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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생각보다 가까이 와있다

2025.09.18 | 조회 1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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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최근 UC 버클리의 저명한 교수 세르게이 레빈(Sergey Levine), 피지컬 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 PI)라는 회사를 공동창업했죠. 많은 이들이 여전히 로봇을 먼 미래의 일로 여기지만 레빈 교수는 "가정용 범용 로봇이 5년 안에 완전히 자율적으로 집안일을 관리하게 될 것"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자본을 쏟아붓고도 아직 완전한 자율주행을 이루지 못한 자동차를 생각하면 너무 허황된 예측 아닐까요? 정말 로봇이 자율주행차보다 먼저 우리 집에 들어오게 될까요? 이 엄청난 가속도의 배경에는 대체 어떤 기술적 변곡점이 있는 걸까요?

출처: PI
출처: PI

로보틱스의 GPT 모멘트

최근 로봇 기술의 발전은 점진적인 개선이 아닌 패러다임의 전환에 가깝습니다. 과거의 로봇이 통제된 환경에서 특정 반복 작업만 수행하는 프로그래밍된 기계였다면, 지금은 '학습하는 물리 지능(Physical Intelligence)'으로 바뀌고 있죠.

PI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어떤 로봇이든 어떤 작업이든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단일 AI 모델, 즉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만드는 겁니다. 마치 3년 전 GPT-3가 텍스트의 세계에 범용성을 가져온 것처럼 물리 세계에 일반화된 지능을 구현하겠다는 비전이죠.

PI의 접근법은 체화된 인지라는 철학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진정한 지능은 정적인 데이터셋이 아닌 물리적 세계와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탄생한다는 겁니다. PI가 공개한 빨래 개기, 상자 조립 같은 시연은 단순히 신기한 볼거리가 아니죠. 변형되는 물체(빨래)를 다루고, 정돈되지 않은 환경(주방)에서 작동함으로써, 범용 모델이 정교한 물리적 기술을 학습할 수 있다는 핵심 가설이 옳았음을 증명한 셈입니다.

물리 세계의 데이터 플라이휠은 더 강력

파운데이션 모델의 성공은 결국 데이터에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로보틱스의 데이터 수집 방식은 디지털 세계의 LLM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훨씬 더 강력한 '플라이휠' 효과를 만들어낼 잠재력을 가지고 있죠.

데이터 플라이휠이란 '모델 배포 → 실제 데이터 수집 → 모델 개선 → 가치 증가 → 더 많은 사용 → 더 많은 데이터 수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말합니다. 세르게이 레빈은 이 플라이휠이 로봇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주장합니다.

  • 자연 감독: 로봇이 작업을 힘들어할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도와주게 됩니다. 물건을 제대로 못 잡으면 위치를 고쳐 잡아주죠. 이 도움 자체가 모델에게는 매우 강력하고 즉각적인 교정 신호가 됩니다.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감독관이 되는 겁니다
  • 명확한 실패 신호: 로봇이 유리잔을 떨어뜨리거나 상자를 무너뜨리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실패입니다. 모델이 성공과 실패의 경계를 학습하는 데 매우 높은 품질의 데이터를 제공하죠. 의미가 모호하거나 주관적일 수 있는 LLM의 오류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 현실에 기반한 언어: "빨간 컵을 싱크대에 넣어줘"라는 명령은 '빨간 컵'이라는 시각 정보, '싱크대'라는 공간 정보, 그리고 일련의 운동 제어를 직접적으로 연결합니다. 추상적인 개념이 물리적 행동과 그 결과에 단단히 결속되면서 LLM의 고질적인 문제인 접지 문제를 해결하는 겁니다

물론 초기에는 고품질 로봇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략은 데이터를 완벽해질 때까지 모으는 게 아니죠. 플라이휠을 '시작'시킬 만큼의 다양하고 신호가 강한 데이터를 확보해 일단 현장에 투입하고, 그 다음부터는 로봇이 스스로 일하며 배우게 만드는 것이 핵심인 겁니다.

두뇌와 몸의 분리

이러한 발전은 단순히 데이터나 컴퓨팅 파워 덕분만이 아닙니다. 생물학적 뇌의 기능적 분리를 모방한 모델 아키텍처 덕분이죠.

출처: PI
출처: PI

PI의 모델은 VLA(Vision-Language-Action) 아키텍처를 사용합니다. 핵심은 사전 훈련된 거대 비전-언어 모델(VLM)을 로봇의 두뇌로 활용한다는 겁니다. 구글의 Gemma 같은 VLM을 탑재함으로써 로봇은 컵이 무엇인지, '깨지기 쉽다'는 속성이 뭔지를 물리적 시행착오 없이 처음부터 이해합니다. 인터넷 규모의 데이터로 학습된 방대한 상식과 의미 지식을 그대로 물려받는 거죠. 이것이 바로 학습 속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전이 학습의 힘입니다.

그리고 이 VLM 두뇌에 행동 전문가라는 별도의 모듈을 붙입니다. 이 모듈은 VLM이 내린 "컵을 들어라" 같은 상위 레벨의 계획을, 로봇 관절을 움직이는 정밀하고 연속적인 모터 명령으로 번역하는 역할만 하죠.

이 구조는 AI의 고전적인 난제인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 얼마전 테슬라 관련 레터에도 언급했죠)'을 우회하는 해법입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모라벡의 역설이란, 인간에게 어려운 체스나 미적분은 AI에게 쉽지만 아기에게도 쉬운 인지나 운동 능력은 AI에게 극도로 어렵다는 현상이죠. PI의 아키텍처는 추상적 추론(인간에겐 어렵지만 컴퓨터에겐 쉬운)은 VLM에 맡기고, 유연한 운동 제어(인간에겐 쉽지만 컴퓨터에겐 어려운)는 행동 전문가 모듈에 맡기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버린 겁니다.

자율주행차보다 로봇이 먼저 온다

아마 가장 흥미로운 주장은, 범용 로봇이 자율주행차보다 더 빨리 대중화될 것이라는 예측일 겁니다. 2009년부터 시작된 구글의 자율주행 프로젝트보다 훨씬 늦게 시작했지만, 로보틱스가 더 빠를 수 있다는 거죠. 여기에는 몇 가지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2025년의 AI 기술은 2009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특히 VLM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의 존재는 초기 자율주행 개척자들이 밑바닥부터 쌓아야 했던 상식의 기반을 처음부터 제공하죠

또 보면, 가정용 로봇이 접시 한 장을 깨뜨리는 실수는 비용이 낮고 용납 가능합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의 실수 하나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죠. 재밌게도 로봇은 자율주행보다 훨씬 더 제한적이고 관대한 환경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로봇은 컵을 잡는 데 실패하면, 그 실패로부터 배우고 다시 시도하면 그만입니다. 자율주행차의 치명적인 실수는 되돌릴 수 없죠. 이는 데이터 수집과 학습 과정의 리스크 수준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만듭니다.

결국 이건 시장 출시 전략의 차이로 귀결됩니다. 범용 로봇은 최소 기능 제품(MVP)을 출시하고 데이터를 모아 소프트웨어로 개선하는 소비재 테크 모델을 따를 수 있습니다. 반면 자율주행차는 대규모 배포 전에 거의 완벽을 요구하는 핵심 인프라 모델에 갇혀있죠.

하드웨어를 삼킨 소프트웨어

이 모든 변화를 촉진하는 마지막 기폭제는 하드웨어 가격의 붕괴입니다. 2014년 대비 연구용 로봇팔의 가격은 25% 이상 떨어졌죠.

더 중요한 것은 똑똑해진 소프트웨어가 비싼 하드웨어의 필요성을 줄인다는 점입니다. 강력한 AI와 저렴한 카메라를 탑재한 로봇은 시각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정할 수 있습니다. 덜 정밀한 모터와 기어의 한계를 소프트웨어로 극복하는 거죠. 가치의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완전히 이동하는 겁니다.

범용 로봇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의 진보가 아닙니다.

물리적 노동의 본질을 바꾸고, 글로벌 제조업의 지형을 재편하며, 지정학적 경쟁의 새로운 차원까지 여는 거대한 변화의 시작이죠. 값싼 노동력이 아닌 '지능형 로봇 보유량'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와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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