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총 4위에서 파산 신청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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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코닥은 미국 필름 시장 90%, 카메라 시장 85%를 차지했습니다. 한때 가장 큰 카메라 업체임은 물론, 1995년 코닥의 기업가치는 133억 달러로 세계 시총 4위까지 올랐었죠.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디지털로의 변화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코닥은 필름 산업의 몰락과 함께 추락하며 2012년에는 파산 보호 신청을 하게 됩니다. 현재는 파산보호 상태를 벗어나긴 했지만, 옛날의 명성은 잃어버렸죠. 어떻게 해서 정상에 이르렀고, 또 어떻게 바닥까지 추락했는지 코닥의 역사를 살펴봅시다.

- 목차- 

Fig.1 불편함을 참지 않는 사람이 창업을 한다
Fig.2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코닥이 합니다
Fig.3 최초여도 고장이 잦으면 의미없다
Fig.4 스파이를 위한 코닥 카메라
Fig.5 코닥 최고의 히트작, 인스타매틱 시리즈
Fig.6 코닥이 버린 디지털 카메라
Fig.7 뒤늦은 디지털 따라잡기
Fig.8 파산, 그리고 그 이후

Fig.1 불편함을 참지 않는 사람이 창업을 한다

코닥의 창립자 조지 이스트먼George Eastman 은 1854년 뉴욕에서 중산층 자녀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14세부터 학업을 포기하고 돈을 벌어야만 했습니다. 보험회사의 서기로 주당 3달러의 임금을 받았지만, 그 돈으로는 갖고 생계를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매일 밤 독학으로 회계학을 공부해 은행에 취직할 수 있게 됩니다.

은행원이 된 이스트먼은 스무 살 무렵 카리브 제도의 도미니카공화국으로 휴가를 가게 됩니다. 휴가에서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기를 구매해 갔는데요. 당시 카메라는 크고 무거웠습니다. 무엇보다 사진 찍는 과정이 너무 복잡했는데요. 사진을 찍기 직전에 화학 재료를 섞어서 감광물질을 만들고 이를 은판이나 구리판에 발라 감광판을 만들어야 했고, 촬영한 후에는 곧바로 현상과 인화를 위한 화학 처리를 해야 했기 때문에 화학 약품과 도구, 그리고 암실이 갖추고 있어야 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찍은 사진을 '습판사진'이라고 하는데요. 휴가에서 이런 습판 사진을 찍기에는 너무 번거롭고 불편했던 거죠. 이스트먼은 이 일을 계기로 더 나은 카메라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데요. 그의 눈에 띈 것이 바로 건판 사진입니다.

Fig.2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코닥이 합니다

건판사진은 1871년에 등장합니다. 건판사진은 감광물질이 미리 발라진 감광판을 이용하고, 촬영 후 바로 현상과 인화를 하지 않아도 되어 습판사진에 비해 훨씬 간편했습니다. 이스트먼은 1879년 건판을 제작하는 자체 공정을 완성하고 특허를 얻어, 1881년 건판 제조회사를 설립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유리로 만들어진 건식 플레이트는 여전히 부피가 크고, 상대적으로 무거우며, 깨지기 쉬웠죠.

이러한 상황에서 1873년 코끼리 상아를 이용한 당구공을 대체하기 위해 셀룰로이드가 만들어집니다. 코닥은 1885년 셀룰로이드 필름을 개발해 롤 필름을 만듭니다.

1888년에는 회사명을 Kodak으로 바꾸고 롤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를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코닥이라는 회사명은 철저히 계획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스트먼은 알파벳 ‘K’가 강한 인상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K를 맨 앞과 맨 뒤에 놓고 다양한 글자를 조합했는데요. 그 중 잘못된 철자로 쓰이거나 다르게 발음될 염려가 없는 단어를 찾은 것이 지금의 KODAK인 거죠.

롤 필름을 사용하는 코닥 카메라는 100장짜리 롤 필름이 내장되어 있었고, 다 찍은 카메라를 10달러와 함께 코닥으로 보내면, 필름을 현상하고 새 필름을 넣어 다시 보내주었습니다.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합니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광고했죠.

코닥 카메라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일반 소비자가 사용하기에는 비쌌습니다. 당시 코닥 카메라 가격인 25달러는 현재 물가로 환산하면 약 500달러였죠. 코닥은 필름을 사용하는 소비자를 늘리기 위해 1900년 1달러 카메라 브라우니를 출시합니다. 브라우니 카메라는 출시하자마자 곧바로 큰 인기를 얻었고, 1986년에 단종되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대가 팔렸습니다.

Fig.3 최초여도 고장이 잦으면 의미없다

코닥은 사진 분야에서 다양한 최초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자동 노출 제어 시스템을 가진 카메라였습니다. 1930년대 대부분의 카메라는 본체에 전자식 노출계를 붙이기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노출계와 카메라 작동은 따로 되는 것으로, 노출계를 보고 사진가가 카메라를 직접 조정해야했죠. 반면, 1938년에 등장한 코닥의 슈퍼 식스-20 Super Six-20은 노출계가 카메라 렌즈 조리개 구경을 직접 제어했습니다.

하지만 슈퍼 식스-20은 크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제작이 쉽지 않고 고장도 잦았기 때문이었죠. 게다가 1938년 슈퍼 식스-20은 225달러로 당시 라이카보다 비쌌습니다. 슈퍼 식스-20은 고장으로 회사로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에서 '부메랑'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719대의 견본만 제작되었고 1944년 제작이 중단되었습니다.

Fig.4 스파이를 위한 코닥 카메라

1930년대 중반부터 제2차세계대전 기간 동안 카메라 제조업체들은 정부의 요청으로 스파이 카메라를 개발하곤 했는데요. 코닥 역시 1943년 미국 전략사무국(CIA의 전신)의 요청을 받아 첩보원들이 사용할 작은 카메라를 개발하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카메라가 성냥갑 크기의 카메라-X입니다. 카메라 X는 사용법도 쉬웠고, 성냥갑으로 위장하여 휴대할 수 있도록 포장했습니다. 

Fig.5 코닥 최고의 히트작, 인스타매틱 시리즈

코닥에서 가장 성공적인 카메라 제품군을 꼽자면 인스타매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매틱은 롤필름 대신 카트리지 형태의 필름을 넣는 카메라입니다. 이는 35mm 필름 카메라에서 일본과의 경쟁으로 인해 아마추어 사진가 시장으로 눈을 돌려 출시한 것이었는데요. 롤필름을 교체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사진가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죠. 기존 필름카메라보다 더 작고 사용하기 쉬운 인스타매틱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약7천만 대가 팔립니다.

Fig.6 코닥이 버린 디지털 카메라

1969년 빛을 전기적 신호로 전환하는 기능을 가진 반도체 소자인 CCD(Charge-Coupled Device)가 개발됩니다. 이 CCD를 활용해 1975년 코닥의 연구원 스티브 세손Steve Sasson 이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죠. 첫 디지털 카메라인 만큼 한계도 명확했는데요. 필름 카메라에 비해 너무 큰 무게와 크기, 떨어지는 화소 그리고 사진 한 장을 기록하는 데 23초 걸렸습니다. 게다가 카메라에 별도의 화면이 없어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TV에 연결해야 했습니다. 이런 눈 앞에 보이는 단점과 필름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기에 디지털 카메라를좋게 보기 힘들었던 코닥 임원진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포기하고 디지털카메라 연구 개발을 중단합니다.

코닥이 디지털카메라 개발에서 손을 떼면서 최초의 상업용 디지털카메라의 영광은 1981년 소니의 마비카Mavica 가 가져갑니다. 이 마비카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통해 유명해지게 되는데요. 마비카를 사용한 사진 기자들은 현상이 필요한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진 기자들에 비해 빠르게 신문사에 사진을 전달하면서 디지털카메라의 장점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된 것이었죠.

Fig.7 뒤늦은 디지털 따라잡기

마비카의 성공으로 디지털 카메라가 빠른 속도로 확산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디지털 카메라 개발을 덮었던 코닥도 다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합니다. 1987년 코닥은 일반 카메라에 부착해 필름 대신 디지털로 이미지를 저장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인 M1을 생산합니다. 1989년까지 주로 니콘의 SLR 카메라 F3에 결합해 군 또는 정부의 감시 목적의 카메라로 납품했죠. 이를 "카메라를 바꾸지 말고 새로운 디지털 시스템으로 전환하라"라는 슬로건 내걸고 일반 시장에도 출시한 것이 1991년에 출시된 모델 DCS100이었습니다.

DCS100은 1.3메가 픽셀 CCD(1024x1280)을 가지고 있었지만, 배터리와 이미지 저장 장치를 담을 가방을 휴대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가격은 3만 달러였죠. 결국 2002년 말까지 큰 이익을 내지 못하고 코닥의 전문가용 카메라 사업은 종료됩니다.

Fig.8 파산, 그리고 그 이후

코닥은 2002년부터 파산 이야기가 나오더니 결국 2012년 파산 보호 신청을하게됩니다. 이미지 관련 특허를 팔고, 많은 사업을 매각함으로써 1년 8개월 만에 파산보호 상태를 벗어나긴 했지만, 오늘날 코닥은 옛날의 명성을 잃은 지 오래이죠.

이후 코닥은 다시 다양한 시도를 하며 사업을 지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스마트폰 EKTRA를 출시하고, 2018년에는 암호화폐 코닥코인을 발표하기도 하고, 2020년에는 코로나 관련 제약 사업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현재 코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업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키오스크 'Kodak Moments' 사업으로 총매출의 43%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관공서나 은행에 스캐너를 판매하는 사업이 34%, 필름과 인화지 사업은 23% 정도이죠. 그리고 그 외 코닥의 브랜드를 빌려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브랜드 라이센싱 사업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의 코닥 어페럴이 있습니다. 코닥 어페럴은 데상트코리아에서 데상트 브랜드를 총괄하던 이준권 대표가 2019년 ‘하이라이트브랜즈’라는 회사를 설립하며 코닥 본사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와 론칭한 것이죠.

Reference.

Fig.1

*Since 2021.04
*격주에 한 번 발송하려고 노력합니다.
*<사소한 것들의 역사>, <최초의 브랜드>, <사소하지 않은 것들의 역사>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 https://www.fig1.kr/history

궁금한점이 있다면 | https://forms.gle/ZfXb6UWUkz4HNzAx7

<사소한 것들의 역사>의 내용은 모은 책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 |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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