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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의 비전펀드?

2025.10.15 | 조회 1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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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월스트리트의 거인 JP모건 체이스가 향후 10년간 1조 5,000억 달러를 미국의 국가 안보 핵심 산업에 투입하고 그중 100억 달러는 직접 지분 투자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시장에서는 즉각 한때 벤처 투자 시장을 뒤흔들었던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를 떠올렸죠.

수십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뒤흔든다는 점에서, 이 둘은 언뜻 비슷해 보입니다. JP모건이 갑자기 소프트뱅크를 따라 하는 걸까요? 월스트리트의 상징이 갑자기 실리콘밸리의 야성을 흉내 내기로 한 걸까요? 아니면 비전펀드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한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계산이 숨어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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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지정학

JP모건의 이번 움직임은 갑작스러운 변심은 아닙니다. 지난 30년간 세계 경제를 지배해 온 글로벌 공급망과 비교우위라는 원칙이 무너지고, 국가적 회복탄력성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시대적 변화에 대한 대응이죠.

과거에는 가장 효율적인 곳에서 생산해 전 세계로 공급하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이제는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무기가 되는 시대가 됐습니다. 특히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이 변화를 가속화시켰죠. 중국이 전기차, 국방 시스템의 필수 원료인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며 공급망을 무기화하고, 미국은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로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커플링 흐름 속에서 미국 정부는 'CHIPS Act’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같은 강력한 산업 정책을 통해 자국 내 첨단 산업을 노골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습니다(둘 다 바이든이 한 것이지만). 정부가 리스크를 줄여주고 방향을 제시하면, 민간 자본이 그 판에 뛰어들어 성장을 주도하는 '정부 주도, 민간 실행’ 모델이 부활한 겁니다. JP모건의 100억 달러 펀드는 이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기회에 먼저 베팅하려는 전략적 선택인 셈입니다.

비전펀드

JP모건의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선, 반면교사가 될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실패를 먼저 복기해야 합니다. 비전펀드의 철학은 ‘자본을 무기로 쓰는 것’이었죠. 마사요시 손 회장은 유망한 스타트업에 경쟁자들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시장을 독점하는 블리츠스케일링을 강제했습니다. 자본의 힘으로 승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만들어버리겠다는 의도였죠.

하지만 이 전략은 시장을 심각하게 왜곡했습니다. 비전펀드의 막대한 자금은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을 비정상적으로 부풀렸고, 창업자들에게는 수익성이나 건전한 경영보다 ‘성장을 위한 성장’을 압박하는 독이 되었죠. 그 상징적인 실패 사례가 바로 위워크(WeWork)입니다. 단순한 부동산 임대업체를 기술 플랫폼으로 포장해 470억 달러의 가치를 만들어냈지만, 그 기반은 허술한 사업 모델과 방만한 경영, 그리고 막대한 손실뿐이었습니다. 애플티비의 우린 폭망했다(WeCrashed)를 보면 재밌게 파악할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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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위워크의 몰락을 시작으로, 비전펀드는 2023 회계연도에만 약 390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손실을 내며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이는 무제한적인 자본과 창업자에 대한 맹신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준 교훈이었죠. 물론 한편으로는 AI붐이 일어나면서 소프트뱅크는 폭발적으로 살아나긴 했습니다.

JP모건

JP모건의 (지분투자용)100억 달러 펀드가 비전펀드와 다른 점은, 바로 DNA에 있습니다. JP모건은 4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기관 중 하나입니다. JP모건의 제1원칙은 리스크 관리와 안정성이죠. 비전펀드와 같은 투기적인 베팅은 이들의 본질과 맞지 않습니다.

사실 이번 100억 달러 (지분)투자의 진짜 목적은 유니콘을 사냥해 100배의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JP모건의 훨씬 더 크고 수익성 높은 핵심 사업들, 즉 1.5조 달러 규모의 부채 금융, M&A 자문, IPO 주관을 위한 고객 확보 엔진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초기 단계의 유망한 기술 기업에 지분 투자를 하면서 JP모건은 이들이 성장했을 때 필요한 모든 금융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겁니다. 100억 달러는 이 거대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기 위한 일종의 마중물인 셈이죠. 즉, 비전펀드가 단독 플레이어로서 시장을 습격하는 입장이었다면, JP모건은 전체 금융 플랫폼과 시너지를 내는 요새를 구축하고 있는 겁니다.

VC가 외면한 시장

JP모건이 목표로 하는 투자 영역 또한 전통적인 VC와는 다릅니다. JP모건은 첨단 제조업, 국방, 에너지, AI, 양자컴퓨팅 등 소위 딥테크 및 하드웨어 자산에 집중하죠.

물론 VC들이 딥테크에 투자를 안하는건 전혀 아닙니다. 다만, 딥테크에서도 특정 분야들은 공통적으로 막대한 초기 자본(Capex)과 긴 개발 기간을 필요로 합니다. 5~7년 내에 빠른 회수를 목표로 하는 10년 만기 VC 펀드의 속성과는 잘 맞지 않죠. 이 때문에 이들 산업은 종종 VC 투자 시장에서 소외되어 왔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JP모건의 압도적인 경쟁 우위가 드러납니다. 막강한 대차대조표를 가진 이 기관은 스타트업의 긴 개발 주기를 함께 견뎌낼 수 있는 인내 자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JP모건이 가진 포춘 500대 기업의 90% 이상을 아우르는 방대한 기업 고객 네트워크는 딥테크 스타트업에게는 그 어떤 자금보다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JP모건은 자사가 투자한 신소재 스타트업을 거대 제조업 고객사와 연결해주거나, 국방 기술 스타트업이 정부 조달 계약을 따내도록 도울 수 있죠. 이는 단순히 돈을 투자하는 것을 넘어,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주고 상업화 경로를 직접 열어주는 리스크 관리 방식인거죠.

금융-안보 복합체

JP모건의 이번 행보는 단순히 하나의 투자 펀드를 출시한 것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의 막강한 자본이 미국의 국가 안보 및 산업 전략과 깊숙이 결합하는 새로운 금융-안보 복합체의 등장을 예고하는 신호탄일 수 있죠.

경쟁사인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역시 상업적 기회와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유사한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이 흐름에 동참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겠죠. 이러한 움직임은 분명 반도체, 에너지, 국방 같은 핵심 산업의 혁신을 가속화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본 배분이 순수한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적 고려에 의해 좌우될 위험성 또한 내포하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는 명분 아래 비효율적인 기업이 연명하거나, 실패 시 정부의 구제금융을 기대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도 있죠.

결국 JP모건의 이 거대한 도박의 성공 여부는 비전펀드처럼 몇 개의 100배짜리 대박을 터뜨렸느냐로 평가되지 않을 겁니다. 이 투자가 얼마나 많은 유망 기업들을 JP모건의 평생 고객으로 전환시켜, 은행 전체의 비즈니스 파이프라인을 공고히 했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겁니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이끄는 지정학적 격변의 시대에 월스트리트의 전통적 강자가 어떻게 스스로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생존 방식을 찾아내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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