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5일자 Financial Times는 전세계적으로 MZ 세대에서 정치적 성간 분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도 했다 (A new global gender divide is emerging, JOHN BURN-MURDOCH, Financial Ttimes, 2024.1.25)
아래 그래프가 기사에서 보도한 18-29세의 남녀의 정치적 성향 (진보와 보수)이 남녀 간에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여론조사의 데이터이다. 인용된 한국, 미국, 독일과 영국에서 여성의 진보 지지 성향과 남성의 보수화 경향이 뚜렷하게 보여진다.
한 때 20대 청년 세대는 늘 진보 지지 계층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이제 젊은 세대의 남성들은 보수화 쪽으로 이동하고 있고, 반면 여성들은 강하게 진보 쪽으로 성간 정치적 양극화의 경향이 진행되고 있다.
이 기사가 우리의 주목을 더 끄는 이유는 한국이 이 양극화 현상이 가장 크고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4개국 중에서 청년 남성 층이 뚜렷한 보수 성향으로 이미 진입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고 독일은 초입 단계다.
왜 글로벌하게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리고 한국은 왜 더 심하게 나타나는가? 그리고 이 현상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첫번째 이유로는 글로벌 경제의 변화와 성간 역할의 변화를 들고 있다. 선진국에서 남성이 우위를 갖는 산업의 비중은 급격히 줄고 있고 여성의 경제 참여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제조업, 농업 등 근육의 힘을 필요로 하는 산업의 고용의 비중은 급격하게 줄어왔고, 기계화, 자동화로 인해 남성들 전유물로 인식했던 일들도 여성들이 기계 조작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세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반면에여성의 섬세함이 장점으로 작동하는 소프트 산업의 비중은 크게 늘고 있다. 글로벌화한 경제는 외국어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로 가고 있는데 언어 능력에서는 여성들이 더 앞서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Language and Gender”(Penelope Eckert and Sally McConnell-Ginet), “Gender and Language: Towards a Feminist Pragmatics”(Deborah Cameron), “You Just Don’t Understand: Women and Men in Conversation”(Deborah Tannen), “Talking from 9 to 5: Women and Men at Work (Deborah Tannen) 등이 남녀의 언어 능력의 차이에 관한 유명 책들이다)
당연히 경제에서 경쟁은 크게 증가했고, 여성의 참여가 저조했던 시절에 비해 남성들은 피해 의식을 갖게 되고 그것이 페미니즘 운동 등에 대한 반감이 증가했고 남성들은 비교적 전통적 가족 중심의 가치관을 내세우는 보수적 가치에 경도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이것이다. 반면에 젊은 여성들은 출산, 육아 그리고 가사 노동과 경제활동 사이의 갈등, 그리고 아직은 직장이나 정치적 지도적 위치에는 남성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현실에서 여성의 차별을 인식하고 진보 경향을 갖게 되는 것으로 분석한다.
남성들이 이미 여성 우위에 의해 큰 압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많은 통계치가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남성의 중위 값 소득보다 더 많이 버는 여성이 1979년 13%에서 2019년 40%로 증가했다. 그리고 여성이 보다 고수입의 직종에 많이 증가함에 따라 여성의 소득 상승이 남성들에 비해 가파르다. 여성이 가계의 주요 수입원인 경우도 40%를 넘고 있다.
앞으로도 이 현상은 더욱 지속될 것이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모든 선진국에서 대학의 진학율이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높아졌다. 25-34세 사이의 한국의 경우 여성은 78%, 남성이 60%의 대졸 (전문대졸 포함)이다. 큰 격차로 여성이 더 교육 수준이 높다.
미국에서 대학 학부와 석박사의 입학의 남녀 차이를 보면 여성 우위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1971년 미국의 학부 학생에서 여성은 남성의 80%, 석박사는 50%에 불과했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이 것이 역전이 시작되어 2019년의 통계를 보면 학부는 여성이 남성의 140%, 석박사는 150%로 70년대 남성 우위보다 고등 교육에서 여성의 고등 교육 우위는 더 크다.
이런 원인으로는 중고등 학교의 교육에서 여학생의 생물학적 우위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남학생들이 충동적인 반면 여학생들이 감정 조절에 더 능하고 성숙하기 때문에 성적이 더 좋다는 것이다.
청년기의 남녀의 충동억제 능력 (IC 주황색)과 센세이션 추구 성향 (SS 청색)의 변화
많은 책들이 현대에서 남성들의 시련을 기술하고 있다.
• "The Boy Crisis: Why Our Boys Are Struggling and What We Can Do About It" by Warren Farrell and John Gray
• "Man Enough: Undefining My Masculinity" by Justin Baldoni
• "Boys Adrift: The Five Factors Driving the Growing Epidemic of Unmotivated Boys and Underachieving Young Men" by Leonard Sax
• "Guyland: The Perilous World Where Boys Become Men" by Michael Kimmel
• "The Mask of Masculinity: How Men Can Embrace Vulnerability, Create Strong Relationships, and Live Their Fullest Lives" by Lewis Howes
• "For the Love of Men: A New Vision for Mindful Masculinity" by Liz Plank
• “Of Boys and Men: Why the Modern Male Is Struggling, Why It Matters, and What to Do about It” by Richard Reeves author of President Kennedy: Profile of Power (Author)
이러한 책들은 젠더 갈등 속에 젊은 남성들이 절망의 세대가 되어 높은 자살율과 정신 질환 등에 시달리는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백인 저교육 청년 남성들의 높은 절망의 죽음이 미국 전체의 평균 수명을 끌어내리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경제 구조의 변화와 여성의 교육과 취업에서의 진전이외에도 핵가족화에서 사춘기가 연장되고 있는 경향 등이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치적 성향의 분화의 또다른 원인으로는 많은 사회 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소셜미디어의 범람을 지적하는 의견들도 있다. 이전과 달리 소셜 미디어는 상대 성들의 생각을 드려다 볼 수 있다. 그것이 어떤 왜곡과 편견의 의견이라도 여성들은 동년배의 남성들의 생각을 남성들은 여성들의 생각을 볼 수 있다.
이 정보의 투명성은 이해와 합의보다 반감이 더 자극적으로 다가 오는 경우가 많다. ‘된장녀’, ‘김치녀’, ‘맘충’과 같은 혐오적이고 자극적인 언어, 그리고 남성이 180cm 미만이면 자격 미달이고 높은 소득과 교육의 남성만 남자라는 일부 여성들의 철없는 발언이 남성들에게 여성에 대한 호감을 증가시킬 리는 없다. 그 영향이 얼마인지 정말 크게 있는 지는 밝혀진 것이 없지만 남성은 유튜브, 여성은 틱톡이라는 말이 함축하는 바는 성간 에코 챔버 현상이 성간 정치적 분열을 조장한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2006년에 시작되어 2017년 큰 반향을 불러온 미투(MeToo) 운동도 결국 소셜미디어를 통한 여성들의 문제의식이 대중화 운동으로 나타난 것이지만 일부는 극단으로 치닫아 남성 혐오나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접근 자체를 불온시하는 것과 같은 과격한 성문화의 변화 요구도 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 거론되기도 한다.
서구에서 성간 정치적 견해의 분화가 크게 확대되는 시점이 2010년경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의 대중화 시점과 일치한다. 따라서 청년들에게 닥친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의심하게 하는 이유다.
또 하나의 설명은 핵 가족화와 미혼 또는 만혼 현상이다. 결혼을 하면서 살다보면 부부가 세상을 보는 시각이 동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정치적 견해도 가족의 영향이 크다. 핵가족화 하면서 조부모와 같이 사는 청년들이 크게 줄면서 이들의 영향력이 유실되고 있고, 결혼을 안 하거나 미루는 현상이 결혼과 함께 진행되는 가치관의 동화 현상이 줄어들면서 남녀의 정치적 견해 차이를 크게 나타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혼 생활이 지속되면 행동과 생각이 공조화하는 현상 (synchronized brains)는 많은 연구가 있지만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쉽게 목격하는 현상이다 (Nathan A Lewis, MA and Tomiko Yoneda (2021),“Within-Couple Personality Concordance Over Time: The Importance of Personality Synchrony for Perceived Spousal Support,” J Gerontol B Psychol Sci Soc Sci). 이는 악순환의 피드백으로 작용한다. 정치적 가치관의 치이가 크면 결혼하기 힘들게 되고, 그것이 더 견해차이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는 탈 종교화, 세속화의 경향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서구 사회나 한국 모두 탈 종교화의 경향을 강하게 띄고 있고 청년 세대는 그 선두에 있다.
이상이 왜 MZ 세대의 정치적으로 양극화 하는 지에 대한 추측성 설명들이다.
왜 한국에서는 가장 극단적으로 이 분화가 크고 빠르게 진행되는 것일까?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나라보다 청년들에게 더 경쟁적인 사회라는 것과 사회변화가 산업화를 먼저 진행한 서구 국가들에 비해 급격하다는 것으로 설명될 것이다.
우선 다른 나라보다 높은 대학 진학율과 대기업, 공공부문과 그렇지 않은 고용시장의 양극화로 인해 취업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서울 편중 현상으로 인한 높은 주택 가격이나 늘 거론되는 사교육비 등의 압력도 청년 세대를 짓누르는 압력이다. 여기에 남성들의 병역 의무라는 것이 피해 의식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와중에서 남성이고 여성이고 모두 자신들이 불공정한 시스템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베이비 부머가 청년 시절에 대졸 고용시장은 극소수의 대졸 남성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남성 청년들은 능력 있는 여성이 가계 경제를 책임지거나 주택을 마련하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훨씬 줄어들었고, 병역 의무에 의한 희생은 강요당하면서도 여전히 가장으로서의 봉건적 의무나 가치관의 지배는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은 남자들과 같이 경제활동을 하지만 가사와 출산과 보육, 그리고 시댁을 챙겨야 하는 과한 의무를 지고 있고, 직장에서는 남성들이 고위층으로 지배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성차별의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사회 변화의 피해자를 자임하고 있다.
나는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Young Sheldon”이라는 시리즈 물을 본 적이 있다. 아마 일부 구독자들은 “빅뱅 이론”싯컴에서 자폐증후군의 천제 과학자 셀던(Sheldon)을 기억하실 것이다. 그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빅뱅 이론에서 분화된 이야기다. 이 극에서 셀던의 할머니가 증손녀를 돌보며 자신의 남자 친구 (물론 노인이고 극의 배경은 퍼스널 컴퓨터가 처음 등장하는 80년대이다)에게 아기 기저귀를 갈아 줄 것을 요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이 남자친구는 자신은 자식들과 손자 손녀를 키우는 과정에 한번도 애기 기저귀를 갈아 본적이 없다고 대답하고 그것이 50년대 미국이었다고 회상한다. 우리나라도 베이비 부머의 남성들은 젊어서 이러한 일을 한 적이 많지 않다. 그것은 미국에 비해 우리 사회가 30-40년 지연된 하지만 훨씬 급박한 사회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성간 정치적 양극화, 대립화가 극단적으로 진행된다고 추측할 수 있다.
남성의 병역 의무에 대한 피해 의식이 가중되는 현상도 이해되어야 한다. 일부 기성 세대는 과거 3년의 병역 의무에 비해 훨씬 짧아지고 민주적으로 변화된 병역 의무에 대해 왜 청년들이 그렇게 억울해 하는 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 그 시절 남성들은 병역 의무를 했지만 노동시장은 대부분 남성들의 전유물이었고 여성은 결혼과 함께 전업 주부로 살았다. 따라서 병역의무가 노동시장에서 여성에 비해 불이익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것이다.
성간 정치적 양극화는 여러가지 시사점을 갖는다.
하나는 이것이 저출생의 원인이자 결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결혼을 더 어렵게 만들면서 저출생으로 이어지고 결혼을 회피하거나 미루면서 가치의 동조화는 미루어지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단기적으로 보수 정당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도 젊은 남성들의 보수화로 인해 청년층의 바이든 지지는 약화되고 트럼프 지지는 향상되는 것으로 조사된다. 대한민국의 지난 대선의 소위 “세대 포위론”에 의한 승리도 2030의 남성 지지에 힘 입은 바가 크다. 일부 평론가와 진보 진영에서는 남녀 갈라치기 분열적 정치라고 비판하지만 여성의 진보 성향 강화와 남성의 보수화의 역방향의 추세를 보면 당연히 보수가 청년 남성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정책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현상은 국힘당 이준석 전대표의 선거 전략과 개혁신당으로 세대간, 성간 분열을 겨냥한 공약들로 왜 이슈를 삼으려고 하는 지도 이해하는데 참고가 될 것이다.
이 현상이 모두 외부적 환경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현대 정치에서 레이건 시절에 그의 희망적 메세지에 의해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늘어났다. 반대로 비교적 온건한 정책과 레이건과 유사하게 따뜻한 감성으로 소통한 클리턴 대통령 시절이 민주당 지지가 강화되었다.
우리의 정치인들이 성간 극한 대결로 분리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MZ 세대의 현상을 활용만 할 것인지 그런 이데오로기 차이를 뛰어 넘는 희망의 메시지로 통합의 길로 갈 것인지는 두고 볼일이다. 통합적 정치적 리더십이 더 절실할 수 밖에 없는 사회변화가 바로 청년세대의 젠더 간 정치적 가치관의 분열이다. 그리고 병역 의무의 개혁이 절실해지고 있는 이유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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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보이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이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 올바르게 설명해주시는 지식인은 이병태 교수님밖에 없는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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