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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챗은 뭐가 문제일까

2025.08.25 | 조회 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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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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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Snap), 한때는 Z세대의 아이콘이자 페이스북의 대항마로 불렸던 회사죠. 그런데 요즘 이 회사를 보면 어딘가 위태로워 보입니다. 지난주, 2025년 2분기 실적 발표 후 스냅의 주가는 하루 만에 15%나 폭락했습니다. 매출은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는데도 말이죠.

월스트리트는 왜 이런 싸늘한 반응을 보였을까요? 단순히 한 분기 실적이 조금 실망스러워서였을까요? 아닙니다. 이건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시장의 경고장에 가깝습니다.

스냅의 문제는 하나가 아닙니다. 1) 경쟁자들에게 처참히 밀리고 있는 허약한 광고 사업, 2) 돈만 쏟아붓고 있는 무모한 AR 하드웨어 도박, 그리고 3) 이 모든 실패를 가능하게 만든, 창업자에게만 절대권력을 부여한 기형적인 지배구조. 이 세 가지 문제가 서로 맞물려 회사를 서서히 늪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형국이죠. 과연 스냅은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한때 반짝였던 혁신의 아이콘은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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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처럼 보이는 쇠퇴

2025년 2분기 실적, 겉으로만 보면 그리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했고, 일일 활성 사용자(DAU)도 9% 늘어 4억 6,900만 명을 기록했으니까요. 하지만 시장은 이 숫자 뒤에 숨겨진 더 불편한 진실을 봤습니다.

먼저, 매출이 늘었는데 순손실은 2억 4,900만 달러에서 2억 6,300만 달러로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쓰는 비용이 버는 돈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그닥 좋지 않은 신호죠.

유저의 질은 어떨까요? 스냅의 전체 사용자 수는 늘었지만, 그건 대부분 광고 단가가 싼 기타 지역에서 발생한 겁니다. 정작 진짜 돈이 되는 사용자당 평균 매출(ARPU)이 8.33달러에 달하는 북미 지역 사용자는 사상 처음으로 2%나 감소했습니다. 반면, ARPU가 0.96달러에 불과한 기타 지역 사용자만 15% 넘게 늘었죠. 한마디로 알짜 고객은 잃고 돈 안 되는 고객만 끌어모으는 '가치 파괴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틱톡과의 경쟁에서 핵심 시장을 잃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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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은 잉여현금흐름(FCF)이 플러스로 전환되었다고 자랑했지만, 이건 회계적 착시에 가깝습니다. 연간 11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규모의 주식 기반 보상(SBC) 덕분에 장부상 현금 흐름이 좋아 보일 뿐, 실제로는 매년 회사 가치의 거의 10%를 직원들 월급 주느라 주주들의 지분을 희석시키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스냅의 2분기 실적은 성장이라는 화려한 포장지 속에 수익성 악화와 핵심 시장 붕괴라는 썩은 과일을 담고 있었던 셈입니다. 시장의 투매는 당연한 결과였죠.

메타와 틱톡 사이에 끼인 스냅

스냅의 수익 구조는 거의 96% 이상이 광고에 의존하는 아주 단순한 모델입니다. 문제는 이 광고 시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스냅이 가진 무기가 너무나 초라하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스냅챗은 친구들 간의 '사라지는 메시지'라는 사적인 소통을 기반으로 성장한 앱입니다. 광고를 붙여 돈을 벌 수 있는 공개적인 콘텐츠 피드(디스커버나 스포트라이트)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따라 하기 위해 나중에 덧붙인 기능이죠.

반면, 스냅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틱톡은 처음부터 강력한 AI 알고리즘 기반의 '콘텐츠 발견' 엔진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사용자가 뭘 좋아하는지 귀신같이 알아채고, 끝없이 새로운 영상을 추천하며 사용자를 붙잡아두죠. 이 구조적 차이는 어마어마한 사용 시간 격차로 이어집니다. 2024년 기준으로, 월평균 사용 시간은 틱톡이 34시간, 스냅챗은 고작 3시간 33분입니다. 광고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10배 가까이 차이 나는 셈이니, 게임이 될까요?

또 다른 경쟁자 메타(인스타그램)와 비교하면 규모에서 상대가 안 됩니다. 메타의 일일 활성 사용자는 33억 명에 육박하지만, 스냅은 5억 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할 수 있고, 더 정교한 타겟팅 데이터를 가진 메타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죠.

결국 스냅은 메타의 '규모'와 틱톡의 '중독성'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입니다. 광고주들에게는 1순위도, 2순위도 아닌 어정쩡한 3순위 옵션인 거죠. 이런 구조적 약점 때문에 스냅의 광고 단가는 계속 압박을 받고, 경기가 조금만 안 좋아져도 광고주들은 가장 먼저 스냅 예산을 줄입니다.

AR 글래스라는 밑 빠진 독

핵심 사업이 이렇게 위태로운 상황에서, 스냅의 경영진은 어디에 집중하고 있을까요? 놀랍게도 스냅은 회사의 자원을 총동원해 AR(증강현실) 글래스 스펙스(Specs) 개발이라는 문샷에 모든 것을 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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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들의 하드웨어 도전 역사는 그야말로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2016년 야심 차게 내놓았던 1세대 스펙터클스는 4,000만 달러의 재고 손실만 남긴 채 처참하게 실패했죠. 그런데도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 프로젝트에 3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습니다.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는 회사가 말이죠.

현재 개발 중인 5세대 스펙스는 일반 소비자용 제품도 아닙니다. 무겁고, 배터리는 45분밖에 안 가며, 한 달에 99달러를 내고 빌려야 하는 개발자용 키트일 뿐입니다. 이런 제품에 막대한 R&D 비용을 쏟아붓는 것은 상장시장에서 봤을 때는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AR 글래스 시장에는 이미 애플과 메타라는 두 거인이 버티고 있다는 점입니다. 메타는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을 이 분야에 쏟아붓고 있고, 애플의 비전프로가 실패라고는 해도 연간 R&D 예산은 스냅의 시가총액보다도 많습니다. 스냅은 이 전쟁에 그것도 자기가 번 돈도 아닌 주주들의 돈으로, 칼 한 자루 들고 뛰어든 셈입니다.

최근 스냅이 이 AR 사업부를 분사하거나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최후의 수단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 무모한 도박이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로 보이기도 합니다.

문제의 근원

비효율적인 광고 사업, 재앙에 가까운 자본 배분.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계속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창업자에게 절대적인 권력을 부여한 스냅의 기이한 지배구조에 있습니다.

스냅은 2017년 상장 당시, 일반 주주들에게는 의결권을 단 한 주도 주지 않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시장에 나왔습니다. 창업자인 에반 스피겔(Evan Spiegel)과 바비 머피(Bobby Murphy)는 소수의 주식(클래스 C)만으로 전체 의결권의 96%를 장악하고 있죠.

이건 사실상 주주들의 돈으로 운영되는 개인 회사나 다름없습니다. 주주들은 회사의 전략이 아무리 잘못되고 주가가 폭락해도, 이사회 교체나 경영진 문책, M&A 제안 등 어떤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2018년 스냅의 주주총회가 단 3분 만에, 변호사가 녹음된 메시지를 트는 것으로 끝났다는 일화는 이들의 불통 경영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창업자의 철옹성 안에서, 경영진은 어떤 실패에도 책임지지 않고 자신들의 비전(혹은 아집)을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30억 달러짜리 AR 하드웨어 도박이 가능했던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죠. 더 냉소적인 사실은 이 절대 권력자들이 지난 6개월간 수백억 원어치의 자사 주식을 팔아치우는 동안, 단 한 주도 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회사의 비전을 믿고 투자해달라면서 정작 자신들은 그 배에서 뛰어내리고 있는 셈이죠.

그리고 이러한 거버넌스 리스크에서 비롯된 결과는 스냅의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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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괜찮을까?

스냅이 처한 위기는 복합적이고 구조적입니다. 1) 경쟁력 없는 비즈니스 모델 → 2) 재무적 압박 → 3) 무모한 신사업 투자 → 4) 실패해도 책임지지 않는 지배구조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있죠.

이 고리를 끊지 않는 한, 스냅의 미래는 암울해 보입니다. 지금의 궤적대로라면 서서히 시장에서 잊히는 길을 걷게 될 가능성도 낮지 않습니다. 반전 시나리오 중 하나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기업에 인수되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창업자들이 회사를 팔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죠.

상장시장의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지금의 스냅은 전형적인 가치 함정입니다. 브랜드 가치나 사용자 수 같은 지표만 보고 섣불리 투자하기에는, 사업 모델과 지배구조의 리스크가 너무나도 큽니다.(개인의 생각일뿐 매수/매도에 대한 추천은 아닙니다) 스냅이 정말 다시 살아나려면, AR 글래스라는 헛된 꿈에서 깨어나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무엇보다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책임감 있는 회사로 거듭나야 할 겁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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