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치킨 #의사임금 #물난리숙박료 #상품과가격
우리나라에서는 종종 가격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대형 마트의 "당당치킨" 가격이 논란이 되더니, 물난리 중에 모텔 '바가지 요금'에 대해 국토부 장관이 성토하고 나서서 혀를 차게 만들더니, 경제신문이라는 곳에서 의사의 임금이 비정규직에 비해 너무 높다는 기사를 써서 경제 신문사에 경제를 몰라도 기자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도 만든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보수 신문사가 배달 업체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면 과도한 배달 요금은 물론, 택시 호출 플랫폼이 택시 요금을 올리는 것으로 비난의 대상을 확장해 가고 있다.
정말 우리는 어떤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 가격에 대해 쉽게 비교하고, 그 적정성 여부를 판단 할 수 있는가? 한편 최근에 내가 포스팅에 올렸지만 미국의 자동차 공급 부족은 자동차 산업의 역사상 경험해 보지 못한 웃돈을 붙여서 사야 한다. 제조사의 권장 가격이 $35,000짜리 차에 공급 부족에 따른 대리점의 웃돈이 약 $8000로 대리점이 가격을 23%나 더 올려서 받는 것이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다. 소비자들이 볼멘 소리를 하겠지만 이를 사회적 이슈로 삼거나 논란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왜 자유시장경제를 한다는 대한민국에서 시장가격에 대한 시비는 유독 심한가?
경제학 원론에 처음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 시장가격이 존재한다고 시작한다. 그만큼 시장에서 가격은 시장경제를 구성하고 통제하는 핵심이다. 흔히들 시장의 마력을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바로 가격의 시장 조절 기능을 말한다. 늘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격에 대한 논란이 유난히 잦은 이유는 우리의 시장이 다른 나라와 달리 왜곡되어 있어서 가 아니라 가격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고 있고, 이 무지가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부르고, 그것이 시장을 왜곡하고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개탄해야 할 일이다.
시장의 가격은 하나가 아니다.
같은 콜라도 대형마트에서 천원을 주고 패밀용 페트병 2리터 짜리 사서 집에서 드시면 200cc 10잔. 한 잔에 300원이고, 자판기로 뽑아 먹으면 장소에 따라서 1000-1500원 주어아하고, 버거킹에서 드시면 1600-1800원에 지불한다. 그걸 신라호텔의 라운지에 가서 먹으면 호탤세까지 포함해서 2만원 가까운 값을 내야 한다 (2019년에 아메리카 커피 한잔 값이 18000원이라는 것으로부터 추정한 금액이다). 이 콜라의 원액은 아무런 차별이 없는 100% 가까운 동일한 제품이다. 오로지 다른 것은 그 콜라는 담고 있는 그릇과 어디서 하느냐는 것만 다르다. 그런데 가격은 300원에서 2만원 까지 70배 가량 차이가 난다. 이 다국적 기업의 콜라에 대해 우리는 이렇게 다른 가격을 지불하고 살고 있다. 그런데 마트에서 파는 치킨 가격과 치킨 전문점 (치맥집)의 치킨 가격이 조금 다르다고 논란을 삼으면서 자신 보다 싸게 파는 대형 마트를 부도덕하고 불공정한 것으로 매도하는가?
2. 같아 보여도 다른 상품이다.
콜라 가격이 300원에서 만원으로 다른 이유를 무엇이고 왜 이것이 비정상이 아닌가를 이해해야 가격에 대한 우리의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집에서 마시는 페트병에서 따라서 내 냉장고의 어름을 넣어 마시는 콜라와 자판기의 캔 콜라는 같은 콜라인가 아닌가?
버거킹의 세트 메뉴 속의 콜라는 같은 콜라인가 아닌가? 결혼 기념일에 최고급 호텔에서 저녁 식사로 프랑스 요리를 먹으며 2만원을 내고 마시는 콜라는 같은 콜라인가 아닌가? 같은 콜라라면 왜 소비자는 이렇게 큰 차이의 가격을 지불하면서 기쁘게 콜라를 마시는가? 우리는 같은 상품으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소비자가 다른 효용 가치를 느낀다면 그것은 다른 상품이다.
피자헛이나 버거킹에서 피자와 햄버거나 감자튀김과 같이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콜라의 청량감은 집에서 콜라만 마실 때의 맛과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기꺼운 마음을 더 높은 가격을 두고라도 콜라를 시켜 먹는다. 사실은 거꾸로다. 콜라를 비싸게 팔려고 콜라 회사들이 패스트푸드 식당을 운영한다. 버거킹은 코카콜라 자회사이고, 피자헛과 타코벨이 펩시가 운영했던 체인점들로 청량음료를 더 많이, 더 비싸게 팔기 위한 수법으로 개발된 회사들이라는 점이 이를 말해 준다.
3. 이는 마케팅에서 완전한 상품 (Whole Product)을 추구한 결과입니다.
가격은 하나가 아닙니다. 호텔은 그 안락하고 인테리어에 투자한 장소에서 오는 효용의 가치를 콜라에 붙여서 파는 것이고, 버거킹은 버거로 손님을 끌고 버거 값의 일부를 번들 상품으로 콜라 값에 전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콜라라고 인식하지만 그것이 소비되는 장소, 그것과 결합되는 다른 상품에 따라 전혀 다른 지불의사를 지니게 됩니다. 사실 사업가는 상황에 어울리는 부가 가치로 소비자의 지불 의사를 높이는 기술자들로 봐야 합니다. 가격이 동일하게 하나라는 것은 아주 틀린 생각입니다.
어떤 핵심 상품을 중심에 두고 고객이 원할 다른 상품과 서비스를 주렁주렁 결합해서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주는 것을 "완전 상품"이라고 함니다.
왜 소고기 값들은 그리 천차만별인데 치킨 값은 그러면 안 될까요?
정육점의 소고기 가격과 불고기 집 소고기 가격이 다르지 않나요?
불고기 집의 소고기 가격에는 사실 양념, 밑반찬, 숯불, 서비스 가격이 포함된 것이지 오로지 소고기 가격만으로 보기 어렵지요.
마트의 소주 가격과 음식점의 소주 가격도 다르지요.
그럼 마트의 치킨 가격과 치맥 집의 치킨 가격도 다른 게 이상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시장의 가격을 갖고 너무 비싸다 싸다고 함부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강제 휴무제는 일시적이나마 경쟁이 줄어드니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위에 설명드린 이유로 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입니다. 마트에 가서 사는 치킨 또는 맥주가 친구들과 어울려서 가는 치맥 집의 치킨과 맥주와 다른 상품(경험)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이 많지 않기 때문이지요.친구들과 치맥 집에 가면서 마트의 싼 치킨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고객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P.S.
[1]이글을 전에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조금 수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어제 저녁에 새학기 첫 수업을 끝나고 강원도 인제로 자전거 대회를 참가하러 와서 경제 기사를 보는데 또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타령을 보고 다시 올리게 되었습니다. 오늘 제 생애 네번 째 그란폰도인 "인제 한계령 그란폰도 대회" 안전하게 잘 달리겠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한 일요일 보내세요.
[2] 구독자 한 분이 뉴스레터 사이트를 통해 커피를 선물 해주셨고, 귀국해서 연구실에 들리니 '날카로운 지적으로 용기있게 발언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카드와 함께 꽃바구니가 배달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지난번 서초교 교사 자진 사건에 제 발언의 '필화' 사건에 대한 격려였던 것 같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3] 이전 뉴스레터에서 새만금 간척지가 의미하는 바를 적었는데 구독자께서 자세히 지역 지자체들의 갈등과 LG가 스마트팜 사업을 시도했을 때 농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던 자세한 경위를 댓글로 달아 주셨습니다. 바로 이게 숱한 산업들이 낮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복지는 확대되는 모습이지요. 자세한 정보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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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빛
가격에 동의한다면 구매를 하고, 가격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구매하지 않는게 맞는 선택이지, 가격이 왜 비싸냐를 따지는건 스스로의 무지를 표현한다고 생각해왔는데, 교수님께서 쉽게 잘 설명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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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해
교수님의 해박한 지식을 배울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교수님의 지혜의 가르침을 듣고 보고 깨달을 수 있도록 여러 매체를 통해 전달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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