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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아마존 (w/ No human)

2025.11.04 | 조회 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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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ided by Zero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지난주 아마존의 CEO 앤디 재시(Andy Jassy)가 3만 명에 달하는 관리직 직원을 해고한 이유에 대해 재밌는 설명을 내놨습니다. 이건 “재무적 동기나 AI 때문에 내린 결정이 아니다”라며,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해진 조직을 ‘린(lean)하고, 빠르며, 수평적인’ 스타트업 문화로 되돌리기 위한 ‘문화적 리셋’이라고 강조했죠.

시장의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죠? 왜냐면 같은 시기, 아마존 내부 메모에서는 “AI 시대에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조직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거든요. 심지어 아마존은 AI와 클라우드 인프라에 연간 1,18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죠.

과연 앤디 재시가 말하는 문화 리셋은, AI와 로봇으로 구현하는 인간-경량화(human-light) 기업이라는 더 거대한 청사진을 가리기 위한 연막일까요? 사실 문화라는 이름의 이 구조조정은 결국 인간 관리자를 AI로 대체하기 위한 사전 작업 아닐까요?

명분

앤디 재시가 내세운 문화 리셋이라는 명분은 그 자체로 합리적인 논리로는 보입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급격히 성장하며 늘어난 관료주의와 느린 의사결정 구조를 타파하고, 아마존 초기의 투-웨이 도어(two-way door, 빠르게 되돌릴 수 있는 결정)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거죠. 고통스러운 대규모 감원을 재무적 위기나 기술적 혼란 때문이 아닌 선제적이고 긍정적인 조직 쇄신으로 포장하는 서사가 됩니다.

하지만 이 공식적인 입장과 달리 내부의 목소리와 거시적인 전략은 정확히 AI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인사 담당 수석 부사장(SVP)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번 조직 개편이 “AI 분야에서 더 빠른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절박함”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밝혔죠. “이번 세대의 AI는 인터넷 이후 가장 변혁적인 기술”이며, “최대한 빨리 움직이기 위해 더 적은 계층과 더 많은 오너십을 갖춘 린(lean)한 조직이 필요하다고 확신한다”는 겁니다.

재시 본인도 불과 몇달전에 AI 도입이 “반복적인 프로세스 중심의 많은 역할을 필연적으로 대체할 것”이며, AI 효율화로 인해 아마존의 인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들 수 있다”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보면 문화 리셋이라는 말은 수많은 관리직과 분석가들의 역할이 AI로 인해 쓸모없어지고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가리기 위한 포장지인 셈입니다.

조직 평탄화

그리고 사실 문화 리셋과 AI 도입은 서로 모순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매우 인과관계가 뚜렷하죠.

앤디 재시가 말하는 조직의 수평화와 계층 축소는 AI 시스템을 전사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전 작업입니다.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하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도록 설계된 AI 에이전트는 인간이 결재 라인마다 버티고 서 있는 관료주의적 조직에서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죠. 중간 관리자라는 인간 레이어를 걷어내는 것 자체가 AI 시스템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가장 빠른 길인 겁니다.

결국 아마존의 감원 캠페인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입니다. 밖으로는 문화 리셋이라는 명분을 얻고, 안으로는 인간 관리자를 AI 시스템으로 대체하기에 최적화된 조직 구조를 설계하는 거죠.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필연적인 종착점일겁니다. 아마존은 AI와 클라우드에 연간 1,18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막대한 지출은 반드시 그 이상의 ROI를 요구하죠. 그리고 그 ROI를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장 큰 운영 비용인 인건비를 줄이는 겁니다. 문화는 명분일 뿐, 본질은 AI 투자에 대한 성과를 거둬들이기 위한 구조조정인 겁니다.

이미 중간 관리자는

이번 구조조정은 아마존의 자동화 전략이 이제 물류 창고의 육체노동을 넘어, 본사의 인지 노동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원 대상은 인사(HR), 재무, 운영, 기술 등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즉 관리직과 분석가 직군에 집중되었죠.

AI가 “과거 중간 관리자들이 수행했던 일상적인 의사결정과 분석”을 처리하게 하겠다는 앤디 재시의 목표와 정확히 일치하죠. 재시가 제거하려는 관료주의적 계층은, 사실상 ‘인간 분석가 계층’인 거죠. 그가 그리는 ‘수평적 조직’이란, 최고 경영진이 중간 관리자의 보고를 건너뛰고 AI가 제공하는 통찰력에 직접 연결되는 조직입니다.

아마존의 프로젝트 엘루나(Project Eluna)는 이 미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엘루나는 단순한 분석 툴이 아니라 현장 관리자와 함께 일하는 자율적인 AI 팀원으로 설계되었죠. 여기서는 AI는 물류 센터의 방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병목 현상을 예측하고, “지금 인력을 어디로 재배치해야 병목을 피할 수 있나?” 같은 관리자의 질문에 데이터에 기반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출처: Amazon
출처: Amazon

어떻게보면 이미 단순한 자동화(정해진 일 수행)를 넘어, 복잡한 상황을 분석하고 행동 방침을 권고하는 자율적 추론의 영역인거죠. AI가 인간 관리자의 핵심 업무인 분석과 판단을 직접 대체하고 있는겁니다. 이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현장의 인간 작업자들은 인간 상사가 아닌 알고리즘의 지시를 받는 새로운 경영 구조에 놓이게 될 겁니다.

물류창고

물론 이러한 인지 자동화는 이미 물리적 AI 분야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아마존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다시 표현하죠. 알고리즘의 지시를 받을 인간작업자도 없는거죠.

2012년 키바(Kiva) 시스템 인수 이후 아마존은 100만 대가 넘는 로봇을 운영하며 물류 혁신을 주도해왔죠. 목표는 명확합니다. “전체 운영의 75%를 자동화”하는 겁니다.

이 전략이 성공하면 아마존은 2033년까지 60만 명 이상의 신규 인력을 고용하지 않고도 매출을 두 배로 늘릴 수 있습니다. 이미 루이지애나의 신규 물류 센터는 기존 시설보다 25~50%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며 이 청사진을 현실화하고 있죠.

어떻게 가능할까요? 피킹, 적재, 통합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다관절 로봇 팔 블루제이(Blue Jay)는 이미 아마존 전체 상품의 75%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AI 기반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덕분에 개발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시켰죠. 동시에 100만 대가 넘는 아마존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딥플릿(DeepFleet)은 로봇들의 이동 경로를 최적화해 전체 이동 시간을 10%나 단축시키는 엄청난 효율성 향상을 이뤄냈습니다.

출처: Amazon
출처: Amazon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마존이 단순히 로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를 이용해 더 나은 로봇을 더 빨리 만들어내고 있다는 겁니다. 경쟁사들이 따라오기 힘든 복리 효과를 창출하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혁신이죠.

인간 없는 아마존

물론 아마존의 모든 자동화 시도가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10년간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은 프라임 에어 드론 배송은 여전히 규제와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있죠(이것도 먼 미래는 아니라고 봅니다). 야심 차게 선보였던 무인 매장 아마존 고(AmazonGo)의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은, 알고 보니 인도에 있는 1,000명의 인력이 수동으로 영상을 검토하는 오즈의 마법사식 모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의 큰 그림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완전한 ‘무인(No Human)’ 아마존은 아직 멀었지만, '인간-경량화(Human-Light)’ 기업으로의 전환은 앤디 재시의 지휘 아래 거침없이 진행 중입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인간 없는 미래를 위해 개발 중인 이 자동화 기술들이, 역설적으로 현재 남아있는 인간 노동자들의 환경을 극도로 비인간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죠. 로봇과 함께 일하는 물류 센터의 부상률은 일반 센터보다 50%나 더 높습니다. 기계의 속도를 억지로 따라가야 하는 인간의 육체가 망가지고 있는 겁니다. 알고리즘에 의한 실시간 감시(휴식 시간 체크 등)는 노동자들을 지속적인 불안 상태로 내몰고, 생산성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인간 관리자의 개입 없이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해고 통보를 하는 비정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죠.

결국 문화 리셋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아마존의 AI 혁명은, 주주들에게는 막대한 마진 확대로, 경쟁사들에게는 자동화 아니면 죽음이라는 공포로, 그리고 남아있는 노동자들에게는 기계에 종속된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이라는 냉혹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마존에 공포를 느끼는 노동자가 없으려면, 노동자가 없어야할지도요. 하지만, 주주에겐 더 향상된 EPS가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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