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 비디오

드라이브 마이 카

모임 전에 읽기 좋은 글과 질문을 보내드립니다 :-)

2026.04.27 | 조회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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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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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이자, 호스트의 인생 영화이기도 한 <드라이브 마이 카>

이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는 제각기 다르지만, 결국 여지로 귀결되곤 합니다.

같은 장면에서도 저마다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만드는 즐거움이랄까요.

본격적인 모임에 앞서, 그 무구한 가능성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호스트가 공유하고 싶었던 단상을 에세이로 담아보았습니다. 본격적인 모임 전, 가벼운 워밍업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치지 못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법 


성숙한 이별, 후련한 마무리. 곱씹을수록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요즘의 웰니스 트렌드는 슬픔을 통과하면 성장이나 극복이 찾아올 거라 약속하지만, 솔직히 그런 당위는 종종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듣기 좋은 명분을 붙인다고 암담한 상실의 무게가 단숨에 덜어지진 않으니까.

시간이 약이라며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가도, 문득 마음 한구석이 상실의 순간에 영영 멈춰버린 듯한 서늘함을 느낄 때가 있다. 세상은 훌훌 털어내라며 등을 떠밀지만, 해소되지 않을 슬픔도 분명 존재한다. 어떤 상실은 애초에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것을 그저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안 되는 걸까.

  "우리 살아가도록 해요.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예요. (...) 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이 오면 얌전히 죽는 거예요."

살아 있다는 건 누군가와 맞닿아 있다는 의미다. 내가 멈추면 내 주변의 일상도 함께 덜컹거리기에, 꾸역꾸역 삶을 이어가는 이유는 내 생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덤덤한 자각에 가깝다. 이 얄궂고 소박한 책임감이 타인을 향한 최소한의 윤리이자 뜻밖의 동력이 된다.

삶은 어떻게든 흐르니 남겨진 자들은 집요하게 생의 바퀴를 굴려야만 한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의문과 찌꺼기 같은 슬픔을 안고서라도. 나의 한계와 지질한 비겁함마저 기꺼이 감내하더라도.

부서진 마음을 차마 다 고치지 못해 덜그럭거리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유한하고 가혹한 현실에서 인간이 이뤄낼 수 있는 가장 눈부신 성취가 아닐까.

 Editor | 주인


우회한 진심


1

모두가 진심을 전하려면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직관적인 언어로 말하라고 한다. 그게 솔직함이라면 나는 아마 솔직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확신하길 어려워 하고, 주장이 개인적임을 명시해야만 겨우 입 밖으로 나온다.

어떨 때는 답을 찾기 위해 대화 상대를 찾기도 한다. 최소한 뱉어 버린 말에는 확신이 있을 테니까.이건 이거다 저건 저거다라고 내뱉고 싶지 않다. 대신 비유적인 표현에 기대어, 같은 감정을 느끼기를 소망하는 식이다. 내게는 가후쿠가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매번 어떤 수단-이를테면 칠성장어 이야기 혹은 연극-을 통해서 진실에 가닿으려 한다.나를 투영하면서도 참 피곤하게 산다 싶다. 

가후쿠식 우회의 끝을 보여주는 장치는 거울이다. 과학적으로 무엇을 본다는 행위는 사물에 부딪혀 튕겨 나온 빛을 망막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거울의 사용은 대상으로부터 곧장 날아오는 빛을 피하며, 반사라는 단계를 의도적으로 한 번 더 거치는 우회인 셈이다. 정해진 틀 안에서 대상을 바라볼 수 있는 거울 속은 편협하고 비겁해 보이기까지 한다.

2

그딴 우회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타카츠키. 그때그때 끌리는 사람을 만나고, 기회가 있으면 자신을 전부 꺼낸다. 들었던 감정들을 타인에게 밀고 들어가는 힘도 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순간들을 소유한 타카츠키.  그런 사람을 보면 짜증이 나고 부럽기도 하다. 

타카츠키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느끼는 대로 뱉는다. 여과 없는 말과 행동이 스스로도 무례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으면서도, 그 모습을 사랑한다. 분명한 건 타카츠키는 가후쿠의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녀에게서 나온 모든 부산물을 받아먹었다.

내가 가후쿠였다면 칠성장어의 나머지 이야기를 들은 타카츠키에게 좌절감을 느꼈을 거다.

3

가후쿠는 통찰을 얻고 타카츠키는 감옥에 간다. 도덕적 잣대를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다. 그 말과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 설득되었느냐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다.  타카츠키의 솔직함은 매력적이지만, 통제 안 되는 날 선 칼날이기도 하다. 타카츠키는 어디에도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그건 어쩌면 우회할 거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가후쿠의 우회는 타카츠키에 비하면 겁쟁이다. 속내를 내비치지 않고 직면하기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는 무너지지 않고 누군가와 공존할 수 있었다. 연극의 끝에서 다음 장을 맞이했다. 돌고 돌아 말하면서 고통뿐인 삶을 살아간다.

4

영화도 그렇다. 누군가의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로 풀이된 우회의 일종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가후쿠의 진심을 담은 사랑스러운 우회이다. 날것 그대로를 이야기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이야기를 빌미로 조금 더 안전하게 솔직해져 봄은 어떨까.

Editor | 고블린


  건전한 질문

건전비디오는 감상을 충분히 나눈 뒤, 준비된 질문으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나만의 답을 슬쩍 고민해 오시면 대화의 즐거움이 한층 깊어집니다!

  • 가후쿠는 자신의 차를 남에게 맡기길 몹시 꺼려 합니다. 여러분에게도 침범을 허용하고 싶지 않은 공간이나 물건이 있나요?
  • 숲속의 리허설 장면에서 가후쿠의 연출법은 어떻게 두 사람을 연결 시킨걸까요? 그 기류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 가후쿠는 오토의 외도를 알고 있었음에도 모르는 척하며 일상을 유지하려 애씁니다. 하지만 결국 침묵이 그를 갉아먹죠. 고통스러운 진실을 모르는 척할 때의 고통과 인정하고 마주할 때의 고통 중 어떤 것이 더 감당하기 어려울까요?

 

매월 마지막 주 평일 퇴근 시간대에 영화 모임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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