 조차 모르던 나를 발견하기도 하니까요. 마음을 표현할 곳이 있다는 것도, 이를 읽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모두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 '장'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하나씩 하나씩 도랑을 파고 물을 길러오던 9개월의 시간이었습니다. 잘 쓰지 못해도, 어색한 문장과 사진이 삐뚤삐뚤 적혀도, 여러 명의 에디터들이 모인 글 속에서 서로의 온기를 더했던 과정이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하며 따뜻했던 월간 커프레의 마지막을 정리합니다.
관심있게 읽어주셨던 독자분들께도 에디터들을 대신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번 5월 월간 커프레에는 6명의 에디터와 커프레 운영진 3명의 글이 담겨있습니다. 운영진으로써 커프레의 마지막 인사를 월간 커프레라는 따뜻한 '장'을 빌려 전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번 글도 잘 읽어봐주세요.
목차
- 1. 종이접기 - 릴리
- 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커프레에서 활동하며 - 병규
- 3. 커프레에 건네는 인사 - 예리
- 4. 나의 커피 친구들에게 - 녕
- 5. 보따리 같은 마음 - 소연
- 6. 안녕 안녕 안녕 - 보니
- 7. 커프레 2년 - 로댕
- 8. - 혜니
- 9. - 효주
월간 효플리 링크
5월 월간 효플리 들으면서 읽으세요!
1.
종이접기
릴리
색종이를 접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또 한 번,
그렇게 여러 번 접었다.
색종이를 펼쳤다.
꼬깃꼬깃 접힌 자국들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생각날 때마다
색종이를 접고, 펼쳤다.
그렇게 많은 흔적을 남겼다.
색종이를 바라보았다.
손때 묻고 꾸깃해진 색종이는
오히려
반짝이는 윤슬처럼 빛났다.
색종이를 품었다.
그렇게 우리들의 추억도
빛나는 흔적처럼
마음 속에 품었다.
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커프레에서 활동하며
병규
2023년 4월, 저는 커피 프렌즈 레이블에 가입하면서 하나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 해의 키워드는 ‘건강’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생각이나 취미를 꾸준히 드러내고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고 있었어요. 좋은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는 것이 정신적인 건강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그건 제 경험에서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조금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커피와 관련된 정보, 스몰톡, 일상의 감각을 나누는 일이 익숙해졌고, 어느새 저는 이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후, 제가 이 커뮤니티에서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커프레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라며, 알리미로서 활동을 시작하고, 뉴스레터 발행에도 참여했죠. 이 작은 기여가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랐고, 또 그 과정에서 제가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2023년, ‘건강함’이라는 목표는 충분히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2024년에는 새로운 키워드를 정했습니다. 바로 ‘도전’이었습니다. 퍼블릭 커핑, 로스터리 커핑, 각종 커피 업계 서포터즈 활동에 참여했고, 그 모든 활동에서 좋은 결과도 얻었습니다. 제가 그 해에 참여한 모든 서포터즈 활동에서 수상을 했고, 그 과정에서 커피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많이 쌓였습니다. 일일이 다 적을 수는 없지만, 그 시기를 떠올리면 그저 ‘참 좋았다’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2025년의 키워드는 ‘레벨업’입니다.
이젠 커피를 집에서 내리는 루틴도 익숙해졌고, 예전엔 하지 않던 인스타그램 활동도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정보를 찾는 법, 촬영 장비나 콘텐츠 구성에 대한 고민도 이전보다 훨씬 구체적이 되었고, 최근에는 물음표방에서 이런 질문들을 자주 던지기도 했죠. 그 모든 활동이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저 스스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레벨업’의 과정이라고 느꼈습니다.
이제 커프레가 종료된다는 소식을 들으며 문득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아쉽기도 하고, 조금은 허전하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이 2년간 참 잘 놀고, 잘 배우고, 잘 성장한 것 같습니다. 기초는 단단히 닦였고, 이제는 그 위에 저만의 방식으로 더 쌓아갈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이 글을 통해, 그동안 커프레에서 제가 왜 그런 방식으로 활동했는지. 어떤 질문을 왜 했고, 어떤 방향을 고수했는지를 조금은 드러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커프레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모두 어떤 목적 아래 있었고, 그 목적은 매년 달랐지만 언제나 ‘나아가기 위한 발돋움’이었습니다. 커프레라는 모임은 이제 끝나지만, 그 안에서 저는 단순히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에서, 커피를 더 깊이 이해하고 표현하는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었어요. 이 변화가 제게는 가장 인상 깊은 성장이었고, 커프레를 통해 얻어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녕, 커프레.
덕분에 많이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더 멀리 가볼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고마웠어요.
3.
커프레에 건네는 인사
예리
이 주제로 도무지 글을 시작할 수 없다. 시작하면 끝을 내야만 해서. 그 끝이 뭔지 잘 알고 있어서. 누가 보면 아주 오랫동안 커프레 몸담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들어온 지 4개월 남짓 되었다. 아쉬움에 기간이 중요하겠는가. 짧아서 더 아쉽다. 나도 이런 마음인데 2년 동안 커프레를 봐왔을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다. 그러니 아쉬움은 뒤로하고 잔잔하게 작별 인사를 붙여볼까 한다.
“커프레 프렌즈다” 라는 사실 하나가 주는 힘은 대단했다. 소속되어있다는 자체가 뿌듯함이었다. 커프레로 엄청난 이득을 받았나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그렇다고 사람을 많이 만났냐 물어도 그것도 아니다. 다만, 무언가를 그러니까, 커피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게 많은 자극을 줬다. 희한하게 여기 사람들은 재주가 많다. 글을 잘 쓰거나, 사진을 잘 찍거나, 하물며 말도 잘했다. 또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들은 커피를 단순히 마시는 것으로 대하지 않았다.
커피는 자연스러운 인사말이었다.
오픈채팅방에서 항상 아침마다, 주말마다 ‘모닝커피 하세요’, ‘주말 커피 생활은 어떠신가요?’ 물어오는 말들이 다정했다.
커피는 매개체였다.
스탬프 투어 카페에서는 늘 프렌즈를 만날 거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평소에는 몰랐을 카페에 발걸음하게 했다. 그리고 만나게 했다. 스탬프 카드를 들고 조심스럽게 ‘찍을 수 있을까요?’ 묻는 말에 반가워하던 표정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렇다, 사람을 공간을 이어주는 순간들이다.
커피는 좋은 핑계가 되었다.
재주꾼들이 모인 만큼 그 재주를 마음껏 펼치는데 커피는 좋은 핑계였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월간 커프레에서 커피, 그에 얽힌 사람 이야기를 썼다. 카페 투어를 핑계로 출사도 다녔다.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들은 커피 한잔을 둘러싸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달을 회고했다. 물론, 커피를 내리고 맛보고 평가하고 나누는 건 기본이다.
커피의 여러 면들을 꺼내 준 일은 커프레가 아니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무해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좋은 사람, 좋은 말, 좋은 태도를 볼 수 있었다. 친절했다. 젠틀하고 따스했다. 그 연대의 성격이 단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머물게 하지 않았다. 안부를 나누게 했고, 만남을 나누게 했고, 선뜻 이야기를 나누게 했다.
아쉬운 마음에 길게 부연하게 되니, 좋아하는 문장으로 작별해 보려 한다.
일어날 객관적 사태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단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나의 주관적 태도일 뿐입니다. 나는 다만 내가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서 나 자신의 주관적 태도를 고상하게 만들 수 있을 뿐인 것입니다.
김상봉,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
커프레에 인사를 건네야 한다는 사실에만 머무르지 않기를, 다 함께 겸허하고 잔잔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너무 아쉬워 슬퍼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안녕, 커프레.
4.
나의 커피 친구들에게,
녕
5.
보따리 같은 마음
소연
보따리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바리바리 짐을 들고 다닐때가 많아 스스로를 보부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커피를 내려먹는 것도, 음식을 해먹는 것도 좋아하기에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여행을 다닐 때 마다 주섬주섬 챙기다 보면 하나 둘 짐이 늘어나더군요. 간결한 짐과 가벼운 몸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과는 다른 맥락으로 저는 이 번거로워 보일 수도 있는 짐싸기를 즐거워합니다.
좋아하는 것들이 담겨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여행을 갈 때 커피 용품들을 챙기고, 러닝화나 등산화를 챙기는 것, 친구의 집에 방문할 때 직접 만든 음식이나 좋아하는 과일과 차를 챙기는 것. 이런저런 짐을 싸며 준비할 때면 좋아하는 것을 하게 되는 시간이나,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 마음들이 짐을 싸고, 그것들을 누리는 순간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것 같아요.
위에 나눈 이야기처럼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누리기 위해, 혹은 누군가에게 나누기 위해 챙겨가는 보따리가 있지만, 반대로 누군가가 챙겨주는 마음을 담아 돌아올 때도 있습니다. 만남 뒤에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고, 자신이 좋았던 경험들을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저는 이런 마음의 오고감이 보따리라는 단어가 주는 따뜻함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커프레에서 1년의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그간 제가 느낀 커프레는 각자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가져와 나누는 곳이었습니다. 계산하지 않고 그저 함께 누릴 수 있는 시간을 골몰하는 마음이 많이 느껴지는, 그래서인지 언제나 다정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는 곳이었습니다. 제가 가져간 보따리보다 누군가가 가져와주는 마음들을 많이 받아오던 고마운 곳이었습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을 줄 알았는데, 받기만 하고 마무리를 짓게 되는 것 같아 아쉬운 커프레의 마침표. 보따리같은 마음들이 기억에 남아 이 글을 씁니다.
커프레에서 받은 에너지를 기억하며 앞으로도 좋아하는 마음들을 주섬주섬 모아 잘 나누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제가 커프레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어본 모임은 작년 늦여름의 피크닉이었는데요. 각자 마르쉐에서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을 준비해오고 나누어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날씨에 더더욱 생각나는 피크닉입니다. 커프레와 함께 한 순간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함께 피크닉을 간다면 들고 가고 싶은 저의 보따리. 도시락 메뉴를 나누어 봅니다.
6.
안녕, 안녕, 안녕
보니
안녕! hello! 안녕~ goodbye~ 안녕. peace.
안녕하세요, 프렌즈 여러분!
여덟 번 넘어져도 아홉 번 일어나 부딪히는 89년생,
여러분과 보조를 맞추는 보조, 보니입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 싶은 월간 커프레 5월호에는 저도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을까 싶어, 객원 에디터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커프레에 합류하시기 전에 어떤 커피생활을 하고 계셨나요? 커프레와 함께하기 전만 해도 제 커피생활은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부표 같았습니다. 아는 것 없이 대뜸 바리스타가 되었고, 이런 나를 이끌어줄 사람은 없고, 이야기 나눌 동료도 없었거든요.
바리스타로써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좋은 바리스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커피를 즐길 수 있고, 잘 알 수 있을까? 좀 쭈뼛대지 말고 자신 있게 행동하고 싶은데...
이런 생각들로 매일매일을 편하게 잠들지 못했고, 팀이라는 수식어를 쓰는 바리스타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어요. 커피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로댕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서 알게 된 커피 커뮤니티의 소식은 마치 긴 가뭄 속에 단비, 사막 한가운데서 만난 오아시스와 같았어요.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커피를 나눠 마시며 신나게 떠들고 돌아간 첫 번째 모임부터, 참여할 수 있는 모임과 활동에는 많은 욕심을 내며 참여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서로를 프렌즈라고 부르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된 지 어느새 2년이 되었다는 게 정말 놀라워요.
스무 번 넘게 진행된 반상회 때마다 커뮤니티가 지속되려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 모두가 고민해 왔고, 어쩔 땐 끊임없이 꼬리를 무는 생각에 혼자서 밤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저는 특히나 호들갑이 심했던 거 같아요. 푸하하.- 그래서인지 커뮤니티의 해산이 결정되고, 그 소식을 전할 때는 말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며칠간 글을 써내려 가면서 지금까지 커프레에서 있었던 일들을 한번 되돌아보았습니다.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눈다면 더 많은 일들이 떠오를 텐데, 아쉽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요.
"아마 커프레가 해산한 뒤에도 우리는 서로를 프렌즈라고 부르겠지?"
형태는 없지만 유대감은 있는 이 모습이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말해왔던 결이 맞는 사람들의 느슨한 연대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프렌즈들은 어떻게 커피생활을 풍요롭게 할까? 또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호기심과 숙제가 남았습니다.
프렌즈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그동안 프렌즈 여러분들의 커피 생활은 풍성했나요?
여러분의 커피생활은 앞으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자면 프렌즈의 풍요로운 커피 생활을 돕고자 했던 활동들이 되려 저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어요. 그렇다면 저는 커프레의 울타리 바깥에서도 프렌즈들의 커피생활이 윤택하고 풍요로울 수 있게 도움으로써 제 커피생활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겠군요. 어떤 것이 있을지 잘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프렌즈의 커피 생활과 일상이 항상 윤택하고 풍요롭길 바라겠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응원해 주세요.
그냥 해주십쇼!
즐겁게 만나 "안녕!"한 것처럼 즐겁게 "안녕~"하며 헤어지며 프렌즈 모두 항상 '안녕'하길!
p.s. 효주님 신청곡 받아주세요~ 015B - 이젠 안녕
7.
커프레 2년
로댕
“자자, 이제 슬슬 다음 달 콜라보 준비를 해볼까요?”
“이번 달 반상회는 어디서 하면 좋을까요?”
“이번에 필요한 반상회 안건은?”
“이번 증원은 언제 하는 게 좋을까요?”
“다음 달 월간 커프레 주제는 ㅇㅇ입니다~~”
“토요일 에디터 ㅇㅇ님 글 올려주세요~~”
“ㅇㅇ님이 커핑을 진행하고 싶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이번 달에 모임 수가 조금 부족하니, 온라인 모임을 조금 더 채우면 어떨까요?”
운영진은 이런 대화를 매달 반복했다. 그렇게 2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프렌즈들의 커피 생활이 풍성하면 좋겠어.’ 그것 하나만을 앞에 놓고 무작정 달려왔다. 그러다 이제 그만 멈추기로 결정했다. 멈춘다고 라운지방에 공표하고 나니 구멍 난 풍선처럼 힘이 빠져버렸다. 매달 반복하던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과 어떤 허전함이 함께 찾아왔다.
모임을 더 자주 쉽게 열고 싶어요. 혜니님의 말 한마디로 시작된 커프레가 2년을 지속할지 그때는 전혀 몰랐다. 이처럼 많은 분들이 모일지도 몰랐다. 100명이 넘는 분들이 함께하고 수많은 분들의 커피 생활을 돕게 될지 그때는 몰랐다.
운영진 입장에서는 참 감사한 일들이 많았다. 발 벗고 커프레를 돕겠다고 나서는 분들이 참 많았다. 사실 대체로 모두들 그런 마음으로 함께 했다. ‘커프레가 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해야 커프레가 잘되지 않을까요.’ 애정 어린 마음으로 커프레를 함께 보살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애써 시간 내어 참여해 주신 프렌즈분들이 참 많다. 모임이 잘 열리지 않자 일부러 이런저런 모임을 기획해 주신 분들도 있다. 커프레가 잘 운영되려면 이런 점이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시는 분들도 있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달라는 프렌즈도 많았다. 커프레 디자인은 언제든지 하겠다며 도와준 치원님, 1년 넘는 시간 동안 커프레 일정을 체크해 준 병규님도 있다. 많은 분들이 함께 고민하고 힘써 주셨기 때문에 부족한 운영진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커뮤니티로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음, 솔직한 심정으로 후련하기도 하다. 아아, 이제는 조금 쉴 수 있겠구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겠구나. 그런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쉬운 마음이 밀물 때의 바다처럼 밀려온다. 조금 더 신경 쓰면 더 좋아질 수 있을 텐데. 함께 더 즐거운 커피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 텐데 말이지.
커프레를 종료하는 점에 동의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체질 개선’이다(나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커프레의 체질 개선이 필요했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 전반적으로 모든 것을 하나씩 고쳐야 했다. 일어나는 시간도 바꾸고, 습관도 조정하고, 음식도 바꾸고. 기분이나 감정도 하나씩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조금 더 건강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그런 시간이 다가왔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그걸 한 번에 개선하기가 쉽지 않아서 끝까지 미루고 있었다.
그게 원인이었다. 미루지 않았어야 했는데 말이지. 결국 운영 능력 부족. 그게 결국 종료의 원인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여러모로 아쉽다.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하고. 흠.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던 2년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좋은 분들을 참 많이 만나고, 많은 경험을 나눴다. 보람찬 시간이었다. 커피 생활을 풍성하게 만들겠다던 커뮤니티는 시간이 지나 서로의 삶을 풍성하게 채워주고 있었다. 함께 카페를 다니고, 함께 커피 이야기도 나누고, 안부를 묻고, 서로 돕기도 하고. 외로울 틈이 없었던 지난 2년이었다. 기회가 되어 또다시 한다면, 그때는 잘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그런 기약 없는 다짐으로 커프레 종료를 눌러버렸다.
여러모로 부족한 운영진을 도와 커프레와 함께해 주셔서 모두 감사합니다!
8.
이야기와 나
혜니
9.
월간 효플리
효주
이번 월간커프레 4월호 ‘나를 만든 경험’으로 풀어진 에디터들의 글 속에서, 저마다의 삶과 각자가 지나온 시간들이 담긴 스토리를 엿볼 수 있었어요. 각기 다른 스토리가 담긴 소설 책 한 권을 읽는 듯하기도 했는데요. 플레이스트 또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긴 트랙들로 준비했어요.
한 번쯤 곱씹어보게 되는 메세지가 담긴 가사들도 전해드릴게요. 화려하기보다는 힘을 빼고 가볍게 듣기좋은 곡들로 구성했으니 글을 읽으며, 산책하며, 휴식하며, 편안히 즐겨주세요.
• 나와 내 이웃에게 - 허회경
‘아 그대는 내일의 젊음 잊지 말고 가져가요.
아 그대는 오늘의 선택을 후회하진 말구요.’
• 숨바꼭질 - 연정
‘비밀스러운 나만의 일기장
그 속 안에 빼곡히 쓰여진 흔적들을 모두 다 지우려고만 하지.
그 모습 전부 우린데.
다른 누군가들도 그렇게 한 권 쯤은 가진 채 살아가고 있는 걸.’
• 청춘 - 스텔라장
이 트랙에선 가사도 좋지만
곡의 중간즈음의 트럼본소리를 봄바람과 함께 음미해보면 좋겠어요.
에디터 소개
감사해요 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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