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제조업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낡은 설비, 변화를 두려워하는 기업 문화. 한국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죠. '우리의 10년 미래가 일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그런데 일본 아이치현 니시오시에 있는 아사히철공(Asahi Tekko)은 다릅니다. 이 회사는 IoT와 생성형 AI를 제조 현장에 접목해 수익 10억 엔, 생산성 30% 향상, 전기세만 연간 2억 엔 절감이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기무라 테츠야 사장과 이누즈카 부장의 인터뷰를 통해 그 비밀을 파헤쳐봤습니다.
도요타 납품 중소기업이 AI 기업으로 변신하다
"우리 회사는 자동차 부품을 만듭니다. 서스펜션, 엔진, 트랜스미션, 차체 부품을 주로 도요타 계열에 납품하죠. 니시오 공장에서는 알루미늄 다이캐스트부터 기계 가공, 조립, 열처리까지 다양한 공법을 다룹니다."

"2015~2016년부터 IoT를 활용한 생산성 향상 작업을 시작했어요.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수익 효과 10억 엔, 생산성 30% 향상, 전력 비용 43% 절감. 전기세만 연간 2억 엔을 아꼈죠. 이제 이 노하우는 현장 직원들이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습니다."
숫자가 구체적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현장 직원들이 완벽하게 숙지'라는 대목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현장에서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니까요.
120개 라인을 관리하는 'AI 제조부장'의 탄생
이누즈카 부장은 니시오 기계 공장의 기계 제조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가 관리하는 라인은 무려 120개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설비 같은데, 어떻게 데이터를 수집하시나요?"
"시그널 타워, 그러니까 경광등에 광센서를 부착했어요. 이상이 생기면 데이터가 'iXacs'라는 우리 IoT 시스템에 자동으로 기록됩니다. 라인에 빨간불이 켜지면 작업자가 태블릿으로 현재 상태를 입력하고 관리자를 호출하죠. 병원의 너스 콜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시스템은 단순합니다. 문제 발생 → 광센서 감지 → 작업자확인 →관리자 호출.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호출을 받으면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저는 스마트 워치로 알림을 받아요. 현장에 가서 조치를 취하고, 그 내용과 시간이 모두 데이터로 쌓입니다. 공장이 아무리 넓어도 어디서든 대응할 수 있죠."
여기까지는 IoT 시스템의 기본입니다. 진짜 혁신은 그다음에 나타났습니다.
화면에는 전날 발생한 문제들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이건 생성형 AI가 분석한 겁니다. 전날 발생한 변화점들을 보고, 다음날 아침 '현장에서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조언해 줘요. ChatGPT 기반으로 전용 'My GPT'를 구축했죠. 제 지식과 현장 노하우를 학습 시켰습니다."
"그러니까 부장님의 노하우를 AI에 이식했다는 뜻인가요?"
"맞습니다. 기업 비밀이라 자세히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AI가 제 관점, 그러니까 감과 요령을 배워서 베테랑 관리자처럼 조언해 줍니다. 120개 라인을 제가 직접 다 보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AI 제조부장'이 제 관점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니 효율적입니다."
120개 라인을 혼자 관리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판단 기준을 AI에 학습시키면 가능해집니다. AI가 부장의 눈으로 데이터를 먼저 걸러내고, 정말 중요한 것만 사람이 판단하는 구조입니다.
'개선의 지능화': 동영상으로 낭비를 찾아내는 AI
기무라 사장은 또 다른 AI 활용 사례를 꺼냈습니다.
우리는 '개선의 지능화'를 추진하고 있어요. 최근에 'Trice'라는 동영상 분석 AI를 도입했습니다. 작업 영상을 업로드하면 AI가 낭비 요소를 찾아내요. '동선이 짧은 게 좋다', '양손을 동시에 사용하는 게 좋다' 같은 구체적인 개선 조언을 해줍니다."
제조 현장의 개선은 전통적으로 베테랑의 영역이었습니다. 수십 년 경험으로 축적된 감각으로 낭비를 찾아내는 것. 그런데 이제는 AI가 작업 영상만 보고도 개선점을 찾아냅니다. 경험이 부족한 신입 관리자도 AI의 도움으로 베테랑처럼 현장을 개선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완벽을 버려야 AI를 쓸 수 있다
"AI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기술 외에 어떤 요소가 중요했나요?"
기무라 사장의 답은 의외였습니다.
"첫 번째는 완벽주의를 버리는 겁니다. 저는 이걸 '60점주의'라고 불러요. 생성형 AI는 처음에 60점이나 70점 정도밖에 못 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반드시 100점이 필요한 건 아니거든요. 60,70점이라도 AI와 몇 번 주고받으면서 80점, 90점으로 만들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초기 60,70점을 얻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겁니다."
제조업은 완벽을 추구합니다. 불량률 0.1%도 용납하지 않는 문화. 그런데 이 완벽주의가 AI 도입의 장애물이 됩니다.

"일단 써보고 '이건 못 쓰겠네'라고 생각해도, 생성형 AI는 계속 진화해요. 지난달엔 안 됐어도 이번 달엔 될 수 있습니다. 불충분하더라도 사용하는 요령을 지금부터 쌓아두는 게 경쟁력이 돼요."
"특히 제조업은 처음부터 100점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조금만 할루시네이션(오류)이 생겨도 '못 쓰겠네' 하고 포기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60~70점을 먼저 받는 걸 용도로 생각하고, 그 위에서 키워가는 게 중요합니다."
일단 써보고, 안 되면 어떻게 하면 좋아질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완벽한 답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답을 빠르게 받고 개선하는 것.
AI 활용 꿀팁
"현재 구글의 Gemini나 OpenAI의 GPT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추천하시는 AI가 있나요?"
"Gemini와 ChatGPT를 둘 다 쓰고 있습니다만, 참조해야 할 파일이나 지식을 입력하기 쉽다는 점에서 ChatGPT가 편리하다고 생각해요."
기술적 성능보다 실용성을 본 겁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현장에서 쓰기 불편하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정보를 입력할 때 요령이 있나요? 무작정 읽히면 되는 건 아닐 것 같은데요."

"저는 'AI 기무라' 같은 걸 만들어서 쓰고 있어요. 제 경영 철학, 지금까지 쓴 저서, 최근 회사 활동 등을 입력해 둡니다. 중요한 건, AI가 똑똑하니까 대충 데이터를 던져주면 알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이 AI에 데이터를 마구 넣으면 알아서 이해할 거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기무라 사장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인간이 알기 쉬운 형태로 지식을 정리해서 입력해야 AI도 정확하게 인식해요. 제 의도가 명확히 전해지도록 지식을 구조화해서 넣는 게 좋습니다."
"사장님은 평소에도 자신의 가치관이나 생각을 적극적으로 글이나 자료로 만드셨나요?"
"네, 학생 때부터 적은 공부로 최대의 아웃풋을 내려고 했어요. 평소에 생각을 언어화하고 자료로 만들어두면, 그걸 AI에 입력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관리자분들이 부하 직원에게 업무를 가르칠 때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아웃풋을 준비해두면, AI 활용에서도 큰 이점이 있어요."
AI를 잘 쓰려면 평소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머릿속에만 있는 노하우는 AI에 전달할 수 없으니까요.
"두 번째 포인트는 '상사력'이 중요하다는 건데, 이게 무슨 뜻인가요?"
"상사력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는 '질문을 하는 능력'이에요. 생성형 AI는 매우 우수한 부하지만, 우리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해줍니다. 멍하니 지시하면 멍한 대답밖에 안 나와요. 정확한 지시나 질문을 던져서 60점짜리 대답을 100점에 가깝게 이끌어가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AI를 직원처럼 대하라는 겁니다. 좋은 상사는 부하에게 명확한 지시를 내립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둘째는 '나온 답변에 대해 책임을 지는 태도'예요. 회의에서 'AI가 이렇게 말했으니 이렇습니다'라고 하면 통할 리가 없죠. AI가 내놓은 답을 자신이 해석하고 내용을 확인해서, 내 발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AI에 책임을 떠넘기는 순간, 신뢰는 무너집니다. 결국 AI의 결과물을 검증하고 책임지는 건 사람의 몫입니다.

"질문을 하는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일단 써보는 겁니다. 원하는 답이 안 나오면 '어떻게 물어봐야 하니?', '어떤 지식이 부족하니?'라고 AI에게 되물어보면서 소통을 쌓아가야 해요."
"AI의 결과물에 인간이 책임을 진다는 문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맞습니다. AI가 내놓은 답이 올바른지 판단하려면 결국 인간이 공부하고 지식을 쌓아둬야 합니다. AI는 그 아웃풋 속도를 극단적으로 빠르게 해 줄 뿐이에요."
"앞으로 제조업에서 AI 활용이 확산되면 어떤 미래가 올까요?"
"사내 노하우나 암묵적인 지식을 언어화하여 AI가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지식 경영'에 주력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이 가진 지식을 곳곳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생산성이 크게 오를 겁니다. 최근에는 작업자의 동영상을 AI가 보고 문제점을 지적해 주는 기술도 거의 실용화하고 있습니다."
제조 현장의 노하우는 대부분 베테랑의 머릿속에만 있습니다. 이걸 언어화하고, AI에 학습시키면 전체 조직이 베테랑의 지식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아사히철공은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업까지 만들어냈습니다.
아사히철공은 자사에서 개발한 IT, IoT, AI 솔루션과 노하우를 다른 기업에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제조업체에서 DX 기업으로 변신한 겁니다. 자신들이 겪은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곧 상품이 된 것입니다.
에디터의 생각
아사히철공의 사례에서 배울 점은 명확합니다.
첫째, 60점을 받아들이는 용기. 완벽주의가 AI 도입의 가장 큰 적입니다. 제조업은 0.1% 불량률도 용납 안 하는 문화죠. 그래서 AI가 조금만 틀려도 "못 쓰겠네"하고 포기합니다. 하지만 기무라 사장은 달랐어요. 60점짜리 답을 3분 만에 받고, 그걸 10분 안에 80점으로 키우는 게 100점 답을 3시간 기다리는 것보다 낫다고 봤습니다. 지난달 안 되던 게 이번 달 되는 게 AI예요. 불완전함을 견디는 회사가 먼저 배웁니다.
둘째, 노하우를 언어화하는 습관. 베테랑의 감각은 대부분 머릿속에만 있습니다. "이 소리가 나면 뭔가 이상해" 같은 암묵지죠. 이누즈카 부장은 자신의 판단 기준을 My GPT에 학습시켰어요. 120개 라인을 혼자 보는 게 가능해진 이유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평소에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사람만이 AI에 제대로 입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무라 사장이 학생 때부터 '적은 공부로 최대 아웃풋'을 추구했다는 대목을 주목하세요. AI 시대의 경쟁력은 자신의 노하우를 구조화하는 능력입니다.
셋째, AI를 우수한 부하로 대하는 상사력. "AI가 이렇게 말했으니까요"라고 말하는 순간, 당신은 책임을 회피하는 겁니다. 기무라 사장은 명확했어요. AI가 내놓은 답을 검증하고 책임지는 건 사람의 몫이라고요. 그러려면 인간이 더 공부해야 합니다. AI는 속도만 높여줄 뿐, 판단은 결국 사람이 합니다. 멍하니 지시하면 멍한 답만 나와요. 질문을 정교하게 다듬고, 답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능력. 이게 상사력입니다.
저도 AI가 일자리를 뺏을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막상 써보니 실수도 많고, 원하는 대로 안 될 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안 되던 게 이번 달 되더라고요.
여기서 깨달은 건, AI가 잘되냐 안 되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신의 일을 명확히 구조화하고 정리하는 사람, 즉 일잘러가 AI를 만나면 또 다른 차원의 일잘러가 됩니다. 아사히철공은 AI를 목적으로 보지 않았어요. 자신들의 노하우를 확장하는 도구로 봤습니다.
결국 AI 시대의 승자는 'AI한테 알아서 잘 해줘'가 아니라, 자신의 노하우를 치열하게 언어화하고 AI와 싸우면서 손발을 맞춰가는 사람입니다.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기술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대체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 이겠지요.
(본 콘텐츠는 유튜브 메비우스에서 다루어진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저의 개인적인 실무 경험과 주관적인 인사이트를 더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유익한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각색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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