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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1은 또 어떻게 ARR 1억달러를?

2025.12.08 | 조회 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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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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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1(micro1)이 2025년 말 기준 연간 반복 매출(ARR)이 1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건 불과 1년 전인 2025년 1월만 해도 이 회사의 ARR이 고작 700만 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이죠. SaaS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1년 만에 14배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폭발력이죠. 슬랙(Slack)이나 유아이패스(UiPath) 같은 선배 기업들의 초기 성장 속도조차 압도하는 수준이죠.

그런데 이 숫자를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도 보입니다. 이 회사는 전형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처럼 보이지만 재무제표의 구조는 인력 파견 회사와 더 닮아있습니다. 마이크로1의 1억 달러는 과연 진짜 매출일까요? 아니면 겉만 화려한 거래액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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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1의 폭발적인 성장은 AI 산업의 패러다임이 컴퓨팅 파워에서 데이터 품질로 넘어가면서 비롯됐다고 봐야합니다. 이제 GPT-5 같은 차세대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닌 전문가의 피드백(RLHF)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보통 RL이라고 줄여부릅니다.

과거 스케일 AI(Scale AI)가 제3세계의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해 단순 이미지 라벨링 시장을 장악했다면, 지금은 박사급 연구원, 변호사, 최고 수준의 개발자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겁니다. 가령 GPT가 작성한 법률 문서의 논리적 오류를 잡아내거나 복잡한 생화학 문제를 해결하는 건 일반인이 할 수 없으니까요.

마이크로1의 창업자 알리 안사리(Ali Ansari)는 이런 고급 인력의 공급 부족 문제를 파고들었습니다. 원래 엔지니어 채용 플랫폼으로 시작했던 회사를 AI 학습을 위한 전문가 공급 엔진으로 피벗(Pivot)한 것이죠.

“기업을 위해 직원을 뽑아주는 회사”에서, “AI를 가르칠 전문가를 공급하는 회사”로요.

현재 마이크로1이 제공하는 핵심 서비스는 쉽게 말해서 인간 지능의 API화입니다. GPT가 작성한 코드의 미묘한 버그를 수정하고 최적화하는 작업을 상위 1% 개발자에게 맡겨서 1) 코딩데이터를 생성하고, 법률, 의학, 물리학 등 전문 지식이 필요한 답변에 대해 실제 변호사와 박사들이 2) 팩트 체크를 하고 논리적 결함을 수정하고, AI 에이전트가 수행한 복잡한 작업(여행 예약, 논문 요약 등)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인간이 최종적으로 판단해주는 3) 에이전트 평가까지 해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른 회사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접근 같죠.

그렇다면 경쟁사들은 이걸 왜 못했을까요? 핵심은 소싱의 속도와 품질에 있습니다. 박사급 인력을 수천 명 단위로 모으고 검증하는 건 인간 리크루터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죠.

출처: micro1
출처: micro1

마이크로1의 강점은 자체 개발한 AI 면접관 자라(Zara)에 있습니다. 자라는 24시간 쉬지 않고 전 세계에서 지원하는 수만 명의 후보자를 인터뷰합니다. 단순한 이력서 검토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코딩 테스트를 시키고, 심층 질문을 던지며 기술적 역량을 검증한다고 하는데요.

이 시스템 덕분에 마이크로1은 지원자의 99%를 탈락시키고 상위 1%만 남기는 극단적인 필터링을 자동화했습니다. 경쟁사인 머코(Mercor)가 링크드인을 긁어오는 수동적 데이터베이스 방식이라면, 마이크로1은 자라를 통해 실력이 검증된 인력만 즉시 투입 가능한 상태로 대기시키는 액티브 풀을 구축한 겁니다. 만약에 오픈AI 같은 고객사가 “내일 당장 양자역학 박사 50명이 필요해”라고 해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거죠.

(사실 단순 라벨링 인력은 다른 회사들도 어렵지 않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재밌는건 드라이버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우버도 이 사업을 시작했단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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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현재 마이크로1의 폭주에는 지정학적(?) 운도 따랐습니다. 업계 1위였던 스케일 AI(Scale AI)가 메타(Meta)와 지분 관계를 맺고 창업자인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은 메타로 가버리면서 너무 깊숙이 밀착해버린 겁니다. 위협을 느낀 오픈AI와 구글은 자신들의 데이터 보안을 위해 스케일 AI를 대체할 중립적인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고, 그 거대한 공백을 마이크로1이 파고든 것이죠.

인력사업?

이렇게 보면 1억달러 ARR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구조적 함정이 있습니다.

마이크로1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치명적인 자기 잠식(Cannibalization)의 모순이 있습니다. 마이크로1이 일을 잘해서 AI가 똑똑해질수록 마이크로1이 공급하는 인간 전문가의 필요성은 줄어듭니다. 고객사(AI 기업)의 최종 목표는 인간 없는 AI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죠.

현재시점을 봐도 한번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합니다. 마이크로1의 1억 달러 ARR은 대단해 보이지만, 그 매출의 질은 일반적인 SaaS 기업과 전혀 다릅니다.

마이크로1의 매출 인식 방식은 총매출(Gross Revenue)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1이 물리학 박사를 시간당 100달러에 빌려주고 박사에게 60달러를 준다면, 마이크로1은 40달러(수수료)가 아닌 100달러 전체를 매출로 잡습니다. 인건비 60달러는 매출원가(COGS)로 처리되죠.

마이크로1의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이 약 40%라는 점은 이 구조를 투명하게 보여줍니다. 전형적인 SaaS 기업의 이익률이 80%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하면 마이크로1은 사실상 기술 기반 인력 소싱 업체에 가까워보이는거죠.

따라서 1억 달러라는 숫자는 SaaS식으로 소프트웨어가 번 돈이라기보다는 플랫폼을 통해 거래된 인건비의 총합에 가깝다고 봐야 합니다. 시장이 마이크로1의 기업 가치를 ARR 대비 5배 수준인 5억 달러로 평가한 것도(SaaS는 보통 10~20배), 바로 이 매출의 질을 반영한 결과인 셈이죠. 투자자들은 이 회사를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닌 효율적인 고급 컨설팅 펌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시한부 중개상인가

그렇다고 마이크로1이 경쟁력이 없는 기업이라는건 전혀 아닙니다.

마이크로1은 AI 시대에 데이터가 컴퓨팅만큼 귀한 자원이고 그 데이터의 원천은 결국 고도로 훈련된 인간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1년 만에 ARR 1억 달러를 만든 실행력은 분명 경이롭구요.

하지만 이 회사의 본질은 여전히 디지털 인력사무소에 가까워보입니다. AI라는 승객을 목적지(AGI)까지 태워다 주기 위해, 인간이라는 엔진을 끊임없이 갈아 넣어야 하는 구조죠.

마이크로1이 진정한 테크 유니콘으로 인정받으려면 단순히 인력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모델을 넘어서 AI 면접관 자라 자체를 SaaS로 팔아 고마진 매출 비중을 높이거나, 로봇 학습 데이터 같은 아직 인간이 필수적인 새로운 영토를 계속해서 찾아내야 할 겁니다.

지금의 1억 달러는 AI가 인간을 완전히 따라잡기 전까지만 유효한 과도기적 통행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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