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은 가볍게, 길은 더 멀리

김근주읽기 뉴스레터 10호(후편)_최종훈&이나경

2023.12.04 | 조회 5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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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읽기

'김근주읽기'는 신학자 김근주 목사의 저서를 함께 읽는 독서클럽으로, 책 이야기, 모임 안내,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뉴스레터로 전합니다.


2023년 4월 18일 2시, 광화문 찻집에서 봄이다프로젝트의 이나경 주간님을 처음 만났고, 얼마 후 파주 지혜의숲에서 이 주간님과 최종훈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 다정하고 세심하고 미소가 예쁜 두 분을 통해 '사귐'의 소중함을 배웠습니다. 후편 레터는 '여행' 그리고 '번역' 이야기입니다._발행인 주)


"꼭 가보고 싶었거든요"

일년에 한 차례 긴 여행을 떠나신다고요?

1998년, 인도로 한 달간 여행을 떠났습니다. 많은 걸 내려놓아야 했지만 '일단 떠나자'는 마음이었어요. 비워서 더 채워진 느낌이었습니다. 그후로 매년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떠난다'고 결심했어요. 우연히 시작된 계획 아닌 계획을 지금까지 실행하고 있습니다. 짧게는 2, 길게는 한 달간 집을 떠납니다

최종훈&이나경 부부,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시내 공원에서 꽃을 들고(이나경 제공) 
최종훈&이나경 부부,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시내 공원에서 꽃을 들고(이나경 제공) 

수도원 방문과 트래킹을 하셨다고요?

올 5월 말 한 달 가량 코카서스 3국에 속하는 조지아, 아르메니아, 그리고 튀르키예, 카자흐스탄 등지를 둘러봤습니다. 여행의 목적은 단순했는데요. '수도원 기행'과 '트레킹' 두 가지 였습니다. 조지아의 몇몇 수도원을 둘러보고 주타 트레킹(Juta Vallery Tracking)을 계획했습니다. 그리고 튀르키예의 '수멜라 수도원'을 일정에 포함시켰습니다. 꼭 가보고 싶었거든요.

조지아와 아르메니아, 튀르키예의 수도원에서 만난 사람들, 십자가와 신앙의 흔적들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믿음의 본질에 대해 곱씹어 보았습니다. 나는 왜 여기까지 와서 믿음과 신앙에 대해 묻고 그 이유를 찾고 있는가. 자연과 마주한 긴 구간을 걷은 일은 저희에게는 일종의 묵상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저희 여행이 숨가쁜 매일을 살아가는 분들께는 쉽게 누리지 못할 사치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마감에 쫓기고 문자와 씨름하고 사람에게 볶이는 저희 일상이 실은 엄청한 축복임을 여행지에서 깨닫곤 합니다. 가까이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먼 곳에 저희를 데려다 놓음으로써 알게 됩니다.


주타 트래킹 Juta Vallery Tracking_(사진 최종훈)
주타 트래킹 Juta Vallery Tracking_(사진 최종훈)

조지아 교회에서 기도하는 청춘들을 많이 보셨다고요?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한국교회는 젊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간다고 걱정이 많잖아요. 그런데 조지아의 교회(조지아 정교)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늘 조용히 기도하는 젊은 친구들의 뒷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답니다. 대부분 교회 가까운 곳의 직장인들인데 점심시간을 이용해 교회에서 기도하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갑니다. 

이곳의 젊은이들은 교회를 세상과 떨어진 곳이 아니라 일상의 거룩한 장소로, 언제든 친근하게 찾는 곳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교회가 기도하는 집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우치게 되는 참 아름다운 목격이었습니다. 

 

"유럽으로 여행 갈 때, 성경부터 읽어보세요!"

여행지에서도 책 홍보를 하셨다던데? 

작년 여행할 때 봄이다의 성경 한 권을 가는 곳마다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성경은 유럽의 교회를 잘 둘러보기 위해서도 유용한 가이드 북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제 페북에 여행을 빙자해 봄이다에 출간한 책을 홍보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 때의 소개했던 한 대목입니다.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있는 오래된 도시. 12-14세기에 지어진 고층 탑과 궁전, 교회가 참으로 볼만하다. 도시의 별명은 '아름다운 탑들의 도시'. 5월의 햇살이 너무 충분히 가득했다. 

대성당 안 프레스코 벽화 - 1392년 작품들. 1392년이면 조선 건국의 해. 그때 이탈리아에서 어느 화가는 이런 벽화를 그리고 있었군. 성경 속 주요 장면들이 성당 벽 전체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는데.... 성경 모르면 이런 그림 앞에서는 까막눈이 되고 말지. 그래서 유럽 갈 때는 가이드북 챙길 게 아니라, 성경부터 읽고 가시라고 만든 것이 바로 교양인의 성경^^ (2020.2.29 봄이다 페이스북 글 옮김)

뷔르츠부르그 전경_(봄이다 제공)
뷔르츠부르그 전경_(봄이다 제공)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 성당 벽화_(이나경 제공)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 성당 벽화_(이나경 제공)

올해는 여행하며 최종원 교수님의 <수도회 길을 묻다>(비아토르)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출국 직전 비아토르 김도완 대표에게 받은 책인데, 홍보에 도움이 될까 싶어 수도원에 들릴 때마다 이쁘게 책 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렸지요. 저희 출판사 홍보에 더 신경 써야할텐데요. 저희 왜 이러고 있을까요. 최종원 교수님 책을 정말 좋아합니다. 

최종원,<수도회 길을 묻다>,비아토르,2023. (사진 최종훈)
최종원,<수도회 길을 묻다>,비아토르,2023. (사진 최종훈)

 

최종훈 대표님은 번역가로 오래 활동하셨지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성경부터 번역판으로 받아들였고, 번역된 성경을 줄곧 읽어왔습니다. 그야말로 번역의 중요성과 가치는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교회의 성장은 그동안 교회 역사가 상대적으로 긴 나라들에서 나온 출판물들을 번역하는 것과 밀접히 연관되지요. 신학과 신앙의 자양분을 섭취하면서 이만큼 성숙해졌다는 점에 번역의 과정에 있었음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지금은 우리 필자들이 좋은 글을 써서 번역서의 비중이 예전만큼 의존도가 높진 않습니다. 참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지구촌 여러 교회의 다양한 생각들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은 여전히 번역의 중요성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헨리 나우웬 글, 최종훈 옮김, <탕자의 귀환>, 포이에마, 2009
헨리 나우웬 글, 최종훈 옮김, <탕자의 귀환>, 포이에마, 2009

"집으로 돌아가는 멀고도 가까운 길, 탕자의 귀향"

번역가의 삶은 어떤가요?

번역가로서 중요한 지점을 소명 의식’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속되기가 한량없는 저로서는 아무래도 번역료라고 말하는 것이 더 솔직한 답이 될 것 같습니다번역가의 삶, 글쎄 도움이 되는 답변인지 모르겠지만 더 깊고 넓게 배우는 흔치 않는 소중함입니다. 

사실 지금의 번역료로는 뛰어난 자질을 가진 분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어 전업으로 일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하지만 번역료를 높이면, 책값이 올라가고, 책이 비싸면 독자들의 손을 덜 타게 되는 현실 문제에 봉착하죠. 저자와 역자, 출판사와 독자가 모두 조금씩 제 몫을 덜어내기로 합의해야 그나마 해법이 나올 것 같은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요. 요원한 느낌으로 잠자코 그날이 오길 기다릴 밖에요

가장 아끼는 번역서는? 

쑥쓰럽지만 제가 번역한 책들은 모두 소중합니다. 그래도 아끼는 번역서를 꼽아야 한다면 세 권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헨리 나우웬이 쓴 <탕자의 귀향>, <제네시 일기>(이하 포이에마) 그리고 시편을 풀어낸 맥스 루케이도의 <짐은 가볍게>(비아토르)입니다. 마음이 헛헛할 때면 서가에서 뽑아듭니다. 

 

헨리 나우웬 글, 최종훈 옮김, <제네시 일기> 포이에마, 2010
헨리 나우웬 글, 최종훈 옮김, <제네시 일기> 포이에마, 2010

 

맥스 루케이도 글, 최종훈 옮김, <짐은 가볍게>, 비아토르, 2021
맥스 루케이도 글, 최종훈 옮김, <짐은 가볍게>, 비아토르, 2021


"연남동 카페에서 일어난 작은 역사"

 김근주 목사님과 여러 번 만나셨지요?

꼽아보진 않았지만 아마 김근주 교수님을 뵌 건 10번이 채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니던 교회의 초청 설교자로 오셨을 때 그분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습니다. 주일 강대상에서 들어보지 못한 과감한 단어를 선택하셔서 신선했습니다. 그후에 봄이다 성경 해제를 청탁하면서 실제로는 처음 뵈었지요.

첫 만남에서 김근주 교수님은 곧바로 성경 해제 집필을 허락해주셨습니다. 이 성경 작업을 준비하며 김근주 교수님에게 해제 집필 OK를 받는 것이 첫 번째 과제여서 조심스러웠는데,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왠지 하나님께서 잘해봐!”라고 사인을 주신 것 같아 기분이 매우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연남동 어느 카페에서 이루어진 그날의 일은 저희는 '작은 역사'라고 부릅니다. 신생 출판사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이 작업을 김근주 교수님은 어떻게 그렇게 흔쾌히 허락하셨는지 엄청 궁금했지만, 아직 여쭤보진 않았습니다

 

미처 몰랐던 김 목사님에 관한 이야기 보따리가 있을까요?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못 뵙다가 지난 봄에 다시 뵈었어요. 외양이 엄청 단단해지신 느낌이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안식월을 보내면서 제주 올레 걷기를 시작으로 본격 체력 관리에 맛들이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시더군요. 운동으로 10kg 정도 감량하셨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비결이었지만, 묘하게 설득되더군요. 결국 저희 부부도 자극을 받아 야무지게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이 분의 말씀은 분야와 상관없이 묘하게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질문을 듣다보니 김 목사님과 저희 만남의 뒷담화를 궁금해 하실 분들도 있겠다 싶네요. 뭐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줄줄이 풀어내고 싶지만, 그러다 성경 해제 그만 쓰신다고 하면 어쩝니까. 음~ 김근주읽기가 그간의 봄이다 성경 재고를 모두 책임지신다면 한두 편의 썰이 가능할지도요. ㅎㅎ 김근주 목사님 사랑합니다. ♡ 

 

튀르키예의 수멜라 수도원, 절벽 아래 붉은 지붕의 수도원이 보인다_(이나경 제공) 
튀르키예의 수멜라 수도원, 절벽 아래 붉은 지붕의 수도원이 보인다_(이나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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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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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미경

    1
    11 months 전

    이나경 님, 최종훈님 감사합니다. 꽃보다 아름다우신 두 분 이야기에 매료되어 3편, 4편~ 계속 듣고 싶게 만드셨습니다! 여행지의 풍경사진에 마음이 시원하고 기도하는 청년들 이야기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무엇보다 <탕자의 귀향>, <제네시 일기>, <짐은 가볍게> 등등 좋은 책들을 번역해 주신 일이 가장 빛나 보입니다! 너무 멋지시네요. '교양인의 성경'이 사람들의 손에서 더욱 많이 읽히길 바랍니다! 좋은 책이니 더 널리 퍼지면 좋겠습니다♡ 두 분의 트레킹은 신선하고, 번역책과 사진은 참 좋고, 가장 좋고 아름다운 건 역시 최종훈 님, 이나경 님이십니다!! 축복하고 사랑합니다🙏🩷

    ㄴ 답글 (1)
  • 사자양

    2
    11 months 전

    사자와어린양입니다.^^ 읽기만 하다가 아름다운 두 분 모습에 글을 남겨요. 짐은 가볍게~~~ 정말 유익하고 재밌고 즐거운 책이지요. 많은 분들이 같이 읽으면 좋으련만. 기도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네요. 남편 은퇴하면 저희 부분도 수도원 기행 떠나 보렵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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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읽기'는 신학자 김근주 목사의 저서를 함께 읽는 독서클럽으로, 책 이야기, 모임 안내,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뉴스레터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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