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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AI 군비 경쟁에 미쳐 돌아가는 지금 애플은 여전히 이상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열린 아이폰 17 공개 행사에서 애플은 구글처럼 생성형 AI 기능을 내세우는 대신(하고싶어도 못하는 것 일수도 있죠) 오히려 기본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선택했죠. 더 오래가는 배터리, 더 튼튼한 내구성, 그리고 극단적으로 얇은 새로운 디자인. 이런 따분한 하드웨어 개선이 발표의 중심이었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애플이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우려가 쏟아지지만 어쨌든 이건 애플의 가장 애플다운 전략일지도 모릅니다. 과연 애플의 기본으로 돌아가기는 AI 시대에 대한 항복 선언일까요? 다음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전략적 후퇴일까요?

AI 전쟁
이번 아이폰 17 발표에서 애플의 의도는 명확해 보입니다. AI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한발 비켜서서 소비자들이 진짜 원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거죠.
사실 지난 몇 년간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AI 비서가 멍청하다’는 것보다는 오히려 ‘배터리가 하루도 못 가고 액정이 너무 잘 깨진다’는 것 같은 기기의 본질 부분이었습니다. 애플은 이 지점을 개선한 겁니다. 아이폰 17 프로 모델의 핵심 개선점으로 역대급 배터리 수명과 향상된 내구성을 내세운 것은 시장의 가장 근본적인 요구에 대한 직접적인 응답인 셈이죠.
이건 현재 애플에게 꽤 유리한 포지션이기도 합니다. 마침 경쟁사인 구글이 픽셀 10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매직 큐(Magic Cue) 같은 AI 기능들이 아직까지 실제 몇몇 사용자들로부터는 "쓸모없다", "오히려 거슬린다"는 안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니까요. 애플은 경쟁자들의 '개발 중' AI 기능으로 시장의 비판을 받아내는 동안, 조용히 뒤에서 지켜보며 진짜 쓸만한 AI 경험이 무엇인지 학습할 시간을 버는 겁니다. 과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완벽한 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했던 전형적인 애플의 플레이북을 다시 한번 시도하는 거겠죠.
아이폰 에어
이번 아이폰 라인업의 주인공은 단연 새롭게 등장한 '아이폰 에어'입니다. 999달러부터 시작하는 이 프리미엄 모델의 유일한 존재 이유는 바로 극단적인 얇음이죠. 5.6mm 두께의 티타늄 프레임은 높은 완성도의 디자인과 기술적 발전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 아름다움을 위해 애플은 몇 가지 중요한 것들을 희생시켰습니다. 얇은 두께를 위해 물리적인 배터리 크기를 줄일 수밖에 없었죠. 애플 스스로도 $99짜리 외장 배터리 팩을 함께 홍보하며 이 약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모양새입니다. 깃털 같은 가벼움을 위해선 결국 주머니에 돌멩이(외장 배터리)를 하나 더 넣고 다녀야 하는 아이러니네요.
당연하게도 프로 모델의 상징인 울트라 와이드와 망원 렌즈가 빠지고, 48MP 싱글 카메라만 탑재되었습니다. 디자인을 위해 성능을 타협한 모습이고, 물리적 SIM 슬롯을 완전히 제거하고, USB-C 포트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하위 규격으로 제한하는 등 곳곳에서 얇음을 위한 희생의 흔적이 보입니다
결국 아이폰 에어는 기능보다는 형태를, 실용성보다는 미학을 선택한 사용자들을 위한 제품으로 보이죠.
아이폰 프로
아이폰 에어가 아름다움을 위한 타협이라면 아이폰 17 프로와 프로 맥스는 성능을 위한 타협을 선택했습니다. 애플은 지난 2년간 고수해 온 티타늄 소재를 버리고 다시 알루미늄 유니바디로 돌아왔죠.
원가 절감보다는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으로 보이는데요. 티타늄보다 열전도율이 높은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내부에 새로운 베이퍼 챔버 쿨링 시스템까지 탑재해 A19 Pro 칩의 발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겠다는 의도죠.
이런 구조적 변화는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두 가지 핵심 기능의 극적인 향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늘어난 내부 공간 덕분에 프로 맥스 모델에는 5,000mAh가 넘는 배터리가 탑재되었습니다. 애플 역사상 가장 긴 배터리 수명을 자랑하며, 사용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배터리 불안을 드디어 해결해준 셈이죠.
차세대 테트라프리즘 디자인이 적용된 새로운 망원 카메라는 8배 광학 줌을 지원합니다. 경쟁사와의 카메라 성능 격차를 따라잡는 유인책이죠
결국 애플은 디자인이냐, 성능이냐는 명확한 선택지를 소비자에게 던져준 것 같습니다. 아이폰 에어의 심미적 가치에 999달러 이상을 지불할 것인가, 아니면 다소 투박해진 디자인을 감수하고 압도적인 성능의 프로를 택할 것인가. 이 시장 분할 전략은 두 모델 사이의 카니발리제이션을 막고 전체 라인업의 평균 판매 단가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을 수 있어보이네요.
아이폰 폴드?
하지만 아이폰 에어의 진짜 전략적 가치는 2025년 시장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아보입니다. 바로 2026년 출시가 유력한 폴더블 아이폰을 위한 것이죠.
아이폰 에어는 여러 측면에서 폴더블 아이폰의 공개 베타 테스트와 같아 보이는데요
5.6mm라는 극단적인 얇음은 폴더블폰을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기술입니다. 애플은 아이폰 에어를 통해 초박형 기기의 소재, 설계, 발열 제어, 내구성에 대한 귀중한 양산 데이터를 쌓게 될 겁니다.
아이폰 에어가 만약에 시장에서 반응을 일으킨다면, 배터리나 카메라 같은 기능적 타협을 감수하고서라도 새로운 형태에 1,000달러 가까이 지불하는 경험을 하게 만들 수도 있겠죠. 이는 2,000달러가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폴더블 아이폰의 가격 저항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미 여러 보고서에서 애플이 2026년 아이폰 18 시리즈에 첫 폴더블 모델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에어는 이 변화를 위한 징검다리일 수 있어보입니다.
미래는....
결론적으로 2025년 애플의 기본으로 돌아가기 전략은 겉보기보다 더 복잡한 고민이 깔린 움직임같아 보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아이폰 프로의 배터리와 카메라를 대폭 강화해 핵심 고객층의 요구를 확실하게 충족시켜주고, 중기적으로는 경쟁사들이 AI 기능의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시간을 벌며 자신들만의 완성도 높은 AI를 준비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아이폰 에어를 통해 폴더블폰 시대를 위한 기술적, 시장적 초석을 다지고 있는 겁니다.
네.. If가 너무 많은 것 같지 않나요? 월스트리트도 당장의 AI 갭에 실망하며 주가를 떨어뜨렸고, 어쨌든 애플은 자신들의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마 아이폰 에어는 올해 최고의 제품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2026년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나마 근 몇 년간 나온 아이폰 중 가장 중요한 전략적 제품이라고 평가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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