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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또 다른 AI 변곡점

2025.10.24 | 조회 1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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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ided by Zero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지난주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전혀 다른 두 분야, 암 생물학핵융합 물리학에서 AI를 활용한 의미 있는 성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AI가 과학 연구에서 주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보조 도구 역할의 인상이었다면, 이제는 스스로 새로운 가설을 생성하고 복잡한 문제의 최적 해법을 찾아내는 생성적 파트너역할을 해냈다는 소식으로도 읽히는데요.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을 넘어 과학적 발견 과정 자체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어쩌면 과학 연구의 방법론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죠. 이 에이전트 과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인류의 난제 해결 속도를 얼마나 단축시킬 수 있을까요?

AI가 암세포의 언어를 해독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획기적인 치료법이지만 모든 암에 효과적인 것은 아닙니다. 특히 면역체계의 눈을 피해 숨어버리는 차가운 종양(Cold Tumor)에는 잘 듣지 않죠. 이 차가운 종양을 면역체계가 잘 인식하는 뜨거운 종양(Hot Tumor)으로 바꾸는 것이 현대 암 연구의 핵심 과제 중 하나라고 하죠.

출처: Google
출처: Google

구글 딥마인드는 예일대와 협력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C2S-Scale 27B라는 270억 개 파라미터 규모의 AI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이 모델의 핵심은 Cell2Sentence(C2S)라는 독특한 접근법이죠. 말그대로 세포에서 문장으로, 세포의 유전자 발현 데이터를 복잡한 숫자 벡터가 아닌 가장 많이 발현된 유전자 순서대로 나열한 텍스트 문장으로 변환해 LLM(거대언어모델)이 직접 이해하도록 만든 겁니다.

이렇게 세포의 상태를 언어로 바꿈으로써 AI는 단순히 유전자 발현 패턴만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의학 문헌 데이터와 결합하여 그 유전자들이 어떤 생물학적 맥락과 의미를 갖는지까지 이해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세포의 언어를 해독하는 AI인 셈이죠.

딥마인드는 이 모델에게 매우 까다로운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4,000개가 넘는 약물 라이브러리를 스캔하여, 특정 조건에서만 면역 반응(항원 제시)을 증폭시키는 ‘조건부 증폭제’를 찾아내라는 것이었죠. 왜 '조건부’가 중요하냐면, 아무 때나 면역 반응을 과도하게 증폭시키면 심각한 자가면역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낮은 수준의 인터페론 신호가 존재하는 종양 미세환경이라는, 치료적으로 의미 있는 특정 조건에서만 작동하는 약물을 찾고자한 목표 설정이었습니다. 다소 말이 어렵습니다..

어쨌든 수많은 가상 실험 끝에 AI는 놀라운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실미타설팁(silmitasertib)이라는 키나아제 억제제가 낮은 농도의 인터페론 존재 하에서만 특이적으로 항원 제시(MHC-I 발현)를 약 50% 증폭시킨다는 가설이었죠.

이 예측이 정말 놀라웠던 이유는 기존의 어떤 연구 문헌에도 보고된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메커니즘이었다는 점입니다.

AI가 단순히 기존 지식을 검색하거나 상관관계를 찾아낸 것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인과관계를 추론해 독창적인 과학적 가설을 생성해낸 겁니다. 예일대 연구진이 실제 인간 세포 실험을 통해 이 가설을 검증했고, 결과는 AI의 예측과 정확히 일치했죠. AI가 단순 분석 도구를 넘어, 지식 창조의 영역으로 진입한게 아닐까? 묻게되는 결과인거죠.

핵융합

AI의 생성 능력은 생물학 같은 미지의 영역뿐만 아니라 물리학 법칙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그 구현이 극도로 복잡한 공학 문제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바로 핵융합 에너지 개발이죠.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인 핵융합은 (이론적으로) 인류에게 깨끗하고 무한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죠. 하지만 1억 도가 넘는 초고온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문제입니다. 플라즈마는 극도로 불안정해서, 아주 작은 변화에도 수 밀리초 만에 제어 불능 상태에 빠져 원자로에 손상을 입힐 수 있죠. 이 플라즈마 제어 문제가 상업적 핵융합 발전의 가장 큰 기술적 병목이었습니다.

출처: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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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에서 분사한 스타트업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CFS)는 차세대 초전도 자석 기술을 이용한 소형 토카막 핵융합로 SPARC를 건설하며 이 문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6월에 한번 다뤘던 스타트업이죠). SPARC의 목표는 핵융합에서 역사상 최초로 투입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학적 실증이죠.

구글 딥마인드는 CF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 목표 달성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기반 플라즈마 시뮬레이터 토락스(Torax)가 그 핵심. 토락스는 단순히 플라즈마의 거동을 모사하는 것을 넘어서 미분 가능하게 설계되었다는 점(시뮬레이터가 입력(제어 변수)과 출력(플라즈마 성능) 사이의 관계를 수학 함수로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이 특별합니다.

미분이 가능하다는 것은 곧 AI가 사용하는 경사 하강법(gradient-based optimization) 같은 최적화 알고리즘을 물리학 시뮬레이션에 직접 적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최적의 제어 조건을 찾기 위해 수많은 변수를 바꿔가며 무작위 대입식의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야 했죠. 하지만 미분 가능한 토락스는 어떤 제어 변수를 바꿔야 플라즈마 성능이 가장 효과적으로 개선되는지를 해석적으로, 즉 수학적으로 바로 계산해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CFS는 SPARC의 실제 가동 전에 수백만 번의 가상 플라즈마 실험을 컴퓨터상에서 초고속으로 수행하며 최적의 운전 시나리오를 찾아내고 있습니다. 값비싼 실제 실험 횟수를 극적으로 줄여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수년 혹은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었던 개발 기간을 몇 주 단위로 압축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데요, AI가 물리학 연구의 경제성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겁니다.

더 나아가, 딥마인드는 토락스를 강화학습의 훈련장으로 활용해 인간 전문가가 설계한 것보다 더 뛰어난 플라즈마 제어 전략을 AI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핵융합로의 수백개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밀리초 단위로 제어 변수를 조정하는 AI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죠.

출처: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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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혀 다른 두 분야, 암 생물학과 핵융합 물리학에서 나타난 딥마인드의 성과는 AI가 과학 연구의 방법론 자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 과학 연구가 우연에 의한 발견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면, 이제 AI는 설계에 의한 발견을 가능하게 하고 있죠. 방대한 가능성의 공간을 AI가 먼저 효율적으로 탐색하여 가장 유망한 가설이나 해법을 제시하고, 인간 과학자는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새로운 워크플로우입니다.

대규모 인 실리코(in silico) 모델링 → 목표 지향적 실험 검증으로 이어지는 이 강력한 피드백 루프는 과학적 발견의 속도를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보입니다.

단순히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을 넘어, 세포의 미세 환경이나 플라즈마의 난류처럼 극도로 복잡하고 동적인 시스템의 근본적인 작동 원리를 모델링하고 추론하는 AI의 능력이 발전했기에 가능한 일이죠.

상관관계를 넘어 인과관계를 알아내는 AI, 이것이 바로 에이전트 과학의 핵심인 겁니다.

구글이 C2S-Scale 모델과 Torax 시뮬레이터를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하기로 한 결정 또한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 연구자들의 협력을 촉진하고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구글의 AI 프레임워크(Gemma, JAX 같은)를 과학 AI 분야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가 같이 깔려있겠죠.

연구 에이전트

AI는 이제 스스로 새로운 과학적 지식을 생성하고(C2S-Scale), 복잡한 공학 문제의 최적 해법을 찾아내며(Torax), 연구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극적으로 단축시키는 과학적 발견의 능동적 주체, 즉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AI가 생성한 결과의 신뢰성 문제나, 소수 AI 플랫폼에 대한 의존성이 연구의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없어진건 아니죠.

하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AI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암, 에너지 위기 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AI가 인간 과학자의 지능을 증강시키는 것을 넘어 함께 발견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겁니다. 이 새로운 파트너십이 과학의 지평을 어디까지 확장시킬지, 오래 살면서 지켜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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