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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조스가 투자한 또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은 대체 뭐가 다를까?

슬레이트 오토(Slate Auto)

2025.04.28 | 조회 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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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제프 베조스가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투자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죠. 그런데 최근 베조스가 '슬레이트 오토(Slate Auto)'라는 또 다른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리비안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는 이 회사는 대체 뭘 하는 곳일까요? 그리고 베조스는 왜 또 전기차 스타트업에 돈을 넣은 걸까요?

이들이 내세우는 전략은 파격적입니다. 극단적인 단순함과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보조금 적용 시 2만 달러 미만의 초저가 전기 픽업트럭을 내놓겠다는 거죠. 이들의 도박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Blank Slate

슬레이트 오토의 핵심 철학은 이름 그대로 'Blank Slate'입니다. 기본 차량은 극도로 단순하게 만들고, 나머지는 소비자가 직접 채워나가라는 거죠.

이들의 슬로건 "WE BUILT IT. YOU MAKE IT"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어떻게 가격을 낮추냐고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뺄 수 있는 건 다 뺐습니다.

출처: Slate
출처: Slate
출처: Slate
출처: Slate
  • 화려한 스크린? 없습니다. 요즘 차들의 상징인 대형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라디오, 스피커? 기본 모델엔 없습니다. 대신 스마트폰 거치대와 USB 포트만 있죠. 'Bring Your Own Tech', 즉 당신의 스마트폰을 쓰라는 겁니다. 덕분에 비싼 부품값과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을 아낄 수 있죠
  • 자동? 아니요 수동의 미학. 창문은 손으로 돌리는 방식이고, 에어컨/히터 조작도 단순한 물리 다이얼 방식입니다. 부품 수를 극단적으로 줄여(기존 차 2,500개 vs 슬레이트 500개 목표) 생산 단가와 고장 가능성을 동시에 낮추겠다는 계산

이렇게 만들어진 '깡통' 트럭은 길이 4.4m 정도로 포드 매버릭보다도 작지만, 201마력 후륜 구동 모터로 제로백 약 8초, 최고 속도 145km/h 정도의 일상 주행에는 무리 없는 성능을 냅니다.

기본 배터리(52.7kWh)로 약 240km(150마일)를 갈 수 있고, 옵션으로 더 큰 배터리(84.3kWh)를 달면 약 386km(240마일)까지 주행 가능합니다. 적재 용량은 650kg 정도로 매버릭과 비슷하지만, 견인 능력은 450kg 정도로 매우 낮습니다.

가격을 위해 과감히 포기할 건 포기한 거죠.

돈은 액세서리로 번다

그럼 슬레이트는 대체 뭘로 돈을 벌 생각일까요? 바로 '액세서리'입니다. 기본 차량은 거의 이윤 없이 팔거나 심지어 손해를 보고 팔 수도 있지만, 1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액세서리를 팔아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죠. 마치 프린터는 싸게 팔고 잉크로 돈 버는 모델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크록스도 생각이 나는 모습이죠

출처: Slate
출처: Slate

액세서리 종류도 다양합니다. 외관을 꾸미는 비닐 랩이나 알로이 휠부터 시작해서, 더 큰 배터리 팩, 오디오 시스템, 심지어 전동 창문까지 '옵션'으로 제공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 액세서리 중 상당수를 소비자가 직접 설치(DIY)하도록 권장한다는 점입니다. (슬레이트 대학(Slate University)이라는 이름으로 설치 가이드까지 제공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가장 파격적인 것은 트럭을 5인승 SUV로 바꿔주는 '플랫팩 액세서리 키트'입니다.

출처: Slate
출처: Slate

롤케이지, 뒷좌석, 에어백, 외장 패널 등이 포함된 이 키트를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여 차의 형태를 바꿀 수 있다는 구상이죠. 물론 안전 규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이지만, 발상 자체는 신선하죠.

결국 슬레이트의 성공 여부는 이 액세서리 장사가 얼마나 잘 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기본 차량이 가격 경쟁력만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그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어 다양한 액세서리를 구매하도록 만들어야 하죠. 실패하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당히 리스크가 큰 모델입니다.

베조스는 왜?

이런 독특하고 위험해 보이는 스타트업에 제프 베조스는 왜 투자했을까요?

베조스는 이미 리비안 투자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었죠. 슬레이트의 '초저가 시장 파괴' 전략은 아마존이 기존 산업을 뒤흔들었던 방식과 유사한 측면이 있죠. 또한, 극도로 단순화된 생산 공정은 운영 효율성을 중시하는 베조스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슬레이트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외면(혹은 하지 못)했던 '저가 실용주의' 시장이라는 빈틈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Photo by Nico Baum on Unsplash
Photo by Nico Baum on Unsplash

베조스의 투자는 단순한 자금 지원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아마존의 'Working Backwards'(고객 중심 상품 개발 방법론)를 슬레이트가 도입했다는 점, 그리고 전직 아마존 임원들이 회사 주변에 포진해 있다는 점은 베조스의 영향력이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기업 문화와 운영 방식에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의 이름값 자체만으로도 후속 투자 유치나 SK온 같은 중요한 파트너십 확보, 인재 영입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은 두말할 나위 없고요)

베조스 외에도 제너럴 캐피탈(General Catalyst)과 구겐하임 파트너스 CEO이자 LA 다저스 구단주인 마크 월터(Mark Walter)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아직 제대로된 매출도 없는 회사에 이런 투자금이 들어올 수 있는건 결국 팀의 경쟁력이겠죠.

슬레이트의 리더십 구성도 흥미롭습니다.

  • CEO인 크리스 바먼(Chris Barman)은 크라이슬러(FCA)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며 주요 차량 개발 프로그램을 이끈 엔지니어
  • 디자인 총괄인 티샤 존슨(Tisha Johnson)은 볼보, 월풀, 허먼 밀러 등 자동차와 가전, 가구를 넘나드는 다양한 디자인 경험을 가졌죠
  • 여기에 할리데이비슨과 리비안 출신의 임원(회장 Rodney Copes, CFO Ryan Green)들이 합류하여 전통 자동차 산업의 노하우와 스타트업의 경험, 그리고 외부 산업의 디자인적 시각을 결합한 독특한 팀을 구성했습니다
  • 슬레이트의 전략, 즉 자동차 산업의 기본을 지키면서도 기존의 틀을 깨는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합니다

테슬라도, 리비안도 아닌 '제3의 길'

그럼 슬레이트는 Next 테슬라일까요? 아니면 Next 리비안일까요? 둘 다 아닐 수 있겠습니다. 슬레이트는 테슬라나 리비안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갑니다.

  • 테슬라 vs 슬레이트
    • 테슬라는 기술 리더십, 소프트웨어 생태계, 고성능을 추구하며 시장을 위에서부터 공략했었는데요, 슬레이트는 정반대입니다. 기술보다는 극단적인 가성비와 단순함, 그리고 커스터마이징으로 승부하며 시장의 가장 아랫부분을 노립니다. 테슬라가 내놓겠다고 약속만 하고 아직 만들지 못한 '2만 5천 달러짜리 저가 모델' 시장을 먼저 선점하겠다는 거죠.
  • 리비안 vs 슬레이트
    • 리비안은 고가의 프리미엄 '어드벤처' 차량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슬레이트는 이와 정반대로,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한 '실용주의'를 내세웁니다. 타겟 고객도, 가격대도, 브랜드 이미지도 전혀 겹치지 않죠

결국 슬레이트는 과거 폭스바겐 비틀이나 포드 모델 T처럼, '모두를 위한 저렴하고 실용적인 전기차'라는 (원래 테슬라의 목표였던) 컨셉을 들고 나왔습니다. 여기에 액세서리 판매 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했죠.

출처: Slate
출처: Slate

분명 기존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잠재력을 가진, 매우 흥미로운 시도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앞날은 아직은 안갯속입니다. '2만 달러짜리 전기 픽업'이라는 컨셉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습니다.

가장 큰 것은 역시 '실행 리스크'입니다.

과연 2026년 말까지 차를 제대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수많은 스타트업이 '양산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리비안조차 상장은 했어도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도전받는 상황이죠

또한, 시장이 과연 이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을 받아들일지도 미지수입니다. 아무리 싸다고 해도, 요즘 소비자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편의사양마저 외면한 선택이 통할까요? 액세서리 판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 가능성과 DIY SUV 키트의 안전 및 규제 문제도 큰 불안 요소입니다.

슬레이트는 테슬라도, 리비안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도박을 하고 있습니다.

성공한다면 저가 전기차 시장을 개척하며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겠지만, 실패한다면 '자동차 산업에 도전했던 또 하나의 스타트업'으로 기억될 뿐이겠죠.

이들의 야심 찬 도전이 과연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앞으로 2년이 정말 중요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빌 애크먼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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