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rnertable :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건너가려는

🎼  NewJeans 「Ditto」, 2022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드디어 올해의 마지막 뉴스레터를 보냅니다.

저는 뉴스레터만 끝난 것이 아니라, 올해가 완전히 끝났다는 마음으로 십이월의 남은 날들을 살고 있어요. 별로 좋은 마음은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을 잘 살면서 지내면 좋을 텐데요.

구독자 님은 '연말을 만끽하는 날'과 '새해만 바라보는 날' 중에 어느 쪽이 더 많은 것 같으신지요?

지난 한 주, 저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 12월 셋째 주의 일 : 부산불꽃축제 

가을내내 그림 공부하는 화실이 광안리에 있어서 매주 그곳을 걸었는데요. 모든 상점은 불꽃 축제를 위한 자리 예약을 받는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은 상태였어요. 다들 이 근방의 음식점과 카페에 앉아 불꽃을 보는구나, 생각했고요. 하지만 일정상 불꽃놀이는 취소되는 듯 보였는데요.

날짜를 미루어 지난주 17일 저녁에 열리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는 요즘, 밖에서 불꽃을 볼 자신은 없어서. 멀리서나마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광안리에서는 조금 떨어진 달맞이길의 바를 찾았어요.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채 색색의 불꽃이 터질 때마다 셔터 소리와 환호성이 터뜨렸어요.

저와 동거인은 이곳에서의 시간이 너무 좋았는지 각자의 주량을 우습게 넘겼고, 덕분에 다음 24시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경험을, 20대 초반 이후로 오랜만에 해보았다는 후기... 불꽃의 위력이 대단했습니다!

🏡 12월 셋째 주의 장소 : 집 

언젠가 집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홈 스윗 홈이라는 같은 소제목으로요. 하지만 이번 주의 홈은 마냥 스윗하지는 않았습니다. 급격히 낮아진 기온, 만날 사람도, 갈 곳도 없는 상태, 여행을 앞두고 어지러운 마음... 어딘가에 갈 마음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 한 주였습니다.

동거인과의 외부 활동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집에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날아온 커다란 김장 비닐을 꺼내어 소분하고, 제 몸만 한 대파도 정리하고, 니트도 모아 빨고요(겨울의 나쁜 점). 이사 전 가장 큰 문제가 될 저의 서재도 여러 번 살폈습니다. 부산의 기증처를 마련해두어서, 기증할 책도 가득 모았어요. 더 좋은 곳으로 가렴, 그런 말을 하면서요.

연말과 새해를 앞두고 '방 정리'를 미션으로 삼은 분들이 주변에 많은 것 같아요. 구독자 님께도 바깥의 약속 말고 집에서 해야 할 일이 있으신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무사히 잘 진행되고 있는지도요.

📚 12월 셋째 주의 책 : 김성익 외 『연구자의 탄생』 돌베개,  2022 

내년엔 휴학 중이었던 상태를 중단하고, 학업을 다시 시작합니다. 부산에서 팽팽 놀다가 다시 공부를 앞두고 있자니 겁도 나고 걱정도 되는데요. 그래도 더는 미룰 수 없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어찌 됐든 가야 하고, 해야 합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언젠가 샀던 책을 꺼내 보았습니다. 인문사회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구자의 탄생』이라는 책입니다. 

슬프게도 이 책을 읽고 야심에 차는 대신 더욱 두려움으로 압도되었어요. 연구자들이 치열하게 고민해온 시간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책이었거든요. 나의 '과정'에는 타협이나 포기의 순간만 훤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아직 오지 않은, 아무도 보지 못한 제 미래가 벌써 부끄러워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어찌 됐든 가야 하고, 해야 한다는 말을 다시 새겨봅니다. 여전히 저는 내년에도 미완료와 불안정과 사이와 양태로, 그런 정체성으로 살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 정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과정에서 벗어나는 삶은 요원하군요. (눈물)

2월 첫째 주부터 시작한 뉴스레터가 한 해의 끝까지 무사히 왔습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남겨주신 댓글과 보내주신 답장을 통해, 새롭게 알아간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어 무척 신기하고 기뻤어요.

내년의 레터는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계속 할 수 있을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어느 날, 또 갑자기 만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구독자 님의 건강과 평안을 빕니다!

올해 내내 편지를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2022.12.21.
부산에서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