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종 노릇”하는 대기업 총수들

부산의 기이한 "떡뽂이 먹방"

2023.12.07 | 조회 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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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대한민국 이야기

글로벌 경제와 자유주의 한국 사회의 변혁을 이야기합니다.


권위적 정부 하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기이한 진풍경이 대통령에 의해 연출되었다. 한국의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을 동행하고 부산의 시장에 가서 떡볶이를 먹는 이벤트가 그것이다.

인간 사회의 조직 중에서 경쟁에 의해 존재 자체가 소멸될 수 있는 것이 군대와 기업이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영토 침공과 합병, 최근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마두로의 이웃 나라 가이아나의 유전 지역의 합병 시도와 같은 독재자들의 예외는 존재하지만 2차 대전 이후, 군사력으로 국경을 변경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국제 사회에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20세기 이후에는 국가의 소멸과 함께하는 군대의 소멸도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경쟁으로 소멸하는 조직은 기업이 거의 유일하다. 특히 최근 60년간 심화된 글로벌화와 새로운 기술의 범람은 기업들의 수명을 크게 단축시키고 있다. 60년대 미국의 초우량기업으로 인정받는 상장회사 스탠다드 & 푸어스 500 대기업 (S&P 500)의 기업들은 1958년에는 평균 61년간 초우량 기업의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왕좌의 자리를 18년만에 내려놓는다. 금년만 해도 이미 12개의 기업이 신규 진입했다. 그만큼의 수가 이 기업의 최우수 지위에서 탈락했다는 뜻이다. 멕킨지에 의하면 2027년이면 지금의 S&P 500대 기업의 75%가 리스트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기업의 경영환경은 치열하다.

우리나라의 자랑인 삼성 전자만 해도 총수와 기업의 전문 기업인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촉발했던 정변적 국정농단의 책임을 묻는 사법 시련을 겪으면서 한 때 세계 시가총액 11위에서 지금은 23위로 크게 추락했다. 다른 디지털 기업들의 시가 총액이 급상승한 반면에 삼성은 후진한 것이다. 반도체 사업의 업황도 영향을 미쳤지만 빅테이타와 인공지능의 거세게 몰아치는 와중에 대응이 늦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생사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기업총수들이 시장에 가서 대통령과 떡볶이 먹방 파티에 동원된 것이다. 이 후진적이고 엉뚱한 이벤트가 왜 벌어졌는지 온국민이 짐작하고도 남는다. 대통령이 올인하다시피 무리하게 추진한 부산 엑스포의 처참한 실패의 정치적 피해를 최소화해보겠다는 욕심이 부른 또 하나의 무리다. 부산 엑스포가 되었던, 새만금 잼버리가 되었던 일회성이고 지역적 국제 행사다. 그걸 마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나 되는 양 선정한 국정 우선순위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변명이 어려운 참패가 지역의 총선 민심에 흔들릴 것 같으니 지역 민심을 챙기는데 대통령 자신의 힘만으로는 안 되겠는지 대기업 총수들을 대거 동원한 것이다.

사실 한국이 세상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브랜드가 형편 없었던 시절,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서 국제 행사를 유치하고 한국이 이제 버젓한 나라가 되었다는 것을 세계 만방에 선포했던 과거에 정부가 정보와 자원이 모두 빈약했던 시절 재벌의 총수들이 보국의 입장에서 행사 유치에 나선 것은 우리가 다 인정하고 넘어갈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당연하거나 마땅한 일은 결코 아니다. 기업은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것이지 국위 선양을 위해 자원을 총수들이 임의로 사용하거나 공무원도 아닌데 국정 과제에 과도하게 동원되는 일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탄핵과 더불어 진행된 국정농단의 대통령과 공범의 책임자들로 처벌된 기업인들을 처벌한 이유는 모두 이전의 이런 사회공헌 내지는 국가를 위한 기여의 형태의 기업 자원을 총수들이 임의적 사용이 묵시적뇌물이었다고 것이 윤대통령이 검사 시절에 설계한 처벌의 논리다. 나는 그렇게 처벌되었던 기업 총수들이 이번 엑스포 유치에서 이전의 정주영, 이건희 회장 시절처럼 기업 자원을 유치전에 쓸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짐작을 한다. 그들을 감옥에 가두던 그 지엄한 법리는 어디 가고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기업 총수들을 총동원한 것도 모자라 이제 국내 정치에 활용하기 위해 동원한 것이다. 나는 자신이 먹던 젓가락으로 떡볶이를 집어서 기업인들에게 나누어 주는 그 친절하신 모습이 국제적으로 어떻게 비추어질 지도 걱정이 된다. 지금 국내 정치에 기업인들을 동원한 이 모습은 개발 초기의 권위주의 정부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대통령의 권력 남용의 일탈이다.

윤 대통령은 얼마 전에 은행들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서 소상공인들에게 종 노릇을 시키고 있다고 질타했었다. 지금 종 노롯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부산 시장에 가서 떡볶이 먹방 쇼에 동원된 총수들이다. 갑질은 누가하고 있는가?  개탄을 넘어 한숨이 나온다. 이런 모습을 봐야 하는 대한민국은 지금 몇 년입니까?

이병태의 자유주의 대한민국/경제지식네트워크(FEN)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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