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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 개발자 커뮤니티를 충격과 공포, 그리고 환희?에 빠뜨리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진원지는 앤트로픽(Anthropic)의 터미널 기반 코딩 에이전트 클로드 코드(Claude Code)입니다.
구글의 수석 엔지니어가 1년 걸려 만든 분산 시스템을 클로드 코드가 단 1시간 만에 복제했다는 고백부터, IDE를 한 번도 켜지 않고 한 달 만에 4만 줄의 코드를 배포했다는 증언까지. 믿기 힘든 생산성 향상의 사례들이 쏟아지며 코딩의 대중화가 마침내 현실이 되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과연 클로드 코드는 AI의 '챗GPT 모먼트'를 한번 더 재현하며 소프트웨어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이번 열풍의 기폭제는 지난 1월 2일, 구글 제미나이 팀의 자나 도건(Jaana Dogan)이 올린 글이었습니다.
"농담이 아니다. 구글이 작년부터 만들려던 분산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터를 클로드 코드에게 3문단으로 설명했더니, 1시간 만에 만들어냈다"라는 내용이었죠

이 글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실리콘밸리를 뒤흔들었는데요. 이 글 외에도 Y 콤비네이터 창업자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은 "AI가 관료주의를 뚫어버리는 모습을 처음 봤다"며 놀라워했고, 전 테슬라 AI 이사 안드레 카파시(Andrej Karpathy)는 "프로그래머로서 이렇게 뒤처진다고 느낀 건 처음"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죠.

물론 도건은 나중에 그것이 장난감 버전이었고 정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지만, 이미 불붙은 바이럴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클로드 코드의 개발자 보리스 체르니는 자신이 IDE 없이 클로드 코드만으로 한 달에 4만 줄의 코드를 작성했다는 인증샷을 올리며 불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5~10개의 클로드 인스턴스를 동시에 돌리며, 한 달 동안 259개의 PR(Pull Request)과 4만 줄의 코드를 배포했는데, 놀랍게도 그 모든 과정에서 IDE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는거죠.

클로드 코드가 깃허브 코파일럿(Copilot)이나 커서(Cursor)와 다른 점은 자율성입니다. 기존 도구들이 "이 함수 좀 짜줘"라고 부탁하면 코드를 추천해 주는 수준이었다면 클로드 코드는 터미널에서 직접 명령어를 실행하고, 파일을 읽고, 테스트를 돌리고, 에러가 나면 스스로 수정합니다.
10.5MB짜리 가벼운 로컬 실행 파일이 클라우드의 AI 모델과 통신하며 작업을 수행하는데, 코드를 미리 인덱싱하지 않고, 에이전트가 직접 프로젝트 폴더를 뒤지며 필요한 파일을 읽고 구조를 파악합니다. 라쿠텐 엔지니어 팀은 1,250만 줄짜리 코드베이스에서 복잡한 작업을 99.9% 정확도로 수행하는 것을 확인했다고도 하구요. 여기서 앤트로픽 팀은 모델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시스템 프롬프트를 오히려 줄여나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모델의 날것 그대로의 지능을 믿는 거죠.
개발자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이번 현상의 가장 큰 특징은 비개발자의 개발자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트랜스포머의 에디터 샤킬 하심은 코딩 경험이 전혀 없지만, 클로드 코드를 이용해 은행 명세서와 인보이스를 분석하고 세금 신고를 준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고 하고(저도 해볼 생각입니다), 심지어 세금 신고까지 자동화했다고 하죠. 앤트로픽 내부 법무팀은 사내 법률 자문 자동 응답 시스템을 구축했다고도 하구요.
이제 기술직과 비기술직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앤트로픽의 PM이 말했듯,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결책(소프트웨어)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왔다는거죠.
앤트로픽의 매출도 덩달아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025년 초 10억 달러였던 ARR(연간 반복 매출)은 10월 기준 70억 달러로 9배나 뛰었습니다. 클로드 코드는 이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출시 3개월 만에 사용량이 10배 증가하며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휩쓸고 있습니다. 오픈AI가 소비자 시장(ChatGPT)을 장악했다면, 앤트로픽은 기업 시장에서 실질적인 생산성 도구로 자리 잡은 셈입니다.
다만 유저들은 살인적인 비용과 불투명한 사용량 제한에 비명을 지르고도 있습니다. 월 200달러짜리 최고급 요금제를 써도 하루 만에 사용량이 바닥나고, API 비용으로 환산하면 하루 1,000달러가 넘는다는 계산까지 나옵니다. 앤트로픽이 예고 없이 사용량 제한을 강화하면서 미끼 제품이라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죠.
보안 문제도 있죠. 클로드 코드는 개발자의 권한을 그대로 이어받아 실행되기 때문에,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에 취약합니다. 해커가 악의적인 명령을 심어놓으면 SSH 키나 환경 변수 파일(.env)을 탈취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구요. 게다가, AI가 짠 코드가 중복을 늘리고 버그 발생률을 높인다는 통계도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입니다.

클로드 코드는 분명 소프트웨어 개발의 변곡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딩을 공짜로 만들어주는 마법은 아니구요. 다만 개발의 병목을 코드를 짜는 행위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설명하는 행위'로 옮겨놓았다고 봐야겠죠.
숙련된 개발자에게 클로드 코드는 1주일 걸릴 아키텍처 설계를 1시간으로 줄여주는 압축기이고, 비개발자에게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마법 지팡이입니다. 이제 진정 모두가 개발하는 세상이 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비싼 수업료와 보안 리스크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구요.
하지만, 감수할만한 리스크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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