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2. 지나간 시간마저 아름다운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당신과 떠나는 상상의 여행기 ⟪자정 무렵 여행하기⟫

2023.06.15 | 조회 2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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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10분 전, 침대맡에서 떠나는 게으른 여행 이야기. <자정무렵 여행하기>의 최픽션 입니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로 떠다는 자정무렵 여행하기. 오늘은 조금 더 깊은 여행을 해보기 위해 이 서점에 새겨진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나보려 합니다. 준비되셨으면 가볼까요?

당신이 여행하고 있는 이곳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1919년 11월 19일 문을 열었습니다. 서점이 열리자 하나 둘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는데요. 두 번째로 찾은 손님이 무려 앙드레 지드였다고 합니다. 첫 번째 손님은 기록에 없는 것을 보면 그렇게 유명한 이방인은 아니었던 모양이에요.

이렇게 앙드레 지드가 서점을 찾은 이후, 영국에서 파리로 이사를 온 시인 에즈라 파운드 부부가 서점을 찾아 회원으로 가입을 했어요. 파리 예술가들의 대모라 불리는 거트루드 스타인 역시 이곳을 지나칠 수 없었죠. 그리고 미국에서 건너온 셔우드 앤더슨과 헤밍웨이도 연달아 가입을 했습니다.

특히 헤밍웨이의 경우, 누가 정해줬는지는 모르지만… 스스로를 ‘최고의 고객’이라고 부르며 이곳의 단골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유명하지 않지만 당시 파리에서 새로운 예술의 바람을 일으키던 이들이 오가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명성도 자연스레 올라갔습니다. 이런 인기의 방점을 찍은 것은 역시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출간했다는 것, 그리고 <율리시스>의 한정판을 이곳에서만 살 수 있었다는 점이었죠.

이렇게 유명해지다보니 당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사의 관광객들이 탄 버스의 루트 중 하나가 바로 이 서점이었을 정도로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파리의 명소가 되어갔습니다.

하지만 좋았던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유럽에 불황이 닥치자 문화를 향한 소비가 자연히 줄어들었고, 파리를 찾았던 젊은 예술가들도 제 2의 파리를 찾아 거처를 옮기기 시작했어요. 자연히 수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30년대 중반이 되자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서점의 주인 실비아 비치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씁쓸한 결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2번 손님, 앙드레 지드가 나섰습니다.

“우리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앙드레 지드는 동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보기 시작했어요. 그중 첫 번째는 프랑스 정부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지원해달라는 탄원서를 올리는 것이었죠. 글 잘쓰는 앙드레 지드의 탄원서라니… 보기도 전에 승인 도장을 찍어줬을 것 같지만, 전쟁으로 힘든 상황이었던 프랑스 정부에서는 작은 서점을 도와줄 정도로 여유가 있진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죠.

이렇게되자 앙드레 지드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후원회를 열기로 결심합니다. 이에 진짜 후원회가 조직되었고 200명의 회원이 향후 2년간 매년 200프랑씩을 대여점 가입비로 내는 아이디어도 실행되었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앙드레 지드와 작가 회원들은 자신들의 유명세를 이용해보고자 했죠. 그래서 그들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작품 낭독회를 열기로 결정하고, 돌아가며 낭독회를 시작했습니다.

이 낭독회를 듣기 위해서는 서점의 회원이 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었는데요, 덕분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회원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어요. 잠시 이때 낭독회의 주인들을 살펴볼까요? 첫 낭독회는 앙드레 지드. 그는 자신의 희곡 <즈느비에브>를 직접 읽었고, 뒤이어 T.S. 엘리엇이 낭독회를 열었어요. 그리고 대중 낭독히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던 헤밍웨이도 여기서만은 예외를 두었습니다.


이렇게 다시 부활한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오는데요. 그건 바로 2차 대전 중, 나치의 장교가 이 서점을 찾으면서 시작됩니다. 평소 문학 애호가였던 이 장교는 서점 진열장에 있던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를 유심히 살펴보고는 그것을 사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비아 비치는 나치의 장교에게 사랑하는 조이스의 작품을 팔고 싶지 않아 거부를 했죠.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은 판매하는 책이 아닌 소장하는 유일본 입니다.”

그렇게 2주의 시간이 흘러 장교는 또 다시 서점을 찾습니다. 그리고는 꼭 그 책을 사가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죠. 하지만 책은 벌써 실비아 비치가 안전한 곳에 숨겨둔 후였습니다. 장교는 그런 실비아 비치의 모습에 크게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오늘 중으로 이 서점의 물건들은 모두 압류될 테니 그렇게 아시오.”

청천벽력 같은 소식. 실비아는 장교가 떠난 뒤, 건물 관리인의 협조를 받아서 비어 있는 아파트의 방에 책과 사진들을 모조리 옮겨 버립니다. 단 두 시간만에 말이죠. 그리고 실비아 비치는 페인트공에게 부탁해 가게 간판의 이름을 스스로 지워버리는데요. 이런 실비아 비치의 반항적 행동에 화가 난 나치 장교는 실비아를 체포해버렸고, 그녀는 6개월동안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제임스 조이스의 책을 팔기만 했으면 없었을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실비아 비치는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예술이 나치에 의해 더럽혀 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죠. 물론 그 댓가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폐점으로 이어졌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 하나. 그때 폐점이 된 서점을 우리는 어떻게 지금도 여행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볼까 합니다. 전쟁의 시간이 끝난 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사랑했던 회원들은 실비아 비치에게 다시금 서점을 열어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하지만 이미 쉰 여덟살이었던 실비아 비치는 너무 지친 상태였죠. 그래서 그녀는 회원들의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고 번역 정도의 활동을 이어 갑니다.


실비아 비치의 이야기가 그렇게 흐르고 있던 그때. 몇 십년 전, 실비아 비치가 그랬던 것처럼 조지 휘트먼이라는 인물이 미국에서 파리로 건너 옵니다. 그의 목적은 파리에 영어책 전문서점 ‘르 미스트랄’을 여는 것이었죠.

마치 자신의 과거를 보는 것 같은 조지 휘트먼과 ‘르 미스트랄’을 보며 실비아 비치는 이 서점의 단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지 휘트먼과 친분을 쌓아나갔죠. 그리고 얼마 뒤, 실비아 비치가 세상을 떠난 후, 조지 휘트먼은 <율리시스>초판본을 비롯한 실비아 비치의 장서를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셰익스피어 탄생 400주년인 1964년, 서점 이름을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로 바꾸며 실비아 비치의 뜻을 이어가기로 결심하죠.

이렇게해서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새롭게 태어나게 되는데요. 다시 태어난 서점은 과거 실비아 비치의 서점이 그랬듯, 그 시대 젊은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되어주었습니다. 리처드 라이트, 헨리 밀러, 앨런 긴즈버그, 윌리엄 버로스 같은 비트 세대의 작가들이 이곳을 특히 사랑했다고 하는데요. 지금도 이곳은 젊은 에술가들이 발자국을 남기고 있습니다.

오늘 당신이 그랬듯이 말이죠.

잠들기 10분 전, 침대맡에서 떠나는 게으른 여행 이야기. 지나간 시간마저 아름다운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을 향한 더 깊은 여행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자정무렵 여행하기> 최픽션이었고요. 우리는 다음 여행 때, 다시 만나요.

그때까지.

잘 지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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