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는 원하는 자에게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2023.01.22 | 조회 286 |
0
|

마작일기

초보 작사가 마작을 배우며 느낀 점을 보내드립니다.

국사무쌍이라는 역이 있다. 국사무쌍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패 3종의 1, 9를 하나씩 모든 종류의 자패를 하나씩 모아야 한다. 머리는 같은 패 2개가 필요하므로 앞에서 모은 13종 중 하나는 두 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마작은 같은 패 2개로 머리를 만들고, 같은 패 3개 또는 순서대로 3개의 패를 모아 몸통을 만드는 게임이다. 국사무쌍은 따로 떼어놓고 보면 무엇하나 몸통도 머리도 될 수 없기에 원래라면 역이 될 수 없다.

그래서 국사무쌍은 배패가 너무 제각각이라 패를 모으기 어려울 때에 주로 도전한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인 것이다. 게다가 노리고 있음을 알아보기도 비교적 쉽다. 국사무쌍에 필요한 패는 모두 모으기 어렵거나 선택폭이 좁은 패들이라 초반에 버려지기 때문이다. 이런 패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계속 쥐고 있다는 건 국사무쌍을 노린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력이나 눈치가 있는 사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조건이 까다로운 역인만큼 화료를 했을 때는 역만으로 쳐준다. 처음 시도할 때는 계륵같은 심정으로 고르지만 일단 화료를 하기만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게 국사무쌍이다.

이러한 국사무쌍에는 따라붙는 말이 있다.

"국사는 노리는 사람만 만들 수 있다."

설명한 것처럼, 국사무쌍을 만들려면 남들이 버리는 1, 9패와 자패를 버리지 않고 꼬박꼬박 모아야 한다. 몸을 이루는 패가 1개씩이기 때문에 울어서 완성할 수도 없다. 오롯이 혼자서, 패가 돌아서 내 손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싸워야 하는 외로운 역이다.

국사에 필요한 패가 처음부터 10개쯤 모여있는 게 아닌 이상, 굳이 도전하기보다는 패를 정리해서 조금 늦더라도 다른 역을 만드는 게 나은 선택이기 때문에 국사를 도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국사는 가려는 사람만 갈 수 있는 역이다.

사실, 국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역만이 가려는 의지가 없으면 가지 못한다. 역만에 가기 위해서는 쉬운 선택을 두고도 어려운 길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리치를 걸면, 지금 론을 외치면, 혹은 지금 화료를 해버리면 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패를 버리고 더 큰 패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

그런 선택은 싸우려는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할 수 없다.

당연히 싸우려는 시도가 항상 이길 수는 없다. 특히 국사무쌍은 수패 중 1, 9만 쓸 수 있기 때문에 2부터 8까지의 수패를 버려야 하는데 국이 중반을 넘어가면 이 범위의 수패는 다른 가의 대기패일 확률이 높다. 특히 4, 7 등의 면이 많은 패는 위험도가 높은데 국사를 가려면 쏘일 걸 알아도 이 패를 버리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이 역만은 이뤄냈을 때 그만큼 값지게 된다.

역만이라는 것 자체가 만들기 어렵고, 쏘일 위험이 크고, 그래서 패 하나가 소중하며 한 번의 버림이 두려운 선택 끝에 이뤄낸 작품을 특별히 치하하는 의미이다. 싸울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결코 역만에 닿을 수 없다.

삶이라는 것도 그렇다. 눈앞은 언제나 두려운 선택뿐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다음달 카드값이 두렵다. 이직을 하고 싶지만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게 두렵다. 사업을 해보고 싶은데 실패할까봐 두렵다. 주식을 넣고 싶은데 빚더미에 앉을까봐 두렵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수많은 실패 속에서도 배울 점은 있다. 아무리 많이 쓰러져도 끝까지 붙잡고 기다리면 패는 온다. 그리고 그 한 번의 화료는 '역만'이란 이름으로 기록에 남는다.

국사무쌍을 이루는 모든 패는, 국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버려지는 패들이다. 모으기가 쉽지 않거나 확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씩 있을 때는 별 것 아닌 패들이 모두 모였을 때는 값지고 아름다운 모습이 된다.

두려운 선택을 앞둔 모든 이들에게. 손에 쥔 패가 별 것 없어 보인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고 싶다. 결국 모든 패는 모여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승리가 될 것이다.

마작일기가 재미있으셨나요? 마작의 세계는 언제든 열려있습니다. 함께 성장하는 작사가 되어보아요.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마작일기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마작일기

초보 작사가 마작을 배우며 느낀 점을 보내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