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공지] Divided by Zero 멤버십 전환 안내 ☕️

러버블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2025.09.23 | 조회 815 |
0
|
from.
Essence
Divided by Zero의 프로필 이미지

Divided by Zero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 역사적 변종이 나타났습니다. 러버블(Lovable)이라는 이름의 이 회사는 불과 8개월 만에 연간 반복 매출(ARR) 1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등극했죠. 이전 기록 보유자였던 커서(Cursor), Wiz, Deel의 성장 속도를 아득히 뛰어넘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성장입니다.

단순히 운이 좋았던 걸까요? 아니면 시장의 거품에 올라탄 또 하나의 하이프일까요? 러버블의 압도적인 성장은 AI가, 소프트웨어 개발의 본질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Lovable
출처: Lovable

바이브 코딩(다시 한번)

러버블의 핵심은 바이브 코딩(vibe coding)에서 출발합니다. 커서(Cursor) 레터 때 한번 이야기했었는데요. 그래도 다시 한번 훑어보죠. 러버블은 아예 앱설계 단계까지 바로 가거든요.

사용자가 자연스러운 대화로 만들고 싶은 앱의 분위기나 느낌을 설명하면 AI가 곧바로 풀스택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주는 방식이죠. 단순히 코드를 짜주는 보조 도구를 넘어 개발 과정 전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에이전트에 가깝습니다.

기존의 로우코드/노코드(LCNC) 플랫폼과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입니다. 버블(Bubble)이나 웹플로우(Webflow) 같은 툴이 코딩의 장벽을 낮춘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사용자에게 비주얼 인터페이스와 데이터 로직이라는 새로운 학습을 요구했죠. 하지만 러버블은 이 학습 곡선마저 제거하려 합니다.

진짜 무서움은 기존 시장을 뺏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데 있습니다. 러버블의 타겟은 개발자가 아닙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기술이 없어 시도조차 못 했던, 전 세계 인구의 99%를 잠재 고객으로 삼는 겁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시장의 총량(TAM)을 기하급수적으로 확장시키겠다는 그림이죠.

기술적으로 러버블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opinionated 프레임워크인 셈입니다. 비전문가인 사용자는 프론트엔드로 리액트(React)를 쓸지 뷰(Vue)를 쓸지, 데이터베이스로 포스트그레스큐엘(PostgreSQL)을 쓸지 몽고디비(MongoDB)를 쓸지 고민하고 싶지 않죠. 그들은 그저 “에어비앤비 같은 마켓플레이스”를 원할 뿐입니다. 러버블의 AI 에이전트는 이 모든 복잡한 아키텍처 결정을 대신해주면서 사용자를 아이디어에서 작동하는 제품까지 단 몇 분 만에 데려다줍니다. 이 완벽한 가치 제안이 바로 러버블 성공의 본질입니다.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성장

러버블의 성장 속도는 숫자로 보면 더욱 비현실적입니다.

  • 출시 4주 만에 ARR 400만 달러
  • 8개월 만에 ARR 1억 달러 돌파
  • 이 모든 것을 단 15~18명의 팀으로 달성

다시 말해 직원 1인당 100만 달러가 넘는 ARR을 창출했다는 의미로, 일반적인 고성장 SaaS 기업 평균(20~30만 달러)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이 말도 안 되는 효율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답은 생성형 제품 주도 성장(Generative PLG) 모델에 있습니다. 러버블은 전통적인 영업팀이나 유료 광고 없이 성장했죠. 러버블의 마케팅은 제품 그 자체입니다. 사용자가 “30초 만에 에어비앤비 클론 만들기”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순간, 그게 가장 강력한 바이럴 광고가 되는 겁니다. 제품의 결과물이 곧 마케팅 콘텐츠가 되는 완벽한 선순환 구조죠.

출처: Lovable
출처: Lovable

이러한 바이럴 루프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였던 GPT 엔지니어 시절부터 형성된 강력한 커뮤니티가 떠받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디스코드 채널과 해커톤을 통해 제품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그 결과물이 다시 새로운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플라이휠이 완성된 겁니다. 여기에 85%에 달하는 30일차 사용자 리텐션은 이 제품이 단순히 신기한 장난감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진짜 가치를 제공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창업가만 뽑는 회사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창업자 안톤 오시카(Anton Osika)는 CERN의 입자물리학자, AI 유니콘 Sana Labs의 첫 엔지니어, YC 출신 창업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죠. 안톤의 리더십 아래 러버블은 극단적인 인재 밀도와 운영 효율을 추구하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러버블의 채용 전략은 재밌습니다. 경력보다 ‘학습과 적응의 속도’를 중시하고, 특정 분야의 세계적인 슈퍼파워를 가진 제너럴리스트, 특히 과거에 창업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죠.

출처: Lovable
출처: Lovable

이 ‘창업가 밀도’가 높은 조직은 관리 적체 없이 극도의 자율성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팀원 각자가 비즈니스 전체를 이해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죠. “운전자가 되어라, 승객이 되지 마라(Driver not Passenger)”, “에고를 버려라(No Room for Ego)” 같은 명문화된 원칙들은 이 문화가 스케일업 과정에서도 희석되지 않도록 붙잡는 헌법 역할을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페이팔 마피아’처럼, 러버블 출신들이 새로운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끄는 ‘러버블 마피아’를 만들겠다는 비전은 러버블이 인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큰 사랑, 큰 위험

하지만 러버블을 향한 이 모든 찬사 뒤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모순점도 존재합니다. 속도와 편리함이라는 가치 제안과 AI 생성 코드의 보안 위험 사이의 충돌이죠.

최근 연구에 따르면 LLM이 생성한 코드의 40% 이상이 심각한 보안 취약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SQL 인젝션, 고정된 인증 정보 사용, 접근 제어 실패 등 고전적이지만 치명적인 문제들이죠. LLM은 깃허브 같은 공개 코드 저장소의 좋고, 나쁘고, 위험한 코드를 모두 학습하기 때문에 이건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 위험은 러버블의 타겟 고객인 비전문가들을 만났을 때 극대화됩니다. 비전문가들은 생성된 코드의 보안성을 검증할 능력이 없습니다. 자신이 방금 만든 앱에 치명적인 데이터 유출 경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배포할 수 있다는 거죠. 결과적으로는 이건 신뢰의 역설을 낳습니다. AI 도우미를 쓴 개발자들이 오히려 더 취약한 코드를 만들면서도 그 코드의 보안에 대해서는 더 큰 자신감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처럼 말이죠.

만약 러버블로 만든 유명 앱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라도 터진다면, 그 파장은 해당 앱을 넘어 러버블이라는 브랜드와 ‘바이브 코딩’이라는 카테고리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시한폭탄이기도 하죠.

여기에 또 다른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더 중요한 위협일 수 있죠. 러버블의 핵심 엔진은 Anthropic이나 OpenAI 같은 외부 LLM에 의존합니다. 즉, 빌려온 엔진에 예쁜 껍데기를 씌운 모델이죠. 만약 엔진을 만든 회사가 직접 자동차를 만들기로 결심한다면 러버블은 어떻게 방어할 수 있을까요? 러버블의 진짜 해자는 브랜드와 커뮤니티에 있지만, 빅테크의 막강한 자본과 유통망 앞에서 그것이 얼마나 버텨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얼마전 공중분해된 윈드서프의 예를 보면 잘알 수 있죠.

Supernova?

러버블은 단순히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진화의 변곡점이자 에이전트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가장 강력한 신호탄이죠. 기계의 언어를 할 줄 아는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창조라는 행위가, 이제 모두에게 민주화될 수 있다는 거대한 명제가 시장의 폭발적인 검증을 받은 겁니다.

분명 러버블은 미션, 성장 모델, 문화 등 모든 전략적 차원에서 경이로운 수준의 실행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혁명을 가능케 한 기술 자체가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라는 점 또한 명백하죠.

우리는 러버블의 미션과 속도, 그리고 엄청난 가능성을 사랑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외면해서는 안되죠. 러버블의 미래는 이 보안과 편의성 사이의 역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러버블의 특장점이 원천 기술이 될 수 있냐에 달려있습니다. 러버블이 현재의 성공을 몇년 더 이끌어간다면 세상을 바꾸는 기업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고, 실패한다면 닷컴버블 마냥 너무 빨리 도착한 미래가 남긴 비싼 교훈으로 기억될 겁니다.

에이전트 시대의 새벽은 밝았고, 러버블은 그 선두에서 가장 눈부시게, 어쩌면 초신성 폭발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Divided by Zero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5 Divided by Zero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