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적 재산권 기구 (WIPO,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에서 2023년 글로벌 혁신 지수 보고서를 최근에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국가별 혁신 능력을 측정하여 지수화하여 평가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각 국가들이 혁신 능력을 평가하여 상대적 순위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현재와 미래의 국제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 보고서에서 나타난 글로벌 혁신 경쟁의 현상과 우리 경제의 강점과 약점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우리나라의 혁신 능력의 국제 순위이다. 2023년 보고서에 조사대상 국가 132개국 중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혁신 능력 국가로 이 보고서는 평가하고 있다. 우리가 글로벌 최고 순위의 혁신 능력을 갖춘 국가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은 우리 국민들의 일반 인식보다 우리 경제의 국제 경쟁력은 높다.
문제는 이 순위의 변화 추세다. 우리나라는 2019년 11위에서, 2020년에는 10위, 2021년에는 5위로 순위가 올라가다가 2022년에는 6위로 한단계 후퇴하더니 금년 보고서에서는 10위로 4단계나 추가로 하락했다.
우리 경제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혁신 능력의 확충에 실패하고 있는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문 정권의 친 노동의 규제 강화와 소주성으로 대표되었던 시장 개입 정책의 현실이 평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 기간 한국은 규제를 더해왔고 불행하게도 윤 정부 들어서도 그 추세를 반전시키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이 평가에서 읽을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2013-2023) 혁신 지수의 평가 순위의 변화를 통해 경제 개발에 성공하고 있는 나라들을 열거하고 있다. 중국이 35위에서 12위로, 인도가 66위에서 40위로, 투르키에가 68위에서 39위로, 베트남이 76위에서 46위로, 인도네시아가 85위에서 61위로, 필리핀이 90위에서 56위로, 이란이 113위에서 62위로 크게 부상한 나라들이다. 아시아의 국가들이 빠르게 진격하고 있고 그 중에서 중국의 순위는 이제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어서 우리가 중국과 많은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혁신의 투입 요소를 크게 5 가지 범주의 수준과 혁신의 산출물 두 범주의 평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투입 요소의 범주는 다음과 같다.
1. 제도 (정부와 규제, 사업환경)
2. 인적자원과 연구 (교육, 고등교육, R&D 능력)
3. 인프라 (ICT, 일반 인프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4. 시장 성숙도 (금융, 투자, 무역, 내수 산업의 다양성과 크기)
5. 기업 성숙도 (지식 노동력, 혁신을 위한 협력환경, 지식 흡수력)
아래 한국에 대한 구체적 항목의 평가 순위가 우리나라의 혁신 능력에서 강점과 개선할 점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한국의 10위 순위에 비해 뚜렷하게 처지는 분야는 제도분야로 32위로 평가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규제 관련 평가가 뚜렷하게 낮은데 53위이고 이런 낮은 평가의 주요 원인이 노동규제와 관련이 있다. 정리해고의 비용면에서 조사대상 132개국 중에 111위로 바닥권이다. 사실상 고용을 하면 해고를 할 수 없는 한국의 노동규제가 한국의 경제의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은 모든 국제 기국의 다양한 평가에서 일관되게 지적되는 현상이다.
한국이 장점을 발휘하고 있는 분야는 인적자원 개발의 분야로 세계 1위로 평가 받고 있는 분야다. 정부의 중등교육에 대한 투자, 대학 진학률, R&D 인력의 능력면에서 아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외국인 학생의 비중에 대한 평가는 58위로 고소득 선진국가들 중에서는 바닥권으로 우리 대학의 국제화에서 갈 길에 매우 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정부의 R&D 예산 삭감 계획이 정쟁화하고 있다. 한국의 혁신 능력을 높이 평가되고 있는 분야가 높은 R&D 인력의 비중이고 R&D 지출이다. 우리는 이 논쟁에서 정쟁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R&D 예산은 2019년 20.5조원에서 2022년 29.8조원으로 3년만에 무려 45.4% (9.3조원)가 증가했다. 이를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서 5.2조 삭감한 것은 그간 무분별하게 증액한 것을 조정하는 "정상화"의 의미가 있지만 정권 관련 예산은 증액하면서 과학기술계의 R&D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는 정치적 비난의 빌미를 주고 말았다.
이것을 정쟁으로 비화한 단초는 대통령의 "과학계 카르텔"이라는 정치적 용어의 선택이 제공했다. 국가 예산이 책정되고 배정되는 과정을 알고 있다면 과학계가 카르텔을 형성해서 정부로부터 과도한 돈을 빼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는 주장이다. 대통령이 이런 용어는 마치 국가가 보이지 않는 음지의 권력(Deep State)들에 의해 운영된다는 음모론적 시각이다. 국가 예산을 받는 기관들은 각자 도생을 위해 우리나라의 예산은 관할 부처들을 설득해야 하고, 그 부처는 예산의 최종 책임을 지는 기획재정부의 통제와 의회의 심의 과정을 거치면서 확정된다. 이들 권력 기관을 움직일 수 있는 과학기술계의 일치된 카르텔은 존재할 수도 없다.
정부가 이러한 기존의 추세와 다른 정책을 추진할 경우, 대폭 증액된 예산이 실적도 없이 나눠먹기식으로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먼저 국민들에게 알리는 정비 작업이 필요 했었다. 하지만 이를 생략하고 국가의 미래 투자를 외면하고 정권의 홍보성 프로젝트의 예산은 늘렸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말았다. 모든 예산의 평가는 투입된 예산이 어떤 결과의 산출물을 만들어 내고 있느냐로 판단되어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비효율적으로 이 예산이 낭비적으로 쓰이고 있었다는 대국민 설득할 필요가 있다.
한국 시장의 성숙도는 23위로 이 또한 우리나라의 순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그 중에서 투자 중에서 벤처 캐피털 투자 금액이 낮고 특히 외국의 벤처 캐피털 자금을 투자 받는 비중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벤처 투자가 시장 중심이 아닌 정부의 자금 위주로 이루어지는 문제점을 알 수 있는 지표들이다.
한국 시장의 매력도를 가장 크게 떨어뜨리는 이유는 무역에 관한 장벽이다. 우리의 관세율은 여전이 높아서 가중평균한 관세율에서 94위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FTA를 가장 활발하게 맺는 나라이지만 여전히 서비스 분야와 농업분야의 높은 관세율과 교역 장벽이 한국 경제가 더 혁신과 경쟁위주로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은 은행의 독과점 횡포에 대한 질타를 하고 있다. 다. 일부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진단에 동조해서 지방별 국책은행을 세워서 민간과 경쟁하자는 제안들까지 등장한다. 인터넷 은행을 추가 설립해서 시장의 메기 역활을 한다는 정책이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은행 몇개를 추가 설립하면 돌연 독과점이 경쟁 시장이 될 것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왜 외국 은행 들이 한국에 진출했다가 소비자 금융을 포기하고 퇴각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윤 대통령의 진단대로라면 독과점 초과 이익을 내는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의 관치금융이고 규제는 사업자들에게 매력 없는 시장을 만들었기 때문에 한국 시장을 포기한 것이다. 여전히 한국의 관치금융의 지배하에 놓인 은행을 한 두개 설립하고, 특히 정부가 시장이 아닌 정치 논리로 금융을 하는 국책 은행으로 시장 교란행위를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서비스 시장의 과감한 개방을 해야 한다. 영화와 일본 문화 시장을 개방하고 한국의 영화 산업과 한류 문화 산업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기업(사업) 성숙도 분야에서도 한국이 외국 자본에게 투자의 매력도가 크게 떨어지는 곳이라는 약점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일반 R&D 투자 지출 중에 외국으로부터의 투자가 69위, 그리고 외국인 직접투자 (FDI)가 106위로 한국이 외국인의 투자 대상 국가에서 거의 제외되어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이 제조업의 투자 대상국이 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따라서 R&D나 서비스업의 투자 대상국이 되어야 하지만 거의 모든 서비스 분야의 높은 규제로 인해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위에서 열거한 투입 요소들을 갖고 생산하는 혁신 투입 결과물의 범주는 크게 두 가지이다.
1. 지식 및 기술 산출물 (지식 창조, 지식의 영향, 지식의 확산)
2. 창조적 산물 (무형자산, 창의적 제품과 서비스, 온라인 창의력 활동)
전통적인 산업의 산출물인 첫번째 범주에서 한국은 11위, 그리고 창의성 경제 (Creative Economy)에서 순위는 5위로 올라있어서 우리 사회가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는 달리 혁신 산출물의 소프트 파워가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투입 요소의 평가에 대비해서 혁신 산출물의 생산이 높은 수준으로 혁신 생산성이 높은 국가로 평가되었다. 아래 그래프의 실선이 투입 요소와 산출물 간의 평균적인 관계이고 그 선 위의 국가들이 혁신 산출물의 생산성이 높은 나라들이다. 한국은 비교적 혁신 생산성 높은 나라에 속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의 지출과 정보통신기술 서비스의 수출 비중은 매우 낮아서 우리나라가 하드웨어(제조업) 중심의 국가이고 기업의 프로세스 혁신이 활발하지 않다는 약점을 보여주고 있다.
아래 그리프는 경제 수준에 비해 기업 가치를 10억달러 (약 1.3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유니콘 기업의 누적 평가금액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중간 정도의 실적을 나타내고 유니콘 기업의 소득 수준에 비해 혁신 스타트업의 평가 금액이 높은 나라들은 미국, 중국, 인도, 영국,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호주, 캐나다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우리의 벤처 육성 정책이 정부 주도로 되어 있고 글로벌 벤처 캐피털의 시장 주도가 아니어서 혁신성에 대한 옥석 구분이 잘 안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전세계 100대 과학기술 클러스터를 열거하고 있다. 특허출원과 과학기술 논문 발표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한국은 세계 3위의 서울, 18위의 대전, 74위의 부산, 91위의 대구가 올라있다. 특허와 과학기술 논문 발표 실적으로 1위의 클러스터는 동경-요코하마 메가 시티다.
인구당 특허와 논문 발표 실적을 기준으로 하면 대전이 세계 6위, 서울이 25위, 대구가 78위, 부산이 84위로 순위가 변경된다. 이 기준으로 1위는 영국의 캠브리지, 2위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이다.
서울과 대전이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서울의 삼성전자와 서울대학교, 그리고 대전은 LG화학 (지금은 LG엔솔)과 KAIST가 특허와 논문을 양산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래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과학기술 클러스터의 핵심은 혁신기업과 우수한 연구 능력을 갖춘 대학의 결합의 결과라는 사실은 지금 정쟁화하고 있는 메가시티의 방향이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시사하고 있다. 메가시티가 미래의 먹거리를 만드는 핵이되고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연구하는 연구중심 대학과 첨단 산업에 R&D 투자를 하는 혁신 대기업이 협력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저야 한다. 지금의 행정상 주소지를 어디로 할 것인가는 메가시티의 본질을 외면한 논쟁이다.
글로벌 대기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삼성전자의 기여를 보면된다. 삼성전자는 서울이 글로벌 3위의 과학기술 클러스터로 인정받는 주된 기여자일 뿐만 아니라, 31위의 러시아의 모스코바, 56위의 인도의 뱅갈로, 90위의 폴란드의 바르샤바를 세계 100대 클러스터로 올려놓는 주요 원인이다.
우리는 혁신지수 평가 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의 현실과 미래를 조금이나마 국제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한 국가의 미래 번영은 혁신 능력의 확충에서 결정된다. 단기적 정쟁과 선거 공학적 포퓰리즘, 진영대결의 소음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혁신 능력의 확충을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은 우리의 미래 세대에 현 세대의 책임이자 사명이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