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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All in Podcast에서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가 발언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IPO 하지 않을 겁니다. 테슬라와 역합병(Reverse Merger)을 통해 하나로 합쳐질 것이고, 일론 머스크는 이를 통해 두 거대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공고히 할 것입니다."
이 발언은 단순한 금융 공학적 상상력을 넘어, 일론 머스크 제국의 미래 권력 구조를 건드리는 아주 예민한 주제인 셈입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합쳐진다면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넘보는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강력한 테크 복합체가 탄생하겠지만, 그 앞에는 미 국방부의 국가 안보 규제와 델라웨어 법원의 주주 소송이라는 지뢰밭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과연 차마스의 시나리오는 현실 가능한 미래일까요, 아니면 그저 팟캐스트 조회수를 위한 어그로에 불과할까요?

차마스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스페이스X가 굳이 복잡한 IPO 절차를 밟는 대신, 이미 상장된 테슬라와 합병함으로써 일론 머스크가 두 회사의 지배력을 동시에 강화할 것이라는 겁니다.
현재 머스크는 테슬라 지분의 약 13%(약 1,800억 달러 가치)만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방어에 늘 취약한 상태죠. 머스크가 과거 "테슬라 의결권의 25%를 갖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던 것도 이 불안감 때문입니다. 반면, 비상장 기업인 스페이스X에서는 약 42~54%의 지분을 보유하며 차등 의결권 주식을 통해 절대적인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만약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머스크의 통합 지분율은 단숨에 30~40%대로 올라가게 됩니다. 굳이 스톡옵션 소송으로 법원과 싸우지 않아도, 합병이라는 금융 이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머스크가 원하던 권력을 손에 넣게 되는 셈입니다. (2018년 마이클 델이 델(Dell)을 재상장시키기 위해 자회사였던 VM웨어(VMware)와 복잡한 역합병을 감행했던 사례를 떠올리게 하죠)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 그리고 지구 밖을 아우르는 단 하나의 회사"라는 명분은 주주들을 설득하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인 겁니다.

현실의 벽
하지만 차마스의 시나리오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스페이스X가 너무 커버렸다는 점이죠. 2025년 12월 기준, 스페이스X의 장외 밸류에이션은 8,000억 달러를 찍었습니다. 불과 5개월 전인 7월의 4,000억 달러에서 정확히 두 배가 뛴 수치죠. 오픈AI의 5,000억 달러를 가볍게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비공개 기업이 된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테슬라(시가총액 약 1.5조 달러)가 스페이스X를 인수하는 그림이 아니라, 사실상 대등 합병에 가까운 구조가 되어버립니다. 테슬라 주주 입장에서는 스페이스X 주주들에게 줘야 할 신주가 너무 많아지니, 막대한 지분 희석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 셈입니다. 일단 스페이스X는 2026년 중반에 1조 5,000억 달러 밸류로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3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조달해야 화성 탐사와 우주 기반 AI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미 독자 생존을 넘어 독자 제국을 건설할 수 있는 체급이 된 스페이스X가 굳이 테슬라라는 껍데기 속으로 들어갈 이유가 약해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의 결합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현장에서 이미 사실상의 통합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론 머스크 본인도 2025년 11월 "내 회사들이 놀라울 정도로 융합되는 추세"라고 인정한 바 있죠.
두 회사의 결합이 만드는 시너지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미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에는 스페이스X의 스타십에 쓰이는 스테인리스 합금이 사용되고 있고, 배터리 기술과 인력 교류도 활발합니다. 특히 테슬라가 최근 특허를 낸 '위성 통신 가능 루프 패널'은 스타링크와 전기차의 직접 연결을 암시하고 있고, 아마 분명히 자율주행 로보택시의 핵심 인프라가 될겁니다.
하지만 규제 당국이 이를 허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단 스페이스X는 미 국방부와 22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있고, 스파이 위성을 쏘아 올리는 1급 기밀 기업입니다. 반면 테슬라는 중국에 기가팩토리를 두고 있고 중국인 주주 비중도 상당합니다. 미 정부가 스페이스X의 기밀 정보가 테슬라 주주들에게 노출되는 구조를 용납할 리 만무합니다.
거기에 머스크가 양쪽 회사의 대주주라는 점은 법적으로 자기 거래 이슈를 만듭니다. 과거 솔라시티 인수 때도 수년간 소송에 시달렸는데, 이번엔 규모가 다릅니다. 법원은 완전한 공정성이라는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고,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로부터 독립적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토네타(Tornetta) 판결에서 보듯, 법원은 이미 테슬라 이사회를 머스크의 거수기로 보고 있죠. 합병 발표 순간부터 주주 소송은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게 뻔한 셈입니다.
빌 애크먼 아이디어는?
완전 합병이 이토록 어렵다면, 머스크가 말한 "테슬라 장기 투자자들에게 스페이스X 투자 기회를 주겠다"는 약속은 공수표가 되는 걸까요? 여기서 퍼싱 스퀘어(Pershing Square)의 빌 애크먼이 제안한 SPARC(특수목적인수권리회사)가 등장합니다.
이 구조는 간단합니다. 합병하는 대신, 테슬라 주주들에게 '스페이스X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배당으로 나눠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테슬라 1주당 스페이스X 주식 2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식이죠. 이렇게 하면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법적으로 합치지 않아도 되고, 규제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테슬라 주주들에게 확실한 보상을 챙겨줄 수 있습니다. 퍼싱 스퀘어가 이 제안에 40억 달러를 태우겠다고 나서겠다고 했는데, 사실 현실성은 없어보이죠.

논리 VS 현실성
차마스의 역합병 시나리오는 재무적으로나 전략적으로 꽤나 매력적인 아이디어입니다. 머스크 제국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처럼 보이죠. 테슬라의 제조 능력, 스페이스X의 발사 능력, 스타링크의 통신망, 그리고 xAI의 인공지능이 하나로 묶인다면 그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2026년에 이게 바로 실행된다고 하면 글쎄요. 스페이스X는 당장 화성 탐사와 스타십 개발을 위해 수백억 달러의 현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이미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전통적인 IPO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져)습니다. 규제 리스크를 해소하고 복잡한 지분 관계를 정리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이죠.
여전히 유력한 시나리오는 스페이스X가 2026년에 독자 상장하고, 테슬라가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거나 SPARC 같은 우회로를 통해 연결고리를 만드는게 아닐까요? 완전 합병은 스페이스X가 상장사로서 검증받고, 머스크가 규제 당국과 새로운 합의점을 찾아낸 2020년대 후반에나 가능한 롱샷일 수도 있구요.
차마스의 주장이 내부 정보일지, 어그로일지, 일단은 어그로에 가까워보이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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