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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O 청구서 - 제품 없는 유니콘의 저주

2026.01.20 | 조회 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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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핫했던 AI 스타트업 씽킹 머신 랩(Thinking Machines Lab)이 사실상 공중 분해되었습니다. 오픈AI 출신의 미라 무라티(Mira Murati)가 이끌면서 제품 하나 없이 20억 달러를 조달했던 이 회사는 불과 1년 만에 공동 창업자 6명 중 4명을 잃었습니다.

제품도 없는 스타트업에 FOMO(Fear Of Missing Out) 밸류에이션을 주는 것은 재앙으로 끝나는 또 다른 사례를 보게된거죠.

출처: Thinking Machines Lab
출처: Thinking Machines Lab

시계바늘을 2024년 10월로 돌려봅시다.

미라 무라티가 오픈AI를 떠났을 때, 실리콘밸리의 자본은 이성을 잃었습니다. 2025년 7월까지 씽킹 머신 랩은 제품도, 매출도,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도 없는 상태에서 120억 달러 밸류로 20억 달러를 쓸어 담았습니다.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라운드를 주도했고, 엔비디아와 AMD, 제인 스트리트가 앞다퉈 돈을 퍼부어넣었죠. 무라티는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창업 당시 가졌던 것보다 더 강력한 이사회 통제권을 쥐며 슈퍼 파워를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바퀴는 빠져버렸습니다. 작년 10월에 공동 창업자 앤드류 털로치(Andrew Tulloch)가 메타(Meta)로 떠났습니다. 6년간 15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패키지를 거절했다가 결국 수락했다곤 하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죠.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올해가 시작하자마자 CTO 브렛 조프(Brett Zoph)가 사내 연애 스캔들로 해고되자마자 오픈AI가 낚아채 갔고, 또 다른 공동 창업자 루크 메츠(Luke Metz)와 샘 쉔홀츠(Sam Schoenholz)도 함께 짐을 쌌습니다. 창업 멤버 6명 중 남은 건 무라티와 존 슐만, 단 두 명뿐입니다.

회사가 내놓은 유일한 제품인 팅커(Tinker)는 오픈소스 모델을 파인 튜닝하는 API에 불과했습니다. 120억 달러짜리 프런티어 AI 기업이 내놓을 물건이라기엔 너무나 초라했죠. 결국 500억 달러 밸류로 다음 라운드를 돌려던 계획은 멈췄고, 포춘(Fortune)지의 보도대로 회사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겁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너무 많아서(혹은 밸류가 너무 높아서) 망가진 전형적인 사례인 셈입니다.

출처: Thinking Machines Lab
출처: Thinking Machines Lab

결과는 그렇다쳐도 그럼 도대체 왜 20억 달러나 가진 회사가 핵심 인재를 지키지 못했을까요?

사실 답은 간단합니다. 현금과 시간의 싸움에서 졌기 때문이죠. 아무리 이 회사가 높은 가치로 투자를 받았어도, 빅테크들이 제시하는 보상 패키지는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계산해보면 명확해집니다. 메타나 구글 같은 빅테크는 시니어 연구원에게 연봉 50만~200만 달러를 기본으로 깔고, 즉시 현금화 가능한 주식(RSU)을 얹어줍니다. 특히 메타는 4년간 최대 3억 달러에 달하는 패키지를 제안하며, 이를 즉시 베스팅(Vesting) 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반면 씽킹 머신 같은 스타트업이 줄 수 있는 건 7~10년 뒤에나 상장될지 알 수 없는 스톡옵션뿐입니다.

게다가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선두 주자들은 이미 IPO 가시권에 들어와 있습니다. 앤트로픽 직원은 2~3년만 버티면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지만, 씽킹 머신 직원은 기약 없는 미래를 기다려야 합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확실한 1,000만 달러 현금과 불확실한 1억 달러 종이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자명한 일이죠.

여기에 컴퓨팅 파워의 격차가 결정타를 날립니다. 메타는 2025년에만 Capex에 600억~650억 달러를 쏟아부었습니다. 구글은 자체 TPU로 확장하고 있죠. 개발자들에게 GPU는 곧 연구 성과이자 커리어입니다.  엔비디아에게 GPU 좀 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스타트업의 현실은 초라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런 패턴은 씽킹 머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리아 수츠케버(Ilya Sutskever)가 세운 SSI(Safe Super Intelligence)를 봅시다. 320억 달러 밸류로 30억 달러를 모았지만, 직원은 고작 20명이고 제품은 웹사이트에 적힌 223단어짜리 미션 선언문이 전부입니다.

결국 공동 창업자 다니엘 그로스(Daniel Gross)는 메타의 새로운 AI 랩으로 떠났습니다. 20명짜리 회사에서 공동 창업자가 나갔다는 건 어떻게보면 내부자조차 비전을 믿지 않는것처럼 된다는거죠.

밸류에이션의 덫

과정을 이러했지만 그럼 밸류에이션엔 무슨 문제가 있었을까요? 돈이 많으면 좋은게 아닌가요? 하지만 초기 고평가, 특히 이런식의 FOMO 밸류에이션은 회사를 구조적으로 망가뜨리는 몇가지 재앙을 불러옵니다.

먼저 후속 투자가 불가능해집니다. 120억 달러 밸류를 정당화하려면 다음 라운드에서는 500억 달러를 불러야 합니다. 하지만 500억 달러 기업이 되려면 오픈AI급의 트랙션(매출 130억 달러, 사용자 7억 명)을 보여줘야 합니다. API 하나 달랑 있는 회사가 이 격차를 메우는 건 불가능합니다. 결국 다운 라운드를 해야 하는데, 이러면 창업자와 직원들의 지분을 박살 내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신규 직원들의 주식이 쓰레기가 됩니다. 높은 밸류에이션에 들어온 신규 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아있습니다. 회사가 2배, 3배 성장하지 못하면 이 옵션은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2021년이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런 문제를 겼었습니다. 데이터로 보면 2024년 벤처 투자의 25%가 플랫하거나 다운 라운드였는데요. 2021년의 거품이 꺼지면서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빈털터리가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제품의 공백이 좌절감을 키웁니다. 수츠게버의 SSI처럼 "우리는 단기 제품 출시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철학은 고상해 보이지만, 실제 직원들에게는 "내가 한 일이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는 좌절감을 줍니다. 제품이 없으니 시장 검증도 없고, 이력서에 쓸 한 줄도 없습니다. 결국 능력 있는 엔지니어들은 제품을 출시하는 회사로 떠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

과거 닷컴 버블 시절 웹밴(Webvan)이 12억 달러를 태우고 18개월 만에 파산한 사례나, 가짜 유저로 유니콘이 되었다가 사라진 IRL, 우리나라 안에서 보면 가까이는 포티투닷이 있겠죠.

물론 앤트로픽 같은 성공 사례도 있죠. 초기부터 높은 밸류를 받았지만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앤트로픽은 속도로 밸류를 증명했습니다. 창업 2년 만에 클로드(Claude)를 내놓았고, 그 다음버전들을 숨 가쁘게 출시했습니다. 2025년 초 10억 달러였던 연간 반복 매출(ARR)을 8월까지 50억 달러로 5배나 불렸습니다.

그럼 앤트로픽의 사례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FOMO 밸류에이션은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제품과 매출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필연적으로 망한다."는겁니다. 그리고 그 성공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는 겁니다. 앤트로픽과 오픈AI는 수백 개의 실패한 스타트업들의 시체 위에 서 있는 생존 편향의 결과물일 뿐입니다.

FOMO

결국 제품도 없는 스타트업에 FOMO 밸류에이션을 주는 것은 언제나 재앙이 맞습니다.

투자자들은 혁신을 샀다고 믿었겠지만, 사실은 터지기 직전의 시한폭탄을 산 셈입니다. 18개월 전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믿으며 샀던 그 비싼 주식은 이제 누구도 받아주지 않는 폭탄 돌리기의 마지막 주자 손에 들려 있습니다.

거품이 꺼진 자리에는 수천 개의 GPU, 그리고 휴지 조각이 된 스톡옵션을 쥐고 망연자실한 직원들만 남게 될 것입니다. 공개시장이든, 벤처시장이든, FOMO 투자의 결과는, 늘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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