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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PR은 진퇴양난?

2025.11.28 | 조회 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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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현대 금융 역사상 엔비디아(Nvidia)처럼 빠르고 강력하게 시총 최상단에 도달한 기업은 없었습니다. 단순한 그래픽 카드 제조사에서 데이터센터의 절대 군주로 변신하면서 인터넷이나 증기기관에 비견되는 AI 혁명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주가가 하늘을 찌를수록 엔비디아는 지금 여론의 늪에 깊이 빠져들고 있습니다. 작가로 변신한 빅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로 부터 “닷컴 버블 당시의 시스코(Cisco)와 똑같다”는 비아냥부터, 심지어 “회계 부정을 저지른 엔론(Enron)의 냄새가 난다”는 과격한 음모론까지 등장했습니다.

PR적으로 지금 엔비디아는 외통수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노이즈를 무시하자니 거품론이 기정사실화되고, 대응하자니 “1등 기업이 왜 루머에 발끈하냐”며 불안감을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빅 쇼트(Big Short)

몇주에 걸쳐서 이제는 다 공론화된 이야기죠. 이 논란의 불씨를 당긴 건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빅 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입니다. 버리의 주장은 단순한 고평가 논란이 아닙니다. “지금의 AI 인프라 투자는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시스코(Cisco)의 데자뷰”라는 것이죠.

2000년 당시에 시스코는 인터넷이라는 혁명의 엔비디아였습니다. 시스코의 장비는 가짜가 아니었고, 인터넷 혁명도 진짜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과잉 공급이었죠. 통신사들이 비현실적인 수요 예측에 기반해 광케이블과 라우터를 미친 듯이 깔았고, 결국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자 시스코의 주가는 80% 폭락했습니다.

버리는 지금의 빅테크(Hyperscalers)들이 엔비디아 GPU를 사재기하는 행태가 그때와 똑같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칩은 진짜지만, 그 칩으로 돈을 벌어들일 애플리케이션의 수익모델이 인프라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버리는 엔비디아의 ‘자사주 매입’에도 딴지를 걸었는데요. “경영진이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회삿돈으로 주가를 방어한다”는 식의 비난이었죠. 사실 이 부분은 버리의 실수같아 보입니다. 직원들에게 주식을 줄 때 발생하는 세금을 회사가 대납하고 주식을 거둬들이는 RSU 순정산 과정을 자사주 매입으로 착각한 겁니다.

첨부 이미지

다만 이 전체적인 과정에서의 문제는 엔비디아의 대응이었습니다. 회사에 전혀 문제가 없다면 무시해도 될 트위터 루머에 대해 엔비디아는 이례적으로 7페이지짜리 반박 문건을 만들어 애널리스트들에게 돌렸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치명적인 PR 실수였습니다. 엔비디아가 고작 트위터 찌라시에 과민반응한다는 것 자체가 내부적으로 주가 방어에 대한 불안감이 얼마나 큰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감가상각

그리고 버리의 주장에서 훨씬 더 구조적이고 엔비디아 PR 팀을 미치게 만드는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최대 고객들인 빅테크(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와의 관계에서 오는 딜레마입니다.

최근 빅테크들은 약속이나 한 듯 서버의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기존 4년에서 6년으로 늘렸습니다. 메타(Meta)의 경우, 서버 수명을 늘리는 것만으로 2025년에만 약 29억 달러의 감가상각비를 아끼게 됩니다. 현금은 1원도 안 들어왔는데 장부상 영업이익은 29억달러가 늘어나는 회계의 마법을 부린 겁니다.

여기서 엔비디아는 외통수에 걸립니다.

엔비디아의 엔지니어링 현실은 냉혹합니다. 최신 H100 GPU는 700W의 전력을 소모하며 24시간 풀가동됩니다. 이런 가혹한 환경에서는 ‘전자 이동’ 현상 때문에 칩이 3~4년이면 물리적으로 망가지거나 성능이 급격히 저하된다고 추정되기도 하죠. 게다가 엔비디아는 1년마다 성능이 4배씩 좋은 신제품을 내놓고 있죠.

만약 엔비디아가 자신의 기술력을 자랑하려 한다면? "우리 신제품 주기는 매우 빠르고, 구형 칩은 3년이면 도태됩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순간, "6년 동안 쓸 수 있다"고 장부에 적어놓은 최대 고객사(빅테크)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꼴이 됩니다.

반대로 고객을 보호하려 한다면? 빅테크의 6년 사용 주장에 동조하거나 침묵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시장은 "엔비디아가 고객사들의 회계 거품 만들기에 공범으로 가담하고 있다"고 의심할겁니다. 기술 혁신을 마냥 자랑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구형 칩이 영원불멸한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갇힌 겁니다.

순환출자?

가장 자극적이고 엔비디아를 괴롭히는 의혹은 이른바 ‘순환 출자(Circular Revenue)’ 논란입니다. 코어위브(CoreWeave) 같은 네오 클라우드 기업들이 그 중심에 있죠.

얼마전에 한번 다루기도 했습니다만, 현재 엔비디아를 필두로한 투자 구조는 마치 2000년 닷컴 버블 당시의 ‘벤더 파이낸싱’을 연상케 합니다. 엔비디아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그 스타트업은 엔비디아 칩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아, 다시 엔비디아 칩을 사는 구조입니다. 비판론자들은 이를 두고 “엔비디아가 현재 포지션을 통해 매출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폰지성 구조”라고 비판하죠.

엔비디아가 이 의혹을 해명하려면 아주 복잡한 금융 구조를 설명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분 투자만 했고, 대출 보증은 블랙스톤이 섰고, 담보 가치는 시장이 결정하고..."라며 구구절절 설명을 헤야하겠죠.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재밌어서, 한번 의심이 싹트기 시작하면 설명이 자세할수록 대중은 더욱 의심합니다. 뭐가 이렇게 복잡한지, 과거 엔론(Enron)도 구조가 복잡해서 아무도 몰랐던거 아닌지, 이야기하는거죠.

그렇다고 반대로 침묵하면? 순환출자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핵폭탄입니다. 침묵은 곧 긍정으로 해석되죠. 아무리 합법성을 강조해도 “자기 돈으로 매출을 만드는 것 같은 모양새”라는 직관적인 의심을 해소할 방법이 없습니다.

엔비디아는 억울하겠지만 닷컴버블 순환출자라는 딱지가 붙은 순간부터 모든 해명은 변명으로 들리는 저주에 걸린 겁니다.

결국 숫자

엔비디아의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면 너무 완벽한 성공이 만든 역설입니다.

주가가 단기간에 10배 오르고 영업이익률이 70%가 넘는 비현실적인 숫자가 찍히는 순간, 시장은 본능적으로 "이건 사기거나 거품이 아닐까"라고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특정 순간부터는 의심은 논리가 아니라 본능의 영역이기에, 7페이지짜리 해명 자료나 CEO의 인터뷰로는 결코 잠재울 수 없습니다. (의혹이 틀렸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시장의 분위기를 이야기하는거죠)

사실 엔비디아가 이 진퇴양난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딱 하나뿐입니다. PR팀의 화려한 트위터가 아니라, 재무제표의 진짜 현금으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고객들이 빚을 내서 칩을 사는 게 아니라 AI 서비스로 돈을 벌어서 칩을 사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까지, 그리고 그 칩들이 3년이 지나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 당분간 엔비디아는 어떤 해명을 해도 의혹을 사는 위치에 있어야 할 것같아 보입니다.

실적발표는 3개월마다 찾아오고, 이 불안정한 상황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오래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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