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2022년 10월) 예전에 어느 통신사의 인터넷 망이 마비가 되어서 몇 시간 동안 인터넷이 멈춘 경우가 있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전기가 갑자기 끊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었죠. 놀라운 것은 일개 메신저 앱이 불통이 되었다고 인터넷 망이나 전기가 끊기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메신저로 대표될 뿐 카카오의 거의 모든 서비스가 전방위적으로 멈춘 사고였죠.
그 어떤 기업에게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의 서버가 있는 데이터 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이런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이죠. 대놓고 말은 할 수 없지만 카카오는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싶을 겁니다.
중요한 점은 카카오가 시장 지배력을 가진 사업자라는 사실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독점 기업이라는 것이죠. 독점이란 말에 병적으로 거부감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제품과 서비스가 좋으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된 것이고 자연스럽게 독점 기업이 되었을 겁니다. (물론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경우도 많이 있죠) 그렇게 좋은 과정을 밟은 기업이라고 할 지라도 이번 사태가 말해주는 것은 역시 독점은 위험하다는 것이었습니다.
IT세상이 되고 플랫폼 기업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독점의 위험은 더욱 커졌습니다. 어느 순간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죠. ESG 경영이란 것입니다.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앞 글자를 딴 것이죠.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추구하는 기업 경영을 말하는 것이죠. 현재 ESG 경영을 표방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 남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착한 기업"이 되라는 명령입니다. 동네 구멍가게에게 ESG 경영을 하라는 것일까요? 당연히 애플, 구글과 같은 독점 기업들에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기업은 못되게 굴어도 돈만 벌면 용서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고용해주었으니까요. 못된 기업의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독점기업들도 ESG 경영을 선언했습니다. 당연히 카카오도 ESG 경영을 선언했죠.
최근의 카카오는 자회사들의 IPO(증권 시장에 상장하는 것)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과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ESG 경영의 "G" 지배구조의 투명성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죠. 그리고 연달아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S"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왜 모든 서버를 한 데이터 센터에 몰아넣었을까요? 관리 비용의 절감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많은 돈을 벌고 있으면서도 사용자보다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보일까요? 물론 카카오도 할 말이 많을 겁니다. 자본주의에서 주식회사란 주주를 위한 경영이 최선입니다. 지금까지 돈을 많이 벌었다고 앞으로 돈을 조금만 벌겠다고 하는 것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죠. (비판받고 있는 IPO는 어떻게 설명해야 되나?) 이런 문제들은 비단 카카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모든 기업에게 해당되는 것이죠.
정부는 이번 사태로 또다시 규제의 칼날을 빼들겠다고 소리칩니다. 문제는 이미 독점적 지위에 도달한 기업들에게 규제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영향은 오롯이 시작하려는 기업, 스타트업에게 충격으로 가해집니다. 자본주의의 잘못을 견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의 원리입니다. 나쁜 기업은 망하게 되고 새로운 좋은 기업이 나타나 그 자리를 차지하죠. 카카오가 잘못했다면 그 잘못을 고친 새로운 스타트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해야 합니다. 오히려 정부는 새로운 스타트업이 시장에 들어와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나쁜 기업들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죠.
그동안 산업 발전이 급선무였던 시대의 기업은 돈만 추구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최고의 선이었죠. 정부도 돈만 벌어오면 기업에게 다른 것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의식의 깊은 뿌리인 무의식에는 ESG경영이란 개념이 없습니다. 의식은 무의식에 지배를 받습니다. ESG경영을 진심으로 외치고 있다는 경영자도 자신의 무의식을 속일 수 없습니다. 특히 사회 지배적 위치의 기업일 경우 끊임없이, 그리고 눈물겨운 노력을 통해 ESG경영을 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독점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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