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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같은 AI가 결국 팟캐스트도 잡아먹을까?"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가 지난주 던진 화두입니다.
테크크런치 보도에 따르면 사티아 나델라는 블룸버그와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요즘 팟캐스트를 직접 듣는 대신, AI 비서 '코파일럿'에게 녹취록을 주고 대화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파악한다"고 말하면서 이 논쟁에 불을 지폈죠. 세계적 기술/오피니언 리더가 그렇게 정보를 소비한다니, 뭔가 큰 변화의 시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젠 예전 방식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그의 단언은 팟캐스트 업계에겐 섬뜩한 경고처럼 들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AI가 텍스트는 물론이고 오디오 콘텐츠까지 요약하고, 질문에 답하고, 심지어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기까지 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인간의 목소리와 이야기로 채워지는 팟캐스트라는 매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AI 챗봇의 효율성과 개인화 능력 앞에 무릎을 꿇게 될까요?
사티아의 팟캐스트 활용법?
사티아 나델라가 코파일럿을 이용해 팟캐스트를 '소비'하는 방식은 꽤나 구체적입니다. 그는 단순히 요약을 듣는 것을 넘어, 녹취록을 기반으로 AI와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며 내용을 능동적으로 파고든다고 하죠. 마치 개인 교습을 받는 것처럼 말입니다. 실제로 그는 이메일 요약이나 회의 준비 등 업무 전반에 걸쳐 10개 이상의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AI 헤비 유저'이기도 합니다. 그의 팟캐스트 활용법은 이러한 AI 중심 업무 스타일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겠죠.
나델라의 이런 모습은 점차 정보 습득의 효율성을 극도로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꽤나 매력적인 대안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긴 팟캐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는 대신, AI를 통해 핵심만 빠르게 파악하고 궁금한 점은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델라의 사례가 곧바로 '팟캐스트의 종말'을 의미하는 걸까요? 나델라가 AI를 통해 팟캐스트 내용을 '소화'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팟캐스트 콘텐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여전히 팟캐스트에 담긴 정보를 가치 있게 여기고 있죠.
다만,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바뀐 것뿐입니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그의 입장에서는 AI를 활용한 인터랙티브한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거죠.
I’m an email typist
사티아 나델라, Bloomberg 팟캐스트
여전히 건재한 데이터
데이터로 봤을때는 AI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아직 팟캐스트 산업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계속 성장하고 있죠.
전 세계 팟캐스트 청취자 수는 2023년 5억 명을 넘어섰고, 2024년에는 5억 4천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2027년에는 6억 5천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미국만 봐도, 2025년 기준 12세 이상 인구의 55%(약 1억 5800만 명)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팟캐스트를 듣는다고 하니, 이미 대중적인 미디어로 확실히 자리 잡은 모습이죠.
그에따라 팟캐스트 광고 시장 역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요.
2023년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미국 시장 5% 성장, 19억 달러 규모), 이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 영향이었고, 2024년에는 다시 26.4%라는 강력한 성장세(24억 3천만 달러 규모)를 회복했습니다. 2026년에는 미국 시장만 26억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죠. 특히 진행자가 직접 읽어주는 '호스트 리드 애드(Host-read ads)'가 여전히 광고 효과를 인정받으며 시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This podcast is brought you by...)
그리고 최근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바로 비디오 팟캐스트(보다스트, Vodcast)의 인기입니다. 사실 팟캐스트를 듣기보다 유튜브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대부분이라고 느껴지기도 하죠.
2024년 10월 기준, 미국 주간 팟캐스트 청취자의 40%가 '보는' 팟캐스트를 선호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2년 전(28%)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유튜브가 팟캐스트 청취 플랫폼 1위(주간 이용자 점유율 34%)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죠. 스포티파이 역시 비디오 팟캐스트 서비스를 강화하며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습니다. 특히 Z세대의 84%가 비디오가 포함된 팟캐스트를 소비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데이터 상으로는 팟캐스트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광고 시장도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비디오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고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죠. 단순히 "AI 때문에 팟캐스트가 위기다"라고 말하기에는 아직은 성급해 보이는게 현실이죠.
팟캐스트 vs AI
하지만 백미러를 보고 예측할 수는 없겠죠. 비디오가 라디오를 대체하는 것도 순식간이었고, 스마트폰이 mp3플레이어를 대체하는 것도 한순간이었듯, 앞으로는 또 다를 수 있겠죠. 다만 AI 챗봇이 팟캐스트의 어떤 부분을 대체할 수 있고, 또 어떤 부분은 절대로 넘볼 수 없을까요?
- 특정 정보를 빠르게 얻고 싶거나, 긴 내용을 요약해서 보고 싶을 때 AI 챗봇은 확실히 강력한 도구. 나델라의 사례처럼, 정보 밀도가 높은 팟캐스트의 핵심만 뽑아 인터랙티브하게 소화하는 데는 AI가 훨씬 효율적일 수 있죠. 학술 강연이나 기술 브리핑, 심층 뉴스 분석 같은 정보 중심 콘텐츠는 AI의 도움을 받아 소비하는 방식이 이미 주류로 잡아가는 모습
- 하지만, 팟캐스트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사람 냄새' 아닐까요? 진행자의 독특한 개성, 진솔한 이야기, 게스트와의 살아있는 케미, 그리고 청취자와 만들어가는 끈끈한 유대감. 이런 것들은 AI 기술로는 (아마도?)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입니다. 아무리 AI가 정교하게 요약하고 답변을 생성한다 한들, 인간 진행자가 주는 특유의 재미와 감동, 그리고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해서만 팟캐스트를 듣는 것이 아닙니다. 재미를 느끼고, 위로를 받고, 새로운 관점을 얻기 위해 듣기도 하죠. 이런 복합적인 니즈를 AI가 만족시켜 줄 수 있을지는 지켜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결국 정보 습득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AI 챗봇이 팟캐스트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겠지만, '경험'과 '관계'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인간이 만드는 팟캐스트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팟캐스트가 AI에 의해 완전히 대체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오히려 AI 기술이 팟캐스트 생태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조력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더 크죠.
- 이미 많은 팟캐스터들이 AI를 활용해 녹음 편집, 자동 스크립트 생성, 잡음 제거, 심지어 콘텐츠 아이디어 구상이나 홍보 문구 작성까지 하고 있습니다. AI 덕분에 팟캐스트 제작의 진입 장벽은 낮아지고, 크리에이터들은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죠
- 청취자 사이드에서는 AI가 보다 고도화된 형태로 맞춤형 팟캐스트를 추천해주고, 자동 번역 기능을 통해 언어의 장벽을 허물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형태의 팟캐스트 경험이 가능할겁니다. 검색 기능이 취약했던 오디오 콘텐츠의 한계를 AI가 극복해주고 있는 셈이죠
궁극적으로는 청취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거나, 청취자의 반응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랙티브 팟캐스트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나델라가 코파일럿과 대화하듯, 팟캐스트 콘텐츠 자체와 '대화'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죠.
이걸 팟캐스트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겠지만요.
팟캐스트는 다만 진화할 뿐
결국 사티아 나델라의 AI 활용법이 보여준 것처럼,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습니다. AI 챗봇은 분명 정보 습득의 효율성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것이 팟캐스트라는 매체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을 겁니다.
팟캐스트가 가진 고유한 힘, 즉 인간적인 연결, 진솔한 이야기, 그리고 창의적인 즐거움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오히려 AI 기술은 팟캐스트 제작자들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청취자들이 더 쉽게 원하는 콘텐츠를 찾도록 돕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미래의 팟캐스트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만나 더욱 다채롭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진화해나갈 겁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가이드라인, 그리고 기술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기준을 잃지 않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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