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펜을 든 펭귄이 전해주는 뉴스레터 📰
🐧FENguin🐧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한국 석유산업의 생존전략'입니다.
얼마전 있었던 쓰레기 봉투 대란 기억 나시나요?
호르무주 해협이 막히며 쓰레기 봉투부터 수액백, 전기차 배터리까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물건들 모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믿어온 ‘친환경’의 토대가 얼마나 역설적이게도 ‘석유’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목차
1. 중동전쟁이 불러온 3高 현상과 나프타 쇼크
2.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위기와 정부 대응책
3.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강점
4. ESG 경영의 역설 및 공급망 다변화
5. ESG의 역설을 넘는 현실적 에너지 믹스(Energy Security)
6. 뉴노멀 시대의 해법, '사회적 대타협'
💭 1. 중동전쟁이 불러온 3高 현상과 나프타 쇼크
미국은 필요할 경우 수개월간의 호르무즈 해협 해상봉쇄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중동전쟁은 장기전 양상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는 고물가, 고유가, 고환율이라는 '3高 현상'에 직면했는데요.
우리가 3高 현상을 겪는 대표적 원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NAPHTHA)라는 원료 때문입니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중간 유분으로 나프타를 섭씨 800도로 열분해하는 NCC 공정을 거치면 에틸렌 등의 플라스틱 핵심 원료가 생산됩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뿐만 아니라 생필품, 반도체, 의료 등 산업 전반의 핵심축을 담당하는 원료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달리 셰일가스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프타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높은 의존도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데요. 나프타는 연결 산업 기준 제조업 생산의 약 6~8%를 차지하고, 한국 석유화학 원료의 70~80% 이상이 나프타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높은 나프타 의존도는 석유화학 집적지역의 경제충격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국내 석유화학 기업은 공급 불가항력 선언을 확대했고, 여수·서산·울산 등 주요 석유화학 산업단지의 지역경제와 고용 전반에도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여수시에 위치한 여수국가산단은 LG화학, 여천NCC, GS칼텍스 등 국내 굴지의 석유화학과 정유사들이 모여 있는 최대 규모 산업단지입니다. 그러나 산업 여건 악화로 여수산단의 가동률과 생산 실적은 감소 추세에 있는데요.
충남 서산시와 울산시도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대산단지 입주 기업들의 잇단 감산과 설비 통합 추진으로 지역경제 위축이 본격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 2.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위기와 정부 대응책
이렇게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위기를 불러오는 원인에는 나프타의 구조적 취약성에 있습니다.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세 가지 문제에 직면해있습니다.
첫째,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입니다. 2022년 기준 중국은 에틸렌 생산능력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르며 자급률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기존의 최대 수출 시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둘째, 석유제품 수요 둔화입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탈플라스틱 움직임과 탄소중립 규제를 강화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셋째, 가격 전가의 한계입니다. 나프타 가격이 상승하면 에틸렌 생산비용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생필품처럼 소비자 가격에 민감한 제품은 원가가 올랐다고 해서 가격을 쉽게 올리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가격을 올린다해도 수요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시름이 커져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나프타 쇼크를 잠재울 한국 정부의 대응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최근 유가 급등에 대응해 정부는 지난 3월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습니다. 다만, 정부가 전국 주유소의 소비자 판매가격을 직접 통제한 것은 아닌데요. 정유사의 공급가격, 즉 출고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동시에 카드 결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병행하는 등 가격 감시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둘러싼 정유사의 손실 보전 논쟁이 핵심 쟁점입니다. 정부는 정유사가 실제로 들인 원가와 최고가격제 공급가 사이의 차액을 손실로 보려하는 반면 정유사들은 국제 시세대로 팔 수 있었던 가격과 실제 판매가격의 차이도 손실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손실 계산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추정되는 손실액도 크게 달라지고(1000억 vs1조), 정유공정의 연산품 구조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또 다른 정부의 두 번째 조치는 '나프타 수출 제한'입니다. 한국은 원유를 수입하지만 정유 능력이 크기 때문에 원유를 정제해 나프타를 생산하고 일부는 수출해왔습니다. 그런데 중동산 나프타 공급이 불안해지자 정부는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리기 위해 나프타 수출을 제한했는데요. 이는 시장 자율성을 제한하는 조치이지만 비상 상황에서 국내 산업의 핵심 원료를 보호하기 위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3.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강점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는 나프타의 높은 해외 의존도라는 구조적 취약성에 있었지만 한국이 위기에 대응할 기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은 높은 정유 능력과 석유 비축기지라는 강점도 보유하고 있는데요.
한국의 석유 비축량은 세계 6위 수준이며, 1970년대 후반 석유파동 이후 비축 계획을 수립해왔습니다. 또한, 세계적으로 큰 정유·석유화학 클러스터를 보유하고 있고, 정유사들도 글로벌화되어 있어 협상과 계약을 논의하기에 유리한 고지에 있습니다. 삼면이 바다인 지리적 특성 역시 해상 운송 측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석유 비축기지의 경우 저장시설을 단순히 국내 비축용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산유국에 저장공간을 빌려주거나 석유·LNG 트레이딩에 활용한다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만, 비축기지는 어디까지나 시간을 벌어주는 장치일 뿐 나프타 중심 산업구조 자체를 바꾸지 못하는 한계는 존재합니다.

💭 4. ESG 경영의 역설 및 공급망 다변화
이 같은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 상황에서 ESG의 E(환경)와 S(사회) 측면에서 두 가지 모순이 존재하는데요. '친환경의 반친환경적 토대(E의 역설)'와 'E(환경)와 S(사회)의 충돌'입니다.
우선, E의 역설은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설비를 만드는 데 역설적으로 막대한 석유화학 소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석유가 끊기면 친환경 전환도 멈추는 아이러니인데요.
E(환경)와 S(사회)의 충돌은 앞서 석유화학 집적지역의 경제충격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탄소 중립을 위한 설비 폐쇄(E)가 여수·울산 등 석유화학 집적지역의 고용 절벽(S)으로 이어지며 지역 경제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음을 일컫습니다.
그렇다면 리스크가 상시화된 시대에 석유화학 산업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첫째로, 현실적인 리스크 관리(JIT → JIC)와 공급망 다변화입니다. 비용 절감을 위한 '적기 생산(Just-In-Time)' 방식을 버리고, 위기를 대비한 '재고 확보(Just-In-Case)'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리스크 보증'이라는 개념이 추가되며 공공기관의 역할이 확대돼야 합니다. 그 예로 KAMCO(자산관리공사)는 위기 기업의 자산을 사준 뒤 다시 빌려주는 '세일즈 앤 리스백(Sale & Leaseback)' 제도를 통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석유화학 기업들의 생존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또한,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적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은 시장 다각화를 진행해야 하는데요. 그 다각화 사례로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해외 공장을 짓는 것을 넘어, 중동 의존도가 높은 기존 공급망을 동남아시아로 확장하여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공급망 재설계' 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도네시아와 롯데 양측 모두 많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특히 롯데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현지 자급률을 높이는 공급망 재설계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5. ESG의 역설을 넘는 현실적 에너지 믹스(Energy Security)
두 번째 생존전략은 '현실적 에너지 믹스(Energy Security)'입니다.
재생 에너지만 고집하기보다 위기 상황에서 안정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CF100)과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RE100이 오로지 재생 에너지만 인정한다면, CF100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까지 포함하여 훨씬 현실적인 탄소중립 전략을 제공하는데요. 특히 원전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재생 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하며, 에너지 수입이 막히는 위기 상황에서 국가 시스템을 24시간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안보의 보루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아울러 탄소 포집 기술(CCUS)과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을 통해 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현재 삼성과 SK 등 우리 기업들이 해외 탄소 저장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파격적인 세액 공제와 부처 간 통합 정책 같은 국가적 지원이 시급히 뒷받침되어야 하는데요. 우리가 가진 세계적인 원전 및 수소 기술에 이러한 신기술들을 더한다면, 외부에 의존하는 석유 대신 우리만의 기술 주권으로 진정한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6. 뉴노멀 시대의 해법, '사회적 대타협'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마지막 생존전략이자 결론은 '사회적 대타협'입니다.
단순히 개별 기업만의 노력이 아닌 국가적 시스템 개편이 필요한데요.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시장의 효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위기 충격을 최소화하는 '질서 있는 전환'에 있습니다.
정부는 보조금과 세제 혜택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유도하고 직무 재교육(Reskilling)을 통한 고용 안전망을 구축해 마련해 기업에는 숙련된 인재 확보의 기회를, 노동자에게는 산업 구조 변화 속 새로운 생존권을 보장하는 상생의 발판이 됩니다.
기업은 구조조정과 탄소 감축 기술 개발(R&D)에 집중해야 하며, 가계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정 부분의 그린 프리미엄(물가 상승)을 수용해야 합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후 위기는 이제 일시적 사건이 아닌 상시적인 변수이며, 기온이 1°C 오를 때마다 물가 상승 압력이 0.11%p씩 치솟는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는데요. 기업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정부의 금융 지원, 가계는 에너지 전환 비용인 그린 프리미엄을 일정 부분 수용하는 '사회적 대타협'만이 우리 산업이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저희가 준비한 이번 뉴스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
최근 글로벌 경제에 대해 알 수 있었던 뉴스레터였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1] 현대경제연구원, 『오일 쇼크 발 스크루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 2026.03.03
[2] KIET 산업 연구원,『석유화학산업 위기와 생존전략』, 2026.02.27
[3] 매일경제,『中 물량공세에 힘겨운 韓유화업계, 사업 변신 '몸부림'』, 2024.05.08
[4] 산업통상부,『정부, 석유제품 가격 안정에 총력』, 2026.03.13
[5] 조선일보,『[단독] 석유 최고가격제 한달 반… 정유사 "손실 3조 넘어"』, 2026.04.29
[6] IEA, 『The Future of Petrochemicals』, 2018.10.04
[7] 한경글로벌 마켓, 『JIT 시대 끝…이젠 '재고 비축 전쟁'』, 2026.04.02
[8]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준공… 동남아 시장 공략 본격화』, 2025.11.07
[9] 한국고용정보원, 『여수 석유화학 고용위기 진단과 대책』, 2025.09.30
[10] 산업통상자원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실무안, 2024.05.31
[11] 대한상공회의소, 『국내 탄소 포집·활용 ·저장(CCUS) 현황과 과제』, 2023.04.17
[12] 기후에너지환경부, 『폐플라스틱 열분해 활성화』, 2021.06.10
작성인 : 전민정, 김찬영, 박서영
편집자 : 오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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