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승복과 정치적 분열

자유주의 대한민국 이야기

2023.08.17 | 조회 8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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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대한민국 이야기

글로벌 경제와 자유주의 한국 사회의 변혁을 이야기합니다.

미국은 지금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속되는 검찰의 기소가 주요 뉴스다.  미국 역사상 형사적으로 기소되는 첫 대통령이자 4번의 중첩 기소라는 전대미문의 역사가 쓰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트럼프의 연이은 기소는 공화당 대선 예비선거 후보 중에서 트럼프의 지지를 더욱 공고히 해왔다.  이 이슈는 온갖 미디어가 트럼프 기소 이야기만을 이야기하면서 트럼프에 대항하는 다른 후보들은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는 블랙홀이 되면서 역설적으로 트럼프의 입지가 날로 강해지고 있는 중이다. 

언론과 일부 국민들은 미대선이 2020년 대선의 리턴 매치가 되면서 겪어야 할 혼란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 대선 결과를 승복하지 않고 지금도 부정선거로 승리를 도둑질 당했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서는 달리 행동할 리 없다는 걱정이다.  지난 대선 후의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건은 미국 사람들의 미국 예외주의 (American Exceptionalism)에 치명적 상처를 냈고 미국 민주주의와 미국민의 자존심도 그와 함께 크게 훼손되었다는데 큰 이견이 없다.   

트럼프와 함께 기소된 트럼프 주위의 동조자들의 부정선거 음모론은 수없이 트럼프와 같은 공화당의 주 지도자들에 의해, 트럼프가 임명한 법무부에 의해, 그리고 여러 번의 재검표를 통해, 수많은 법정 다툼을 통해 근거 없거나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선거의 쟁점이 법정을 통하지 않고 직접 후보자가 개표와 선거 결과 공표 과정에 개입하려고 한 사실들이 언론에 의해, 증인들에 의해 연이어 폭로되었음에도 공화당 지지자들의 트럼프 지지는 변함이 없다.  왜 그럴까? 

반면 많은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견조하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연방준비 위원회의 연이은 금리 인상과 양적 축소로 인해 미국이 경기 불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지난 해까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측이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훨씬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8%까지 치솟던 물가는 3%까지 떨어지고, 아직도 구직자 한 명당 새로운 일자리가 1.6개되는 낮은 실업율을 유지하고 있고, 2% 이상의 실질 성장을 하고 있어서 유럽이나 한국, 중국 등과 비교해서도 부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 국민들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낮은 편이다. 여전히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10% 이상 높은 적자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트럼프와 가상 대결에서는 오차 범위 내의 동율을 유지하는 불안한 상황으로 현직 대통령의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지지는 통상 기대치에 비해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인식이 좌우한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대 보다 훨씬 많은 공약을 집권 초에 의회를 통해 실천했다.  지난 중간 선거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경기도 기대 이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은 기대 이하의 박스권에서 잘 움직이지 않고 있다. 

왜 이럴까? 이를 설명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나라가 정치적으로 양극화 (Polarized)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양극화는 결국 진영 대결이고 진영 정치는 다른 진영은 악이고 내 진영은 선이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즉 정치 지도자들의 자질, 성취, 도덕성 보다는 내 진영이나 상대(적) 진영이냐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진영대결이 되면 모든 다른 가치들은 빛을 잃게 된다.  어느 쪽이 더 나라를 잘 운영할 것이냐가 아니라 이미 아군과 적군의 생존 싸움으로 인식된다. 이 생존의 전쟁에는 모든 도덕적 이성적 판단은 사치가 되고 만다.  

그럼 미국의 양극화는 언제부터 왜 시작되었는가?  우리는 많은 사회,경제 문화적 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가설들이 검증없이 원인을 지목하기도 한다.  트럼프의 분열적 정치를 지목하기도 하고, 선정적이고 정치적인 미디어와  SNS가 에코챔버 (Echo Chamber) 기능을 하면서 양극화를 부추키고 있다고 흔히들 지목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래 그래프는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와 분열이 어제 오늘의 현상이 아니라 이미 20년이 넘는 해묵은 사회적 병리현상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래 그래프는 미국의 CBS 방송이 실행한 여론 조사 결과이다. 미국 경제가 좋다고 답한 사람들이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민들이 미국 경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의견은 클린톤 정부 때까지는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경제가 정말 좋으면 좋다고 답하고 나쁘면 나쁘다고 집권당이 어느 당이든 별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클린턴 대텅령 이후에 집권한 부시 (Bush II) 대통령부터는 전혀 다른 결과가 타나난다.  부시 집권 초반이 민주당 지지자들은 단기간에 경제가 좋았다도 90% 가까이 말하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집권 2년 이내에 30% 수준으로 무려 60%나 긍정 답변이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오바마 대통령 집권 말기에 비해 트럼프가 집권하자마자 3개월 이내에 공화당 지지자들은 긍정적 답변이 단기간에 30% 증가했다.  최근 바이든 정부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의 경제 인식의 격차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벌어져서 유지되고 있다. 

이 자료는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부시 대통령 집권시부터 분명해졌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때는 아직 스마트폰도 SNS도 없던 시절이다. 참고로 스마트폰의 원조 애플의 iPhone은 2007년 7월에 최초로 출시된 제품이고, 2004년에 시작한 페이스북이 1억명의 가입자를 달성한 것은 2008년이다. 트위터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2007년으로 스마트폰의 도입과 함께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왜 부시 대통령의 집권이 양극화의 시발점이 되었을까?  그 원인은 바로 부시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이 미국 역사상 패자가 패배를 승복하는데 그 때까지 가장 오래 걸렸던 논란이 많은 선거였기 때문이다.  바로 프로리다 주의 박빙 결과에 고어가 패배 승복을 철회하고 긴 법정 다툼으로 대법원이 부시의 승리를 선언할 때까지 승자의 승리 선언은 있었으나, 패자의 승복 선언이 유보된 채로 정치적 분열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부시의 승리를 흔쾌히 수용하지 않았고 마음 속으로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오늘의 정치적으로 분열된 미국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은 언론과 검찰이 뭐라고 하든,  재검표 결과가 부정 선거 주장을 번번히 근거 없음을 보여주든,  트럼프가 임명한 판사들마저 부정 선거 주장을 모조리 근거 없다고 판결 하든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누가 뭐라고 하든 주의"(Whateverism) 현상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치루게 된다. 이미 미국 대선에서 미국의 시대적 과제가 무엇이고,  어떤 대안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가하는 정책과 비전은 실종된 채로 트럼프 대 반트럼프, 바이든 대 반바이든의 진영 대결만 진행 중이다.  국가 기관들은 불신 받고, 정당은 대중에서 멀어지면서 강성 극단 세력들에게 끌려가고 있다.   

우리는 이런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 현상과 그것이 분출되게 된 결정적 분수령을 보면서 한국은 미국과 달리 정치적으로 양극화를 피하고 있는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내 판단으로는 이 질문에 자신있게 긍정적 대답을 하기 어렵다고 본다. 한국은 탄핵 이후 광화문과 서초 지역의 시가지를 놓고 극한적 대결을 벌여왔다. 탄핵은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의 헌정의 평화로운 질서에서 크게 이탈한 것이다. 국민들의 투표에 의한 선택이 국민들이 사안을 숙의할 시간도 없이 전광석화처럼 예외적 정변에 의해 부정되었다.   탄핵은 헌법적 제도이지만 권력의 기반인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면 그 만큼 많은 증거와 사회적 고민이 동반되어야 하는 일이었다. 

트럼프가 기소되기까지 미국은 의사당 난입이라는 충격적 폭력이 발생하고도 1-4년의 수사 과정을 거치고 그것도 미국은 범죄 기소를 검찰의 자의가 아닌 대배심원들 즉 일반 시민들이 결정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헌정 질서의 안정적 유지에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공화당 정치 지도자들은 민주당 출신 지방 검사가 전직 대통령을 기소하는 전례가 자칫하면 앞으로 사법의 정치적 무기화의 악순환을 만들 위험이 있다는 염려와 함께 자신이 당선되면 트럼프를 사면하겠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된 나라와 얼마나 다른 지를 실감하게 한다. 

다른 한편은 선거 승복과 헌정이 평화적 질서 속에서 유지되고 운영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앨 고어의 선거 승복의 지연과 트럼프의 부정선거 음모론은 미국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고 미국은 정치적으로 아주 분열되고 양극화된 나라로 만들었다.  이런 불신과 적대감은 생기기는 쉽지만 쉽사리 제거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미국은 사법부의 판결이 나면 승복하는 나라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선거 결과 승복 거부다.  칼 새건(Carl Sagan)의 기준을 기억해야 한다. "비상한 주장을 하려면 비상한 증거가 필요하다" ("extraordinary claims require extraordinary evidence"). 
무책임한 의심이 애국으로 포장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CBS 뉴스 여론조사 (미국 경제가 좋다고 대답하는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의 비율)
CBS 뉴스 여론조사 (미국 경제가 좋다고 대답하는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의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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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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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대영

    2
    about 1 year 전

    돌아오셔서 기쁩니다^^

    ㄴ 답글
  • 고준희

    1
    about 1 year 전

    오늘 새벽 줌토크쇼 통해 말씀하셨던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어 복습하고 갑니다. 교수님의 귀한 글 다시 읽게 되어 기쁘고 행복합니다.

    ㄴ 답글
  • 행복이

    0
    about 1 year 전

    다시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많은 가르침 부탁 드립니다^^

    ㄴ 답글
  • Great Tony

    0
    about 1 year 전

    Welcome back!

    ㄴ 답글
  • 김치보이

    0
    about 1 year 전

    최고야

    ㄴ 답글
  • 문주형

    0
    about 1 year 전

    교수님 반갑습니다. 교수님 덕분에 공부 많이 합니다. 감사합니다 ~

    ㄴ 답글
  • 최종삼

    0
    about 1 year 전

    배울수 있다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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